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Part 1에서 빅 파이브의 구조를 봤고, Part 2에서 MBTI와 비교했습니다. 결론은 “빅 파이브는 유형을 만들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런데 이 결론에는 답하지 않은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빅 파이브 데이터로 유형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

다섯 개의 점수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 5차원 공간의 아무 데나 고르게 흩어져 있지는 않을 겁니다. 어딘가에는 사람이 몰려 있고 어딘가는 비어 있을 텐데, 몰려 있는 덩어리를 찾아서 이름을 붙이면 그게 유형 아니겠습니까. 이 발상은 자연스럽고, 데이터도 충분하고, 방법론도 있습니다. 실제로 누가 해 봤습니다.

이번 편은 그 시도와 결말, 빅 파이브 자체의 한계, 그리고 실제로 검사를 받고 결과를 읽는 방법까지 다룹니다.


1. 150만 명으로 유형을 찾아본 사람들#

2018년 9월, Nature Human Behaviour 에 「A robust data-driven approach identifies four personality types across four large data sets」라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노스웨스턴대의 마르틴 게를라흐(Martin Gerlach), 베아트리스 파브(Beatrice Farb), 윌리엄 리벨(William Revelle), 루이스 아마랄(Luís Amaral)이 저자입니다.

리벨은 성격 측정 분야의 중진이고, 논문에 붙은 대학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사람들이 성격을 유형으로 나누려 해 왔지만, 기존 과학 문헌은 그게 말이 안 된다고 보아 왔습니다.”

“저는 유형이 전혀 없다고 믿었습니다.”

즉 저자 중 한 명이 원래 회의론자였습니다. 논문의 성격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건 “유형이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아니라 “유형이 있다고 말하려면 이 정도 검증은 통과해야 한다” 는 방법론 논문입니다.

무엇을 했나#

네 개의 대규모 데이터셋, 합쳐서 150만 명 이상 을 썼습니다.

데이터셋문항 수
Johnson-300 (IPIP-NEO)300
Johnson-120 (IPIP-NEO)120
myPersonality-100100
BBC Big Personality Test44

방법은 가우시안 혼합모형(Gaussian mixture model)으로 5차원 공간의 밀집 영역을 찾되, 여기에 추가 제약을 걸어 후보를 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에서 가장 인용할 가치가 있는 문장은 유형 목록이 아니라 초록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these types appear as a small subset of a much more numerous set of spurious solutions in typical clustering approaches, highlighting principal limitations in the blind application of unsupervised machine learning methods to the analysis of big data.

(이 유형들은 일반적인 군집화 접근에서 나오는 훨씬 더 많은 가짜 해(spurious solutions) 의 작은 부분집합으로 나타나며, 이는 빅데이터 분석에 비지도 기계학습을 맹목적으로 적용할 때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아무 데이터에나 군집화를 돌리면 그럴듯한 유형이 얼마든지 나옵니다. 실제로 이 연구팀도 처음엔 16개 유형을 얻었고, 리벨이 “그건 말이 안 된다"며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논문의 기여는 “네 개를 찾았다"가 아니라 “대부분이 가짜라는 걸 보이고 살아남는 걸 골라내는 절차를 만들었다” 입니다.

네 개의 유형#

살아남은 넷은 이렇습니다.

유형프로필인구학적 특징
평균형 (Average)신경성·외향성이 높고 개방성이 낮음가장 흔한 유형. 여성이 더 많음
내성형 (Reserved)정서적으로 안정적, 개방성 낮음, 외향성 특별히 높지 않음, 우호성·성실성은 다소 높은 편—
롤모델형 (Role Model)신경성이 낮고 나머지 넷이 모두 높음나이가 들수록 급증. 여성이 더 많음
자기중심형 (Self-Centered)외향성이 매우 높고 개방성·우호성·성실성은 평균 이하10대 남성이 과대표집. 나이가 들수록 급감

유형별 프로필 서술은 논문 본문이 유료라 열람하지 못했고, 노스웨스턴대 보도자료의 설명을 옮긴 것입니다.

인구학적 패턴이 특히 눈에 띕니다. 자기중심형은 나이가 들면서 남녀 모두에서 뚜렷하게 줄어들고, 롤모델형이 될 확률은 나이와 함께 가파르게 오릅니다. 연구팀은 검증 삼아 “자기중심적이기로 악명 높은 집단” — 10대 남성 — 이 실제로 자기중심형에 몰리는지 확인했고, 몰렸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MBTI 말고 이걸 쓰면 되겠네” 싶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1년 뒤에 문제가 생깁니다.


