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Part 1 에서 러미의 공통 문법을 세 줄로 정리했습니다. 뽑고 버린다, 세트와 런을 만든다, 먼저 털어내는 쪽이 이긴다.

이번 편은 그 원리에서 갈라져 나온 대표 게임 다섯 가지를 봅니다. 관전 포인트는 각 게임이 원형에서 무엇을 바꿨는가 입니다. 러미 계열의 변종들은 대개 규칙 한두 개를 비틀어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게임이 됩니다.


1. 진 러미 — 둘이서 하는 러미의 표준#

무엇을 바꿨나#

조합을 끝까지 숨긴다는 것 이 진 러미의 핵심 변경입니다.

보통의 러미는 조합이 완성되는 대로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진 러미는 그러지 않습니다. 조합을 손에 쥔 채로 계속 가다가, 남는 카드(deadwood) 의 점수 합이 충분히 낮아졌을 때 한 번에 공개 합니다. 이것을 노크(knock) 라고 부릅니다.

이 변경 하나가 게임의 성격을 바꿉니다. 상대가 무엇을 모으는지 알 수 있는 단서는 상대가 버린 카드와 집어 간 카드뿐 입니다. 정보가 극도로 제한되는 2인 게임이 됩니다.

기본 규칙#

항목값
인원2인
배분각 10장
노크 조건남는 카드 합계 10점 이하
진(gin)남는 카드가 0장. 보너스 20점
언더컷노크한 쪽보다 상대의 남는 점수가 같거나 낮으면 상대가 차액 + 보너스 10점
게임 종료누적 100점 이상
추가 보너스이긴 판마다 20점, 게임 승자에게 100점

진 보너스 25점, 언더컷 20점, 박스 25점을 쓰는 판본도 흔합니다. 시작 전에 어느 쪽으로 할지 맞추고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언더컷이 이 게임의 묘미입니다. 성급하게 노크했다가 상대가 더 낮은 점수를 들고 있으면 오히려 점수를 헌납합니다. “이제 노크해도 되는데” 와 “조금 더 줄여 볼까” 사이의 저울질이 진 러미의 거의 전부입니다.

유래에 관한 주의#

흔히 1909년 브루클린의 휘스트 강사 Elwood T. Baker 와 아들 C. Graham Baker 가 고안했다 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1952년에 나온 Morehead 와 Mott-Smith 의 Culbertson’s Card Games Complete 서문입니다.

다만 David Parlett 은 이 통설에 유보적입니다. 원 출처가 불분명하고, Baker 가 게임을 통째로 발명했다기보다 기존 게임을 다듬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초기 인쇄물은 이 게임을 “Gin Rummy” 가 아니라 “Gin Poker” 또는 “Poker Gin” 이라고 불렀고 최소 1913년까지 그랬습니다.

확실한 것은 193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했다 는 사실입니다. 촬영 대기 시간이 긴 영화판의 생활 리듬과 둘이서 짧게 끊어 갈 수 있는 게임이 잘 맞았습니다.


2. 카나스타 — 편을 나누고 판을 키운다#

무엇을 바꿨나#

카나스타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바꿨습니다.

  1. 2인 1조 파트너십. 넷이 편을 나눠 합니다
  2. 버림패 더미를 통째로 가져간다. 맨 위 한 장이 아니라 쌓인 전부를 집습니다
  3. 7장짜리 조합에 특별한 지위. 이것이 카나스타(canasta) 이며, 스페인어로 “바구니” 입니다

특히 두 번째가 결정적입니다. 버림패 더미가 두툼하게 쌓였을 때 그것을 통째로 가져가면 판이 단숨에 뒤집힙니다. 그래서 상대가 그 더미를 못 가져가게 막는 수단 이 필요해졌고, 여기서 더미를 얼려 버리는 프리즈(freeze) 규칙이 나왔습니다.

러미가 “내 손을 정리하는 게임” 이라면, 카나스타는 “버림패 더미를 두고 벌이는 싸움” 입니다.

기본 규칙#

항목값
인원보통 4인 2:2 파트너십
덱52장 2벌 + 조커 4장 = 108장
배분4인 기준 각 11장 (2인은 15장, 3인은 13장)
조합같은 숫자 3장 이상 (런은 쓰지 않습니다)
카나스타같은 숫자 7장
최초 등록 문턱팀 누적 점수에 따라 15 / 50 / 90 / 120점
승리 조건카나스타를 최소 하나 만든 상태로 먼저 손을 비웁니다
게임 종료누적 5,000점

런이 없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카나스타는 세트만으로 하는 러미입니다.

