이 글은 Claude Opus 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2026년 8월 20일, 촐라체에서 《진화의 가속도: AI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는가》 가 나옵니다. 436쪽짜리 이 책의 원서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2012년 에 쓴 How to Create a Mind: The Secret of Human Thought Revealed 입니다.

14년 전 책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지금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2012년 11월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세상에는 ChatGPT도, GPT-4도, Transformer도 없었습니다.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은 5년 뒤에나 나옵니다. AlexNet이 ImageNet 대회를 휩쓴 것이 바로 그해 가을이었으니, 딥러닝이라는 말조차 아직 학계 밖으로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그 시점에 커즈와일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냈고, 그러므로 그것을 기계로 만들 수 있다"고 선언하는 책을 썼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가 예언한 것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세계 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세계에 도달한 경로는 그가 그린 것과 전혀 다릅니다.

이 시리즈는 그 간극을 다룹니다.

  • Part 1 (이 글) — 저자: 발명가이자 예언자이자 환자인 레이 커즈와일
  • Part 2 — 책: 마음의 패턴 인식 이론(PRTM)은 무엇을 주장했는가
  • Part 3 — 채점: 14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맞고 무엇이 빗나갔는가

이 책의 한국어판에 대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실#

먼저 서지 정보를 정확히 짚고 가겠습니다. 이 책은 처음 번역되는 책이 아닙니다.

항목2016년판2026년판
제목마음의 탄생진화의 가속도 — AI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는가
출판사크레센도촐라체
옮긴이윤영삼윤영삼
출간2016-07-182026-08-20
상태절판신간

같은 원서, 같은 역자입니다. 출판사와 제목이 바뀐 재출간 입니다.

제목이 바뀐 방향이 흥미롭습니다. 2016년의 《마음의 탄생》 은 원제 How to Create a Mind 를 비교적 충실히 옮긴 제목입니다. 반면 2026년의 《진화의 가속도》 는 원제에서 한참 떨어져 있고, 오히려 커즈와일의 다른 개념인 ‘수확 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을 끌어온 제목입니다. 부제 “AI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는가” 에 이르면, 2012년 책을 2026년의 AI 담론 한복판에 놓으려는 편집 의도가 분명히 보입니다.

이 점은 독자가 미리 알고 있는 편이 낫습니다. 이 책은 2026년의 AI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2026년의 AI가 등장하기 전에 쓰인 예측서입니다. 그렇게 읽어야 이 책의 가치가 제대로 보입니다.


1. 발명가 커즈와일 — 예언 이전의 실적#

커즈와일을 “미래학자"로만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그의 예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예측 자체가 아니라 그 앞에 놓인 발명 실적 때문입니다.

1948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1970년 MIT를 졸업한 그는, 예측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몇 가지를 실제로 만들었습니다.

커즈와일 리딩 머신 (1976)#

1976년 1월 13일 공개된 이 기계는 최초의 옴니폰트(omni-font) OCR 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OCR은 특정 서체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커즈와일의 기계는 서체를 가리지 않고 인쇄물을 읽어 소리 내어 읽어 주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계였고, 양산 모델의 첫 사용자는 스티비 원더 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문서 스캔, 사진 속 텍스트 인식, 이미지 캡션 — 이 계보의 출발점 중 하나가 여기입니다.

커즈와일 K250 신디사이저 (1984)#

스티비 원더와의 인연은 두 번째 회사로 이어집니다. 원더가 “전자 악기는 소리가 좋고, 어쿠스틱 악기는 표현력이 좋은데, 왜 둘 다인 악기는 없느냐"고 던진 문제의식에서 1982년 커즈와일 뮤직 시스템즈가 설립됩니다. 1984년 나온 K250은 실제 악기의 샘플을 재생하는 방식 으로 그 간극을 메웠습니다. 커즈와일은 이 공로로 2015년 기술 부문 그래미를 받습니다.

음성인식 (1987)#

세 번째 회사인 커즈와일 응용지능(Kurzweil Applied Intelligence)은 1987년 상용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내놓습니다. 이 대목이 Part 2와 Part 3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해집니다. 이때 그가 음성인식에 쓴 기법이 바로 계층적 은닉 마르코프 모델(Hierarchical Hidden Markov Model, HHMM) 이고, 25년 뒤 그는 이 기법을 인간의 뇌 전체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확장하게 됩니다.

훈장과 상#

  • 1978년 Grace Murray Hopper Award (ACM)
  • 1999년 국가기술혁신훈장 (빌 클린턴 대통령 수여)
  • 2001년 Lemelson-MIT Prize (상금 50만 달러)
  • 2002년 국립발명가명예의전당 헌액
  • 2015년 기술 부문 그래미

즉 커즈와일은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미래를 몇 개 실제로 만들어 본 사람 입니다. 이 이력이 그의 예측에 신뢰를 부여하는 동시에, 뒤에서 보겠지만 그를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시키기도 합니다.