2. 1년 뒤 붙은 반론: 나머지 58%는 어디로 갔습니까#

2019년 9월 16일, 같은 저널에 「Four personality types may be neither robust nor exhaustive」라는 Matters Arising이 실렸습니다. 베를린 자유대·훔볼트대·울름대의 프로이덴슈타인(Jan-Philipp Freudenstein), 슈트라우흐, 무셀, 치글러가 저자입니다.

이들은 방법론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초록에 “기존 접근에 비해 주목할 만한 개선"이라고 적었고, “Johnson-300 데이터에서 네 개의 의미 있는 군집이 드러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we also found that only 42% of the sample was associated with those four personality types. That is, the vast majority of individuals could not be classified within a distinct, meaningful cluster.

(우리는 또한 표본의 42%만 이 그 네 유형에 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대다수의 개인은 뚜렷하고 의미 있는 군집으로 분류될 수 없었다.)

네 개의 덩어리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절반 이상이 그 덩어리 바깥에 있습니다.

이게 왜 치명적인지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MBTI가 인기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답을 주기 때문 입니다. 검사를 받으면 무조건 네 글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데이터에서 정직하게 유형을 뽑으면, 열 명 중 여섯 명에게는 “당신은 어느 유형도 아닙니다” 라고 답해야 합니다. 유형론으로서는 상품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원저자들의 답변#

같은 날, 게를라흐·리벨·아마랄의 답변도 실렸습니다. 이 답변의 첫 번째 항목이 이 시리즈에서 인용하고 싶은 문장입니다.

we fully and wholeheartedly agree with the statement of Freudenstein et al. urging practitioners to avoid the use of typologies in applied settings.

(우리는 실무 현장에서 유형론 사용을 피하라는 Freudenstein 등의 주장에 전적으로,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즉 “150만 명 데이터로 네 개의 성격 유형을 찾았다"는 논문의 저자들이, 그 유형을 실무에 쓰지 말라고 직접 말했습니다.

flowchart TB
    A["Gerlach et al. 2018<br/>150만 명, 4개 유형 발견<br/>'일반적 군집화는 가짜 해를 대량 생산한다'"]:::orig
    B["Freudenstein et al. 2019<br/>'방법론은 개선이 맞다.<br/>그런데 표본의 42%만 배정된다'"]:::crit
    C["Gerlach et al. 2019 답변<br/>'실무에서 유형론을 쓰지 말라는 데<br/>전적으로 동의한다'"]:::reply
    D["Haslam 2019 · Haslam et al. 2012<br/>taxometric 문헌 종합<br/>'성격 유형은 극히 드물거나 존재하지 않는다'"]:::meta
    A --> B --> C
    D -.-> A
    D -.-> C
    classDef orig fill:#87CEEB,color:#000000
    classDef crit fill:#FFD700,color:#000000
    classDef reply fill:#90EE90,color:#000000
    classDef meta fill:#FF9999,color:#000000

3. 더 근본적인 질문: 성격에 ‘유형’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내려가야 합니다. 게를라흐 논문이 찾은 것은 밀도가 높은 영역 입니다. 사람이 더 많이 모여 있는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유형"이라는 말로 기대하는 것은 그것보다 강한 주장입니다. 질적으로 다른 범주 를 기대합니다. 남자와 여자처럼, 혹은 임신했거나 아니거나처럼 중간이 없는 구분을 떠올립니다. 사람이 몰려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과, 사람이 질적으로 다른 종류로 나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구분을 따지는 통계 방법을 택소메트릭스(taxometrics) 라고 하고, 이 문헌을 종합한 연구가 두 개 있습니다.

Haslam, Holland & Kuppens (2012) 는 성격과 정신병리 영역의 택소메트릭 연구 177편, 311개 결과, 누적 533,377명을 종합했습니다.

