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봄부터 초여름, 한여름 에 이어 이번에는 가을(9~11월) 입니다. 봄과 여름에 산란을 마친 생선들은 가을이 되면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먹이를 왕성하게 먹어 치우며 몸에 기름을 채웁니다. 일본에서 이 시기의 탐식을 ‘아라구이(荒食い)‘라 부르는데, 오마카세 입장에서는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여름 오마카세가 청량함과 단단한 식감으로 승부했다면, 가을은 기름이 오른 등푸른생선(히카리모노, 光り物)과 불향 의 계절입니다. 식초로 조이고(스지메, 酢締め), 껍질을 그을리고(아부리, 炙り), 간을 곁들이는 손길이 부쩍 늘어납니다. 한국의 스시야에서 이 계절에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가을 제철 어종 일곱 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전어 (Kohada / 코하다) — 에도마에 히카리모노의 상징#

Konosirus punctatus

학명 Konosirus punctatus.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입니다. 봄~초여름에 산란을 마친 뒤 여름 동안 살을 찌워, 가을에 들어서면 여름보다 기름기가 한결 풍부해집니다.

일본 스시에서 전어는 코하다(小鰭) 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크기에 따라 신코(新子) → 코하다 → 나카즈미(中墨) → 코노시로(鰶) 순으로 이름이 바뀌는 출세어(出世魚)인데, 스시에는 주로 10~14cm 남짓한 코하다 크기를 씁니다. 다 자란 코노시로는 뼈가 억세 스시로는 잘 쓰지 않습니다.

특징과 맛#

  • 은빛 껍질 아래 지방이 고르게 앉아 있고, 씹을수록 고소함과 감칠맛이 진하게 올라옵니다. 대신 잔가시가 많고 선도가 빨리 떨어지는 생선입니다.
  • 한국에서는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나 통구이로 익숙하지만, 오마카세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줍니다.

스시 활용#

  • 코하다는 스지메(酢締め)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재료입니다. 포를 떠 소금을 뿌려 수분과 비린 기를 뺀 뒤 식초에 담가 살을 조이는데, 소금과 식초의 시간을 개체의 크기와 지방에 맞춰 분 단위로 조절합니다. 그래서 “코하다를 보면 그 집의 실력을 안다"는 말이 붙었습니다.
  • 잘 조인 코하다는 식초의 산미 뒤로 지방의 단맛이 따라오며, 껍질의 은빛 무늬를 살려 칼집을 넣어 쥡니다. 작은 개체 여러 장을 겹쳐 쥐는 신코는 늦여름 한정이고, 가을로 넘어가면 한 장으로 쥐는 코하다가 됩니다.

페어링#

  • 사케: 식초의 산미와 지방을 함께 받아 줄 기모토(生酛)·야마하이(山廃) 계열 준마이 를 상온이나 누루칸(ぬる燗)으로. 산과 산이 맞물리며 코하다의 여운이 길어집니다.

2. 꽁치 (Sanma / 산마) — 가을의 칼, 秋刀魚#

Cololabis saira

학명 Cololabis saira. 한자 표기 ‘秋刀魚(가을 칼 물고기)‘가 말해 주듯, 일본에서 가장 가을다운 생선으로 꼽힙니다. 여름 동안 북태평양 한류 해역에서 플랑크톤을 먹으며 살을 찌운 꽁치는 9~10월 에 남하하며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에서 잡히는데, 이때의 꽁치가 가장 기름집니다.

특징과 맛#

  • 꽁치는 위가 없고 장이 짧아 먹은 것이 빨리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내장을 통째로 구워 먹어도 쌉싸름할 뿐 잡내가 적습니다. 스시로 쓸 때는 이 특성 덕에 선도만 좋으면 비린 기가 거의 없는 기름진 살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다만 어획량이 크게 흔들리는 생선이기도 합니다. 일본 전국꽁치봉수망어업협동조합(全さんま)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일본 어획량은 약 6만 5천 톤으로 전년의 1.7배까지 회복했지만, 30만 톤을 넘기던 2000년대 후반의 2할 수준에 그칩니다. 한국 시장의 꽁치는 대부분 냉동 수입품이라, 오마카세에서 만나는 생꽁치는 대개 제철 한정으로 들여온 일본산입니다.

스시 활용#

  • 선도가 좋은 개체는 생으로 쥐고, 다진 생강과 실파 같은 야쿠미(薬味) 를 올려 기름진 맛을 정리합니다.
  • 소금과 식초로 가볍게 조이거나, 껍질만 살짝 그을리는 아부리 로 불향을 입히기도 합니다. 지방이 많은 가을 꽁치는 불에 닿는 순간 향이 확 피어오릅니다.

페어링#

  • 사케: 기름진 살과 불향에는 감칠맛이 묵직한 준마이 를 누루칸으로. 스다치(영귤)를 짜 곁들였다면 산뜻한 긴조급도 잘 어울립니다.