2. 예언자 커즈와일 — 수확 가속의 법칙과 두 개의 연도#

수확 가속의 법칙#

커즈와일 사상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기술 발전은 선형이 아니라 지수적이며, 그 지수의 지수조차 커진다. 그는 이것을 ‘수확 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이라고 부릅니다.

무어의 법칙이 트랜지스터 밀도라는 하나의 지표에 대한 관찰이라면, 커즈와일의 주장은 훨씬 넓습니다. 그는 계산 기술이 기계식 계산기 → 릴레이 → 진공관 → 트랜지스터 → 집적회로로 패러다임을 갈아치우면서 지수 곡선을 이어 왔다고 봅니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히면 다음 패러다임이 곡선을 이어받는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의 실천적 함의는 이렇습니다. 사람은 지수 곡선 위에서 미래를 과소평가한다. 지금까지의 속도로 앞을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커즈와일은 자신의 예측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인지 편향 때문이라고 반복해서 말해 왔습니다.

두 개의 연도#

그의 예측 체계에서 반복되는 두 개의 연도가 있습니다.

  • 2029년 — 인간 수준의 AI. 기계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고,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지능을 갖춥니다.
  • 2045년 — 특이점(Singularity). 인간이 AI와 병합해 지능이 폭발적으로 확장됩니다. 2025년 10월 MIT 강연에서 그는 이 확장의 배율을 100만 배 로 표현했습니다.

이 두 연도는 1999년의 《영적 기계의 시대》, 2005년의 《특이점이 온다》, 2012년의 이 책, 2024년의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를 관통합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25년 넘게 이 숫자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는 점 입니다. 예측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어떤 증거가 들어와도 바뀌지 않는 것 역시 검증하는 입장에서는 성가신 특성입니다. 이 문제는 Part 3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그의 자기 채점표#

2010년 10월, 커즈와일은 자기 저서 세 권에 담긴 예측 147건을 스스로 채점했습니다.

판정건수
완전히 정확115
본질적으로 정확12
부분적으로 정확17
틀림3

정확도 86%. 다만 이것은 본인이 매긴 점수 입니다. 같은 시기 Newsweek 의 대니얼 라이언스, Forbes, IEEE Spectrum 의 존 레니는 그의 2009년 예측 중 상당수가 빗나갔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연속 음성인식의 보편적 보급과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반박들 역시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채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연속 음성인식은 이제 스마트폰 기본 기능이고, 자율주행은 여러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 중입니다. 커즈와일의 예측은 종종 “틀렸다"가 아니라 “늦었다"였습니다. 이것이 그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3. 환자 커즈와일 — 특이점까지 살아남기#

여기서부터가 커즈와일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대개 가장 오해받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출발점은 두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첫째, 아버지의 죽음. 커즈와일의 아버지는 58세에 심장병으로 사망 했습니다. 2026년 2월 Boston Magazine 인터뷰에서 그는 이 사실을 직접 언급하며, 당시에는 그것을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둘째, 35세의 진단. 그는 35세에 내당능장애(glucose intolerance) 진단을 받습니다. 2형 당뇨로 가는 길목이었고, 아버지와 같은 심혈관 경로가 이미 열려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미래학자가 건강에 집착하게 된 계기는 이념이 아니라 가족력과 진단서 였습니다. 이 점을 알고 나면 그의 이후 행동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그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2045년까지 살아남으면 죽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지금 해야 할 일은 2045년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보충제: 250알에서 70~80알로#

가장 유명한 것은 그의 보충제 복용량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의 시계열이 오해를 부릅니다.

시점하루 복용량
2007년약 250알 (+ 알칼리수 8~10잔, 녹차 10잔)
2008년약 150알
2015년약 100알
2026년약 70~80알 (일부는 주사제)

“커즈와일은 하루에 250알을 먹는다"는 문장이 아직도 인터넷을 떠돌지만, 그것은 19년 전 수치 입니다. 실제 흐름은 정반대입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줄어든 이유가 중요합니다. 보충제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더 정밀한 개입 수단이 생겨서 산탄총식 접근을 좁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커즈와일 본인이 2026년 인터뷰에서 설명하는 현재의 처방은 다음과 같습니다.

  • TPE(therapeutic plasma exchange, 치료적 혈장 교환) 를 정기적으로 시행합니다. 혈장에 쌓이는 독소를 교체한다는 논리입니다.
  • 레파타(Repatha) 주사를 씁니다. PCSK9 억제제 계열의 콜레스테롤 약입니다. 그 결과 그의 LDL 콜레스테롤은 10 이고, 플라크가 없다고 말합니다.

LDL 10은 대단히 낮은 수치입니다. 아버지를 58세에 데려간 그 경로를 약물로 봉쇄한 셈입니다.

수명 탈출 속도 (Longevity Escape Velocity)#

그의 건강 관리 전체를 지배하는 개념이 이것입니다.

의학의 발전 속도가 노화의 속도를 앞지르는 시점. 1년을 살면 기대수명이 1년보다 더 늘어나는 상태.