  • 범주적(taxonic) 결과가 나온 비율: 38.9%
  • 그런데 방법론이 더 엄격한 최신 연구일수록 이 비율이 뚜렷하게 낮아졌습니다
  • 교란 요인을 통제하고 추정한 실제 비율: 약 14%
  • 범주적 구조가 비교적 잘 지지된 영역은 조현형(schizotypy), 자폐, 물질사용장애 정도였습니다

Haslam (2019) 은 성격에 한정해 택소메트릭 연구 102편, 194개 결과를 다시 검토했고, 결론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it is highly likely that personality types are exceedingly scarce or non-existent, and that many early taxometric research findings claiming evidence for such types are spurious.

(성격 유형은 극히 드물거나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유형의 증거를 주장한 초기 택소메트릭 연구 결과 상당수는 가짜다.)

논문 제목이 「Unicorns, snarks, and personality types」입니다. 유니콘과 스나크 — 루이스 캐럴이 지어낸, 찾으러 갔지만 끝내 못 찾는 생물 — 옆에 성격 유형을 놓은 것입니다.

정리하면#

  • 5차원 공간에 사람이 더 몰린 영역은 있습니다 (게를라흐)
  • 그 영역에 배정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프로이덴슈타인)
  • 그리고 그 영역들이 질적으로 구분되는 범주라는 증거는 거의 없습니다 (해슬럼)

성격은 대체로 차원적 입니다. 사람은 상자에 담겨 있지 않고, 연속체 위에 흩어져 있습니다. MBTI가 약속하는 종류의 유형은, 적어도 현재까지의 증거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유형을 그토록 원할까요. 답은 아마 데이터가 아니라 인지 쪽에 있을 겁니다. 인간은 연속적인 것을 범주로 압축해 다루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무지개는 연속 스펙트럼이지만 우리는 일곱 색으로 봅니다. 성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형은 세계의 속성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다루는 방식일 가능성이 큽니다.


4. 여섯 번째 요인, 그리고 한국어#

Part 1에서 “다섯이 최종 답은 아니다"라고 미뤄 둔 이야기입니다.

마이클 애슈턴(Michael Ashton)과 이기범(Kibeom Lee)이 여러 언어의 어휘 연구를 재분석한 결과, 다섯이 아니라 여섯 개의 요인이 더 안정적으로 재현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HEXACO 모델입니다.

요인내용
Honesty-Humility (정직-겸손)진실성, 공정성, 탐욕 회피, 겸손
Emotionality (정서성)빅 파이브의 신경성과 유사하나 경계가 다름
eXtraversion (외향성)—
Agreeableness (우호성)빅 파이브의 우호성과 경계가 다름
Conscientiousness (성실성)—
Openness (개방성)—

핵심은 첫 번째 요인입니다. 정직-겸손 은 빅 파이브 다섯 개의 어떤 조합으로도 깔끔하게 환원되지 않으면서, 빅 파이브만으로는 잘 잡히지 않던 것들 — 비윤리적 행동, 대인 조작, 착취적 성향 — 을 예측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국 독자에게 흥미로운 대목이 나옵니다. 이 여섯 번째 요인이 처음 뚜렷하게 드러난 어휘 연구 중 하나가 한국어 연구였습니다.

한덕웅·이기범·애슈턴이 1999년 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 에 발표한 「A factor analysis of the most frequently used Korean personality trait adjectives」가 그것입니다. 한국어에서 자주 쓰이는 성격 형용사를 요인분석했더니, 익숙한 빅 파이브 요인들의 변형과 함께 “솔직한·진실한” 대 “교활한·음흉한” 을 가르는 해석 가능한 여섯 번째 요인이 나왔습니다.

이후 네덜란드어·프랑스어·독일어·헝가리어·이탈리아어·폴란드어를 포함한 7개 언어 8개 연구의 재분석에서도 같은 요인이 일관되게 나왔고, HEXACO 모델이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성격 심리학의 표준 모델을 확장한 근거 하나가 한국어 어휘에서 나왔다는 것은, MBTI 이야기만 반복되는 한국의 성격 검사 담론에서 좀 더 알려질 만한 사실입니다.


5. 빅 파이브의 한계를 정직하게#

Part 2에서 예측 타당도가 생각보다 작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외에 세 가지가 더 있습니다.

설명하지 않고 기술만 합니다#

빅 파이브는 성격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지도이지, 왜 그런지에 대한 이론이 아닙니다. “저 사람은 성실성이 높아서 계획적입니다"라는 문장은 설명처럼 들리지만 사실 동어반복입니다. 계획적인 행동을 모아 성실성이라 이름 붙였기 때문입니다.