3. 고등어 (Saba / 사바) —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

Scomber japonicus

학명 Scomber japonicus (마사바, 真鯖). 일본에는 “가을 가지는 며느리에게 먹이지 마라"와 같은 꼴의 “아키사바와 요메니 쿠와스나(秋鯖は嫁に食わすな)“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가을 고등어는 예부터 맛있는 생선의 대명사였습니다. 태평양 쪽 고등어는 9월 중순부터 기름이 오르기 시작해 10월 이후 가 가장 믿을 만하며, 이 흐름이 겨울 ‘칸사바(寒鯖)‘까지 이어집니다. 한국에서도 제주·남해 고등어가 가을~겨울에 제철입니다.

특징과 맛#

  • 붉은 살에 지방이 두툼하게 차 있어 진한 감칠맛과 고소함이 특징입니다. 반면 선도 저하가 가장 빠른 생선 중 하나로, “고등어는 살아서도 썩는다(鯖の生き腐れ)“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 고등어는 고래회충(아니사키스) 위험이 알려진 어종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소금과 식초로 조리하거나, 냉동 처리를 거친 뒤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스시 활용#

  • 대표 조리법은 소금에 절인 뒤 식초로 조인 시메사바(しめ鯖) 입니다. 겉은 하얗게 조여 있고 속은 붉은 생살에 가까운 상태로 남겨, 산미와 지방의 대비를 살립니다.
  • 오사카식 상자 초밥 바테라(バッテラ) 도 고등어 요리입니다. 오마카세에서는 시메사바를 쥔 위에 얇게 썬 다시마(시라이타 콘부, 白板昆布)를 올리거나, 껍질을 그을려 불향을 더하기도 합니다.

페어링#

  • 사케: 진한 지방과 식초에 밀리지 않는 야마하이 준마이 나 숙성감이 살짝 도는 사케. 차게 마시기보다 데워서 곁들이면 기름이 입안에서 매끄럽게 풀립니다.

4. 삼치 (Sawara / 사와라) — 한국에서 사랑받는 가을·겨울 삼치#

Scomberomorus niphonius

학명 Scomberomorus niphonius. 한자로 ‘鰆(봄 춘 변)‘이라 쓰는 탓에 일본에서는 봄 생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드는 봄에 많이 잡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가을부터 겨울 에 걸쳐 기름이 오른 삼치를 ‘칸자와라(寒鰆)‘라 하여 더 높게 칩니다. 한국에서는 5월 한 달이 금어기일 만큼 봄에 산란이 집중되며, 산란을 마친 뒤 살을 찌운 9월 말~11월 초 가 조업의 절정입니다. 여수·거문도 일대의 대삼치가 특히 유명합니다.

특징과 맛#

  • 크기에 따라 사고시 → 야나기 → 사와라로 이름이 바뀌는 출세어이며, 2kg 이상의 대형 개체가 고급으로 취급됩니다.
  • 살이 매우 부드럽고 촉촉해 입안에서 녹듯 풀어지며, 껍질 쪽에 감칠맛이 풍부합니다. 대신 살이 무르기 쉬워 다루기가 까다롭습니다.

스시 활용#

  • 삼치는 껍질을 그을리는 야키시모(焼霜) 가 정석입니다. 껍질만 토치나 짚불(와라야키, 藁焼き)로 그을린 뒤 식혀 쥐면, 껍질 밑 지방이 녹아 훈연 향과 함께 부드러운 살의 단맛이 살아납니다.
  • 부드러운 살을 잡아 주기 위해 가볍게 소금을 쳐 수분을 뺀 뒤 쓰기도 하며, 와사비 대신 다진 쪽파나 고추와 함께 간 무(모미지오로시)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페어링#

  • 사케: 짚불 향과 부드러운 지방에는 감칠맛이 도는 준마이긴조. 향이 강한 사케는 훈연 향과 부딪히므로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5. 갈치 (Tachiuo / 타치우오) — 제주 가을 바다의 은빛 칼#

Trichiurus lepturus

학명 Trichiurus lepturus (국내 연구에서는 한·일 연안 개체군을 T. japonicus 로 따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8월에 산란을 마친 갈치는 겨울을 앞두고 영양을 축적하며 남쪽으로 회유하는데, 이때 9~11월, 특히 9월 말~10월 중순이 조업의 절정입니다. 가을밤 제주 앞바다를 대낮처럼 밝히는 갈치잡이 어선의 집어등은 제주의 가을 풍경 그 자체입니다.

특징과 맛#

  • 비늘이 없고, 몸 표면이 은빛 구아닌(guanine) 층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 은빛 막은 맛도 냄새도 없어, 과거에는 긁어내 모조 진주의 광택을 내는 데 썼습니다.
  • 살은 희고 부드러우며, 가을 갈치는 껍질 쪽에 지방이 넉넉히 차 고소한 단맛이 납니다.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 올린 제주 은갈치는 선도가 좋아 회로도 먹을 수 있는데, 이는 산지가 가까운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입니다.