최초 등록 문턱이 앞서 나갈수록 높아진다 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팀 누적 점수가 3,000점을 넘으면 첫 등록에만 120점이 필요합니다. 이기고 있는 팀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자동 핸디캡 이며, 카나스타가 5,000점까지 길게 가면서도 일방적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유래#

1939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에서 변호사 Segundo Sánchez Santos 와 건축가 Alberto Serrato 가 만들었습니다. 둘은 브리지 파트너였습니다.

목표가 명확했습니다. 브리지보다 시간이 덜 들고, 러미보다 운이 덜 개입하는 게임. 그래서 브리지의 파트너십, 러미의 조합 만들기, 콩키앙의 요소를 섞었습니다. 조키 클럽에서 Arturo Gómez Hartley, Ricardo Sanguinetti 와 함께 룰을 다듬었습니다.

1940년대에 남미 전역으로 퍼졌고, 1949년 Josefina Artayeta de Viel 이 뉴욕에 소개 하면서 북미에 상륙했습니다. 초기에는 “아르헨티나 러미(Argentine Rummy)” 라고 불렸습니다. 1949~51년에 뉴욕 리젠시 클럽과 미국·아르헨티나 양국의 카나스타 법규 위원회가 공식 룰을 정리했고, 1950년에는 Oswald Jacoby 의 Complete Canasta 가 나왔습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카나스타가 대유행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1천만 명이 즐겼다”, “브리지를 제쳤다” 같은 구체적 수치는 상용 소개 사이트에만 등장하고 1차 확인이 되지 않아 이 글에서는 인용하지 않습니다.


3. 루미큐브 — 남의 조합을 마음대로 뜯어고친다#

무엇을 바꿨나#

루미큐브의 변경은 러미 계열 전체에서 가장 과감합니다.

바닥에 놓인 모든 조합은 공유 자산입니다. 누구든 마음대로 재배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매니퓰레이션(manipulation) 이라고 부릅니다. 남이 만들어 둔 런에서 카드를 빼내 내 조합에 쓰고, 대신 다른 타일로 그 자리를 메워도 됩니다. 차례가 끝나는 시점에 바닥의 모든 조합이 유효하기만 하면 과정은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루미큐브의 한 턴은 종종 퍼즐이 됩니다. 바닥에 스무 개 넘는 조합이 깔린 후반부에는 타일 한 장을 내려놓기 위해 판 전체를 헤집는 일이 벌어집니다. 손 정리 게임이 아니라 공간 퍼즐 에 가까워집니다.

기본 규칙#

항목값
구성타일 106장 = 숫자 타일 104장 (1~13, 4색, 각 2벌) + 조커 2장
배분각 14장
최초 등록자기 손 타일만으로 합계 30점 이상
이후매니퓰레이션 허용
조커어떤 타일로도 대체. 손에 남으면 30점 벌점
승리먼저 타일을 모두 내려놓는 사람

최초 등록 30점 규칙이 초반을 지배합니다. 이 문턱을 넘기 전에는 바닥에 손을 댈 수 없어서, 30점을 못 만든 사람은 계속 타일만 가져오며 손이 불어납니다.

유래#

Ephraim Hertzano 가 1940년대 루마니아에서 고안했습니다. 계기가 특이합니다. 공산 정권이 카드놀이를 도박으로 규정해 금지 했기 때문입니다.

러미를 즐기던 Hertzano 는 카드 없이 러미를 할 방법을 찾았고, 그 답이 타일이었습니다. 목표는 “남녀노소가 함께할 수 있고, 어떤 언어나 종교와도 결부되지 않는 게임” 이었습니다. 숫자와 색만 쓰는 지금의 구성은 이 목표에서 나온 것입니다.

2차 대전 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해 바트얌에 정착했고, 뒷마당에서 손으로 세트를 만들어 방문 판매와 위탁 판매로 팔았습니다. 1970년대 초에 미국에 진출해 1977년 미국 베스트셀러 가 되었습니다.


4. 훌라 — 한국의 러미#

무엇을 바꿨나#

훌라의 특징은 7의 특권 입니다.