커즈와일은 이 시점을 2032년 으로 봅니다. 2025년 10월 MIT 강연과 2026년 2월 Boston Magazine 인터뷰에서 같은 연도 를 말했습니다. 그의 표현을 옮기면, 2032년부터는 1년을 살 때마다 1년을 돌려받고, 그 이후로는 1년보다 더 돌려받게 됩니다.

그는 이것이 불멸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긋습니다. 사고는 여전히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도 그의 낙관은 일관됩니다 — 자율주행이 연간 4만 명의 교통사고 사망을 줄일 것이므로, 사고 역시 줄어든다고 덧붙입니다.

2026년 2월 시점에 그는 77세 였습니다. 2032년이면 84세입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여기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호의적으로 읽으면, 커즈와일의 건강 관리는 그의 사상과 정합적입니다. 지수 곡선을 믿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행동은 “곡선이 나를 따라잡을 때까지 버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 중 상당수 — 정기적인 혈액 검사, 적극적인 LDL 관리, 조기 개입 — 는 주류 예방의학이 권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레파타는 승인된 약이고, 플라크 없는 혈관은 좋은 결과입니다.

비판적으로 읽으면, 그의 처방에는 근거 수준이 크게 다른 것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PCSK9 억제제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과한 약이지만, 하루 70~80알의 보충제 조합이나 노화 방지 목적의 정기 TPE는 그 정도의 근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커즈와일은 표본 크기 1의 실험 입니다. 그가 오래 산다 해도 그것이 처방의 효과를 증명하지는 않으며, 일찍 죽는다 해도 처방이 틀렸음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이 이해관계는 그의 예측에 편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032년에 수명 탈출 속도가 오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사람이 2032년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를 부정직하다고 몰아붙이는 근거가 아니라, 그의 시간표를 읽을 때 감안해야 할 동기 구조 입니다. Part 3에서 그의 예측을 채점할 때 이 점을 다시 꺼내겠습니다.


4. 그리고 2025년, 그는 구글을 떠났습니다#

이 시리즈의 결말을 미리 조금 흘리자면, 여기에 이 이야기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대목이 있습니다.

2012년 11월에 이 책이 나오고 두 달 뒤인 2013년 1월, 커즈와일은 구글에 합류합니다. 래리 페이지가 직접 영입했고, 직무 기술서는 한 문장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구글에 자연어 이해를 가져올 것.”

이것은 단순한 취업이 아니었습니다. 커즈와일은 방금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작동하며, 따라서 이렇게 만들면 된다"는 책을 냈고, 세계 최대의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를 가진 회사가 그에게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 보라고 자리를 내준 것입니다. 이론과 자원이 만났습니다.

그는 구글에서 Director of Engineering으로 시작해 나중에 Principal Researcher and AI Visionary가 되었고, 2025년까지 약 12년 을 머물렀습니다. 2025년부터는 자신이 공동창업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Beyond Imagination의 최고 AI 책임자 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1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리고 오늘날의 AI를 만든 것이 그의 이론이었는가 — 이것이 Part 3의 핵심 질문입니다.


정리#

Part 1에서 확인한 것을 정리합니다.

  1. 《진화의 가속도》 는 2012년 원서의 재출간 입니다. 2016년 《마음의 탄생》 과 같은 원서, 같은 역자입니다. 2026년의 AI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그 이전에 쓰인 예측서로 읽어야 합니다.
  2. 커즈와일의 권위는 예측이 아니라 발명 실적에서 나옵니다. 옴니폰트 OCR, K250 신디사이저, 상용 음성인식. 특히 음성인식에 쓴 HHMM이 이 책의 이론적 뼈대가 됩니다.
  3. 그의 예측은 종종 “틀렸다"가 아니라 “늦었다"였습니다. 이것이 그를 채점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4. 건강 관리는 이념이 아니라 가족력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버지의 58세 심장병 사망, 본인의 35세 내당능장애 진단. 보충제는 250알에서 70~80알로 줄어드는 중 입니다.
  5. 그는 2032년을 수명 탈출 속도의 해로 봅니다. 동시에 그것은 그가 84세가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Part 2에서는 책 자체로 들어갑니다. 커즈와일이 2012년에 “인간 사고의 비밀을 밝혔다"며 내놓은 마음의 패턴 인식 이론(PRTM) 이 정확히 무엇을 주장했고, 당대의 신경과학자와 인지과학자들이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반발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References#

책

  • Kurzweil, R. (2012). How to Create a Mind: The Secret of Human Thought Revealed. Viking. (한국어판: 윤영삼 옮김, 《마음의 탄생》, 크레센도, 2016 / 《진화의 가속도: AI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는가》, 촐라체, 2026-08-20)
  • Kurzweil, R. (2005).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Viking.
  • Kurzweil, R. (2024). The Singularity Is Nearer: When We Merge with AI. Viking.

2026년 자료

2025년 자료

배경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