이건 결함이라기보다 이 모델의 성격입니다. 다만 “빅 파이브가 성격을 설명한다"고 말하는 소개 글은 한 걸음 앞서 나간 것입니다.

서구 밖에서는 구조가 잘 재현되지 않습니다#

2019년 Science Advances 에 실린 라아야이(Laajaj) 등의 연구는 23개 중·저소득 국가 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곤란했습니다. 빅 파이브의 다섯 요인 구조가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것 중 하나가 묵종 편향(acquiescence bias) 입니다. 문항이 무엇이든 일단 “그렇다” 쪽으로 답하는 경향인데, 이게 강하면 요인 구조가 무너집니다. 게다가 측정 오차가 응답자의 인지 능력과 상관을 보였고, 인지 능력은 다시 소득과 상관이 있었습니다. 측정이 잘 안 되는 사람이 체계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는 뜻입니다.

저자들의 결론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5요인 구조 자체는 보편적일 수 있지만, 개발된 맥락 밖에서 설문 자료로 그 구조를 뽑아내기는 어렵다.

한국은 이 연구의 대상국이 아니고, 한국어판 BFI 계열 척도의 타당화 연구도 여럿 나와 있습니다. 다만 “빅 파이브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통한다"는 흔한 설명은 이 연구 앞에서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자기보고는 위장할 수 있습니다#

빅 파이브 검사는 대부분 자기보고입니다. 그리고 결과가 걸린 상황에서 사람들은 답을 바꿉니다.

실제 지원자를 대상으로 저부담 상황과 고부담 상황의 응답을 비교한 메타분석(Hu & Connelly, 2021)에 따르면, 지원 상황에서 응답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쪽으로 이동합니다. 효과 크기는 외향성 d ≈ .44, 성실성 d ≈ .59 수준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위장이 있어도 순위는 비교적 유지됩니다. 다들 비슷하게 부풀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채용에 쓰기엔 충분히 성가신 문제이고, Part 2의 낮은 타당도 수치와 합쳐서 보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성격 검사로 사람을 거르지 마십시오. 빅 파이브라도 마찬가지입니다.


6. 실전: 어디서 받고, 어떻게 읽는가#

어디서 받나#

빅 파이브의 큰 장점 하나가 문항이 공개 도메인 이라는 점입니다. IPIP(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는 누구나 어떤 목적으로든 — 상업적 이용을 포함해 — 허가 없이 문항을 쓸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MBTI가 상표권으로 관리되는 유료 도구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도구내용
IPIP-NEO-120존 존슨(John A. Johnson)이 2014년에 만든 120문항판. 다섯 요인 아래 30개 하위 요인을 모두 보고. 공개 도메인
IPIP-NEO-300골드버그의 원판 300문항. 더 정밀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림
bigfive-test.comIPIP-NEO 문항 기반, 120문항, 약 10분, 무료, 회원가입 불필요, 한국어 지원. MIT 라이선스 오픈소스
hexaco.orgHEXACO-PI-R 공식 무료 검사. 여섯 번째 요인까지 보고 싶을 때

처음이라면 한국어를 지원하는 120문항판 이 무난합니다. 30개 하위 요인까지 나오기 때문에, Part 1에서 말한 “다섯 개로는 사라지는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결과를 읽는 법#

빅 파이브 결과지에서 가장 자주 오해받는 것이 점수의 의미입니다.

빅 파이브 점수는 절대 점수가 아니라 백분위입니다. “성실성 70"은 “성실함이 100점 만점에 70점"이 아니라 “비교 집단의 70%보다 높다” 는 뜻입니다. 그러니 다음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합니다.