스시 활용#

  • 갈치 스시는 거의 예외 없이 아부리 로 냅니다. 은빛 껍질을 토치로 그을리면 지방이 지글지글 녹으며 고소한 향이 올라오고, 부드러운 살과 대비를 이룹니다.
  • 전통적인 에도마에 재료라기보다는 한국 오마카세에서 로컬 식재로 적극 활용하는 가을 흰살입니다. 영귤이나 유자 껍질, 굵은 소금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어링#

  • 사케: 불향과 고소한 지방을 깔끔하게 씻어 줄 가라쿠치(辛口) 준마이 나 드라이한 긴조급. 차게 곁들이면 아부리의 여운이 산뜻하게 정리됩니다.

6. 쥐치 (Kawahagi / 카와하기) — 간을 먹는 생선#

Stephanolepis cirrhifer

학명 Stephanolepis cirrhifer. 가죽처럼 질긴 껍질을 벗겨 손질한다 하여 일본에서는 ‘카와하기(皮剥, 껍질 벗기기)‘라 부릅니다. 살 자체는 초가을부터 겨울 까지 좋지만, 쥐치의 진짜 주인공은 간(키모, 肝) 입니다. 수온이 내려가기 전 왕성하게 먹이를 먹는 가을에 간이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특징과 맛#

  • 살은 투명하고 탄탄하며 담백합니다. 복어에 비견될 만큼 깨끗한 맛이라, 얇게 썰어 먹는 방식이 잘 어울립니다.
  • 간은 진하고 크리미하며 단맛이 돕니다. 선도가 생명이라 활어나 그에 준하는 상태의 개체에서만 제대로 된 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시 활용#

  • 오마카세의 대표 한 점은 키모노세(肝のせ), 즉 살을 쥔 위에 간을 얹어 내는 니기리입니다. 담백한 살과 농후한 간이 한입에 어우러집니다.
  • 간을 간장에 녹여 만든 키모조유(肝醤油) 에 얇게 썬 살을 찍어 먹는 방식도 가을 쥐치의 정석입니다. 간은 생으로 쓰거나, 소금물에 살짝 데쳐 식감을 정돈하기도 합니다.

페어링#

  • 사케: 농후한 간에는 바디감 있는 준마이 를 데워서. 간의 기름을 풀어 주면서 담백한 살의 단맛까지 끌어올립니다.

7. 참돔 (Madai / 마다이) — 봄의 벚꽃돔이 가을에 단풍돔으로#

Pagrus major

학명 Pagrus major. 봄 편 에서 벚꽃 필 무렵의 ‘사쿠라다이(桜鯛)‘를 소개했는데, 참돔에게는 제철이 한 번 더 있습니다. 봄에 산란을 마쳐 야위었던 참돔이 여름 내내 새우·게·까나리 등을 먹으며 살을 회복하고, 가을(9~11월) 에 다시 기름이 꽉 차오르는데, 이때의 참돔을 단풍에 빗대 ‘모미지다이(紅葉鯛, 단풍돔)’ 라 부릅니다.

특징과 맛#

  • 봄 참돔이 산란 직전의 긴장감 있는 맛이라면, 가을 참돔은 겨울을 앞두고 차오른 지방 덕에 한층 부드럽고 농후합니다. 일본에서는 “모미지다이 쪽이 더 맛있다"고 평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 먹이를 충분히 먹은 가을 참돔은 몸빛의 붉은 기도 짙어집니다. 이름의 ‘단풍’은 계절과 함께 이 빛깔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스시 활용#

  • 봄과 마찬가지로 껍질에 뜨거운 물을 부어 식히는 마츠카와즈쿠리(松皮造り) 나, 다시마에 눌러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곤부지메(昆布締め) 가 기본입니다.
  • 가을 참돔은 지방이 오른 만큼 며칠 냉장 숙성해 감칠맛을 끌어올린 뒤 쥐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에 드셨던 참돔과 비교해 보시면 같은 생선이 계절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연히 느끼실 수 있습니다.

페어링#

  • 사케: 가을에 출하되는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 를 권합니다. 겨울에 빚어 봄에 한 번 가열 살균한 뒤 여름을 나며 숙성시켜, 출하 때는 다시 가열하지 않고 내는 가을 한정 사케입니다. 둥글게 익은 맛이 가을 참돔의 부드러운 지방과 잘 어울립니다.

한눈에 보는 요약#

어종제철핵심 조리법추천 사케
전어 (코하다)9~11월스지메기모토·야마하이 준마이
꽁치 (산마)9~10월생살 니기리, 아부리준마이 누루칸
고등어 (사바)10~12월시메사바, 바테라야마하이 준마이, 데워서
삼치 (사와라)10~2월야키시모, 와라야키준마이긴조
갈치 (타치우오)9~11월아부리가라쿠치 준마이
쥐치 (카와하기)9~12월키모노세, 키모조유바디감 있는 준마이
참돔 (모미지다이)9~11월마츠카와즈쿠리, 숙성히야오로시

가을 오마카세는 한 해의 풍요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식초로 조인 코하다의 산미, 불에 그을린 삼치와 갈치의 향, 쥐치 간의 농후함까지 — 겨울 참치와 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짧지만 가장 다채로운 계절입니다. 가을에 오마카세를 찾으실 일이 있다면 이타마에에게 “요즘 기름이 제일 잘 오른 생선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 보시길 권합니다. 위 일곱 가지 중 하나가 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