보통의 러미에서 조합은 최소 3장입니다. 훌라에서는 7 한 장이 그 자체로 유효한 조합 입니다. 그냥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대신 7이 손에 남으면 벌점이 무겁습니다. 7은 가장 쉬운 탈출구이자 가장 비싼 짐 입니다.

또 하나는 땡큐 입니다. 남이 버린 카드로 조합을 만들 수 있으면 “땡큐” 를 외치고 그 카드를 가져옵니다. 널리 쓰이는 전투 훌라 규칙에서는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땡큐를 할 수 있어서, 카드 한 장을 버릴 때마다 테이블 전체의 반응을 신경 써야 합니다.

여러 명이 같은 카드를 원하면 먼저 외치고 먼저 카드를 잡은 사람 이 가져갑니다. 실제로 버림패를 손으로 탁 눌러 잡는 방식이 흔해서, 누구 손이 아래 있었는지로 판정합니다. 임자를 정하는 것은 규칙이 아니라 반응 속도입니다.

여기에 스톱 이 있습니다. 손패 점수가 충분히 낮으면 카드를 가져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판을 끝낼 수 있습니다. 진 러미의 노크와 같은 발상입니다.

기본 규칙#

항목값
인원2~5인
덱표준 52장 (조커는 선택)
배분각 7장
조합세트 3장 이상, 런 3장 이상, 또는 7 한 장
특수 행동땡큐(남의 버림패 가져오기), 스톱(낮은 점수로 중단)
점수A는 1점, 2~10은 액면가, J·Q·K는 11·12·13점

⚠️ 훌라는 표준 룰북이 없는 게임입니다. 7의 점수 처리, 스톱 조건, 배수 규칙(훌라·로우·하이·세븐 포카드 등)이 지역과 모임마다 다릅니다. 위 표는 널리 쓰이는 뼈대일 뿐이고, 시작 전에 룰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규칙의 일부 입니다.

유래는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훌라의 기원은 출처마다 서술이 엇갈립니다.

출처서술
pagat.com (John McLeod)“한국의 러미 게임이며 일본의 세븐브리지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위키기원을 대한민국 으로 표기
한국어 위키백과기원·어원 서술 없음 (각주 없는 stub)

이름의 유래로는 마작에서 패가 완성되었음을 뜻하는 화료(和了) 의 중국어 발음에서 왔다는 설이 한국어권에 돌지만, 이 설을 언급하는 출처들도 하나같이 “추측” 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확정된 근거는 없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로 세븐브리지 는 일본 게임으로, 이름과 달리 브리지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7장씩 나눠 주고 7 한 장을 단독 조합으로 인정 하는 구조가 훌라와 거의 같습니다. 마작의 치(Chî)·펑(Pon) 에서 온 규칙도 들어 있습니다.


5. 세븐브리지 — 훌라의 원형으로 지목되는 게임#

무엇을 바꿨나#

이름과 달리 브리지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일본 게임이고, Mâ Jan Bridge 또는 Seven Rummy 라고도 불립니다.

앞 절의 훌라와 구조가 거의 같습니다. 7장씩 나눠 주고, 7 한 장이 단독 조합이 됩니다. pagat 이 훌라를 “세븐브리지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고 적은 근거가 이 닮음입니다.

그런데 세븐브리지가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마작의 용어와 행동을 이름째로 들고 있다 는 것입니다.

행동내용
치(Chî)남의 버림패를 가져와 런 을 만듭니다
펑(Pon)남의 버림패를 가져와 세트 를 만듭니다.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할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두 사람이 같은 카드를 원하면 펑이 치보다 우선 합니다

Part 1 에서 러미의 원리가 중국에서 왔고 마작과 친척이라는 Parlett 의 가설을 봤습니다. 세븐브리지는 그 연결이 용어 수준에서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입니다. 훌라의 “땡큐” 가 무엇의 후예인지도 여기서 짐작이 갑니다.

다만 pagat 은 세븐브리지가 마작과는 “먼 친척일 뿐” 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치·펑이라는 행동을 빌려 왔다는 것이지, 마작에서 파생된 게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훌라와 갈리는 지점#

두 게임 모두 차례와 무관하게 남의 버림패를 가로챌 수 있습니다. 갈리는 곳은 여러 사람이 같은 카드를 원할 때 누가 가져가느냐 입니다.