  1. 비교 집단이 누구인지가 결과를 바꿉니다. 온라인 무료 검사의 비교 집단은 대개 “그 사이트를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일반 인구가 아닙니다.
  2. 중간값 근처의 차이는 의미가 거의 없습니다. 백분위 48과 55는 다른 값이지만 사실상 같은 위치입니다. 해석할 값어치가 있는 것은 대체로 양 끝 — 30 미만이나 70 초과 — 입니다.
  3. 다섯 개보다 30개를 보십시오. 외향성이 백분위 50인데 주장성 85, 사교성 15라면, “중간"이라는 요약보다 이 두 숫자가 훨씬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 채용·승진·배치 판단. 앞에서 본 이유 전부가 여기 걸립니다
  • 궁합 판정. “성실성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은 안 맞는다” 같은 규칙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 한 번 받은 결과를 정체성으로 삼는 것. 다음 절에서 다루겠습니다

7. 성격은 변합니다#

MBTI든 빅 파이브든, 검사 결과를 정체성처럼 다루는 순간 공통의 오류가 생깁니다. 성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 입니다. 데이터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나이에 따라 체계적으로 변합니다#

로버츠·월턴·비히트바우어가 2006년에 92개 종단 연구 표본을 메타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뚜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 20~40세 구간에서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 사회적 지배성(외향성의 하위 측면)이 상승합니다
  • 사회적 활력(외향성의 다른 하위 측면)과 개방성은 청소년기에 오르고 노년기에 내려갑니다
  • 우호성은 주로 노년기에 변합니다

이걸 성숙 원리(maturity principle) 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대체로 나이가 들면서 더 성실해지고, 더 차분해지고, 더 협조적이 됩니다. Part 3 앞부분에서 본 게를라흐 논문의 “자기중심형은 나이가 들수록 급감하고 롤모델형은 급증한다"는 관찰과 정확히 같은 방향입니다.

동시에 순위 는 꽤 안정적입니다. 로버츠와 델베키오(2000)에 따르면 순위 안정성은 성인기 내내 오르다가 50세 이후 .70~.75 수준에서 정체합니다. 모두가 함께 성숙해지므로 상대적 위치는 잘 안 바뀐다는 뜻입니다.

의도적으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 조건부로#

더 흥미로운 것은 개입 연구입니다. 2021년 PNAS 에 실린 슈티거(Stieger) 등의 연구는 PEACH 라는 스마트폰 앱으로 3개월짜리 디지털 코칭을 무작위 대조 시험으로 검증했습니다. 참가자 1,523명 규모입니다.

참가자는 자기가 바꾸고 싶은 특질과 방향을 직접 골랐고, 앱의 챗봇과 하루 두 번 상호작용하며 교육·행동 과제·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항목결과
자기보고 변화코칭군이 대조군(1개월 대기)보다 큰 변화. 참가자가 고른 목표 방향과 일치. 올리려 한 경우와 내리려 한 경우 모두 유의
주변인의 관찰친구·가족·연인 등 관찰자도 유의한 변화를 감지. 단, 크기는 더 작았고, 특질을 “올리려” 한 참가자에서만 나타남
지속성개입 종료 3개월 뒤에도 유지
미해결더 긴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가는지는 확인되지 않음

정직하게 읽으면 이렇습니다. 성격은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 구조화된 도움을 받아, 몇 달에 걸쳐, 크지 않은 폭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이 알아채는 변화는 그보다 더 작습니다.

그래도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보다는 훨씬 정확합니다. Part 1의 유전율 이야기와 합쳐서 보면 그림이 맞습니다. 절반가량이 유전이라는 말은, 나머지 절반가량에는 여지가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마치며: 좋은 요약과 나쁜 요약#

세 편을 정리하겠습니다.

  • 빅 파이브는 이론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반복해서 나온 구조입니다. 1936년 사전에서 시작해 미 공군 기술보고서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 MBTI의 네 축은 빅 파이브 다섯 중 넷과 상당히 겹칩니다. 겹치지 않는 하나가 신경성 이고, 이게 가장 예측력 있는 차원입니다
  • MBTI의 진짜 문제는 엉터리라서가 아니라, 쓸 만한 측정을 해 놓고 마지막에 가운데를 잘라 정보를 버리기 때문입니다. 발행사 자신도 채용·성과 예측에 쓰지 말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 빅 파이브 데이터에서 유형을 뽑는 시도는 있었고, 사람의 42%만 배정되었으며, 원저자들이 실무 사용에 반대했습니다. 성격은 대체로 차원적입니다
  • 빅 파이브도 만능이 아닙니다. 설명 이론이 아니고, 서구 밖에서 구조 재현에 어려움이 있고, 자기보고라 위장이 가능하며, 예측력도 흔히 알려진 것보다 작습니다
  • 그래도 성격은 변합니다. 나이와 함께 체계적으로 변하고, 의도적 개입으로도 — 크지 않은 폭이지만 — 변합니다

MBTI의 네 글자가 나를 요약한 것이라면, 빅 파이브의 다섯 점수도 결국 요약입니다. 사람 한 명을 숫자 다섯 개로 줄이는 일이 정확할 리 없습니다.

다만 좋은 요약과 나쁜 요약은 다릅니다. 좋은 요약은 무엇을 버렸는지 알려 줍니다. 빅 파이브 결과지는 점수 옆에 백분위를 적어 두고, 30개 하위 요인을 따로 보여주고, 중간값 근처는 해석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나쁜 요약은 버린 것을 감추고 네 글자만 남깁니다.

무슨 검사를 받든, 결과지가 자기가 버린 것을 말해 주는지 를 보시면 됩니다. 그게 생각보다 좋은 기준입니다.


References#

유형 논쟁 (1차 문헌)

  • Gerlach, M., Farb, B., Revelle, W., & Amaral, L. A. N. (2018, September 17). A robust data-driven approach identifies four personality types across four large data sets. Nature Human Behaviour 2, 735–74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18-0419-z — 본문 유료. 초록·서지·데이터 출처만 직접 확인했고, 유형별 프로필 서술은 아래 보도자료를 사용했습니다.
  • Freudenstein, J.-P., Strauch, C., Mussel, P., & Ziegler, M. (2019, September 16). Four personality types may be neither robust nor exhaustive. Nature Human Behaviour 3, 1045–1046.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19-0721-4 — Matters Arising. 초록 원문에서 인용했습니다.
  • Gerlach, M., Revelle, W., & Amaral, L. A. N. (2019). Reply to: Four personality types may be neither robust nor exhaustive. Nature Human Behaviour. doi:10.1038/s41562-019-0722-3 — 저자 연구실이 공개한 PDF 전문에서 직접 인용했습니다.
  • Northwestern University. (2018, September 17). Scientists determine four personality types based on new data. ScienceDaily 재게재 — 대학 보도자료. 유형별 프로필과 저자 코멘트의 출처입니다.
  • Haslam, N., Holland, E., & Kuppens, P. (2012). Categories versus dimensions in personality and psychopathology: a quantitative review of taxometric research. Psychological Medicine 42, 903–920. https://pubmed.ncbi.nlm.nih.gov/21939592/ — 177편, 311개 결과, 누적 533,377명.
  • Haslam, N. (2019). Unicorns, snarks, and personality types: A review of the first 102 taxometric studies of personality. Australian Journal of Psychology 71, 39–49. https://a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111/ajpy.12228 — 102편, 194개 결과.

모델의 확장과 한계

  • Hahn, D.-W., Lee, K., & Ashton, M. C. (1999). A factor analysis of the most frequently used Korean personality trait adjectives. 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 13, 261–282. — HEXACO 여섯 번째 요인의 출발점이 된 한국어 어휘 연구.
  • Laajaj, R., Macours, K., Pinzon Hernandez, D. A., et al. (2019). Challenges to capture the big five personality traits in non-WEIRD populations. Science Advances 5, eaaw5226.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aw5226 — 23개 중·저소득 국가.
  • Hu, J., & Connelly, B. S. (2021). Faking by actual applicants on personality tests: A meta-analysis of within-subjects studies. International Journal of Selection and Assessment.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ijsa.12338 — 실제 지원자 대상 피험자 내 설계 메타분석.

성격 변화

  • Roberts, B. W., Walton, K. E., & Viechtbauer, W. (2006). Patterns of mean-level change in personality traits across the life course: a meta-analysis of longitudinal studies. Psychological Bulletin 132, 1–25. https://pubmed.ncbi.nlm.nih.gov/16435954/ — 92개 표본.
  • Stieger, M., Flückiger, C., Rüegger, D., Kowatsch, T., Roberts, B. W., & Allemand, M. (2021). Changing personality traits with the help of a digital personality change intervention. PNAS 118(8), e2017548118. https://doi.org/10.1073/pnas.2017548118 — 본문 접근 실패(차단). 세부 결과는 저자 두 명이 쓴 아래 개관 논문의 요약으로 확인했습니다.
  • Allemand, M., & Flückiger, C. (2022). Personality change through digital-coaching intervention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31(1), 41–48. https://journals.sagepub.com/doi/pdf/10.1177/09637214211067782 — PDF 전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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