훌라 (전투 훌라)세븐브리지
가로채는 행동땡큐 — 조합 종류를 구분하지 않음치(런) 와 펑(세트) 으로 나뉨
경합했을 때 임자먼저 외치고 먼저 잡은 사람펑이 치보다 우선
판정 기준반응 속도규칙

훌라는 손이 빠른 사람이 임자가 되고, 세븐브리지는 조합 종류에 매겨진 우선순위가 임자를 정합니다. 차례가 흐려진 자리를 무엇으로 정리하느냐에 대한 두 가지 해법입니다.

기본 규칙#

항목값
인원2~5인 (3인이 가장 낫다 고 평가됩니다)
덱표준 52장 한 벌. A는 항상 낮게
배분각 7장
조합세트·런 3장 이상. 단 7이 들어가면 예외
7한 장으로 단독 조합 성립. 두 장 이상이면 세트
특수 행동치(런), 펑(세트). 펑 우선
나가기한 장만 남기고 전부 등록·붙이기 한 뒤 그 한 장을 버립니다
점수J·Q·K 10점, A 1점, 7은 20점, 나머지는 액면가
배수7장을 한 번에 다 등록 해 이기면 점수 2배

7이 20점입니다. 그림카드 두 장보다 비쌉니다. “가장 쉬운 탈출구이자 가장 비싼 짐” 이라는 훌라의 성질이 여기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7을 여러 장 내려놓을 때는 그것을 세트로 쓸 것인지 낱장으로 쓸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세트로 선언하면 이후 7로만 늘릴 수 있고, 낱장이면 같은 무늬 런으로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왜 이 게임을 골랐는가#

세븐브리지의 실용적인 장점은 카드 한 벌이면 끝난다 는 것입니다. 카드 52장, 3~4명, 판당 몇 분이면 됩니다. 훌라를 아는 사람이라면 규칙 설명에 1분도 안 걸립니다.

6. 한눈에 비교#

진 러미카나스타루미큐브훌라세븐브리지
인원2인4인 (2:2)2~4인2~5인2~5인
도구카드 52장카드 108장타일 106장카드 52장카드 52장
배분10장11장14장7장7장
런있음없음있음있음있음
조합 공개끝까지 숨김즉시즉시즉시즉시
남의 조합 건드리기불가가능 (붙이기)완전 재배열 가능가능 (붙이기)가능 (붙이기)
성격정보 심리전팀 자원 쟁탈공간 퍼즐속도와 눈치마작식 가로채기

같은 원리에서 나왔는데 성격이 이렇게 갈립니다. 바꾼 규칙이 하나같이 “정보” 와 “공유 자원” 에 관한 것 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진 러미는 정보를 최대한 감췄습니다 → 심리전이 되었습니다
  • 카나스타는 버림패 더미를 공유 자원으로 만들었습니다 → 쟁탈전이 되었습니다
  • 루미큐브는 바닥 전체를 공유 자원으로 만들었습니다 → 퍼즐이 되었습니다
  • 훌라와 세븐브리지는 차례와 무관하게 남의 버림패를 가로채게 했습니다 → 차례의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다만 임자를 정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훌라는 반응 속도로, 세븐브리지는 치·펑 우선순위 규칙으로 정합니다

Part 3 에서는 이 게임들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한 전략을 다룹니다. 계열 전체에 통하는 원리부터 시작해 게임별 요령으로 내려갑니다.


References#

룰 참조#

  • John McLeod, Gin Rummy — 노크·진·언더컷 점수와 판본별 차이
  • John McLeod, Rummikub — 타일 구성, 최초 등록 30점, 매니퓰레이션과 조커 규칙
  • John McLeod, Hoola — 훌라의 룰과 세븐브리지 관련 서술
  • John McLeod, Seven Bridge — 배분·7의 예외 규칙, 치·펑, 점수와 2배 조건

역사 참조#

  • David Parlett, Gin Rummy history — Baker 통설에 대한 유보, “Gin Poker” 초기 명칭
  • Albert H. Morehead & Geoffrey Mott-Smith, Culbertson’s Card Games Complete (1952) — Baker 발명설의 원 출처
  • Canasta — Wikipedia — 1939년 몬테비데오, Santos·Serrato, 1949년 뉴욕 전파
  • Rummikub — Wikipedia — Hertzano 의 이주와 1977년 미국 베스트셀러
  • Rummikub 공식 History 페이지 — 제조사 측 서술 (이해관계자 출처이므로 위키백과와 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