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쥬(連珠) 입문 Part 1: 오목과 렌쥬는 무엇이 다른가
이 글은 Claude Fable 5.1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오목은 규칙을 설명하는 데 한 문장이면 충분한 게임입니다. “돌을 번갈아 놓아 다섯 개를 먼저 이으면 이긴다.” 그런데 이 한 문장짜리 게임을 국제 대회에서 두려면 규칙집이 수십 항목으로 늘어납니다. 흑에게만 금지되는 수가 세 종류 있고, 첫 세 수는 26가지 정해진 모양 중 하나여야 하며, 게임 시작 직후 두 선수가 색을 맞바꿀 기회가 몇 번씩 있습니다. 이 규칙 체계의 이름이 렌쥬(連珠) 입니다.
이 시리즈는 렌쥬가 무엇이고 왜 그렇게 복잡해졌는지를 네 편에 걸쳐 다룹니다.
- Part 1 (이 글): 오목의 기본, 한국에서 흔히 두는 오목과 렌쥬의 차이, 그리고 “렌쥬가 국제 표준인가” 에 대한 팩트체크
- Part 2: 흑에게만 제약이 생긴 이유, 흑 필승 증명, 스왑(색 교환) 규칙이 RIF 룰에서 Taraguchi-10 까지 변해 온 과정
- Part 3: 26가지 정형 오프닝(珠型) 중 간접형 13가지
- Part 4: 직접형 13가지
표기에 대해 한 가지만 미리 적어 둡니다. 連珠의 일본어 발음은 “렌주” 에 가깝고 외래어 표기법도 “렌주” 이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한국 오목 커뮤니티에서 함께 쓰이는 “렌쥬” 로 통일합니다.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1. 오목이란#
오목(五目)은 두 사람이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 교차점에 놓아, 가로·세로·대각선 중 어느 방향으로든 같은 색 돌 다섯 개를 먼저 연속으로 이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바둑판과 바둑돌을 그대로 쓸 수 있어서 바둑 문화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어린이 놀이로 자리 잡았고, 영어권에서는 일본어 이름을 따라 Gomoku 라고 부릅니다.
규칙이 단순한 만큼 변형도 많습니다. 판의 크기(15줄인지 19줄인지), 여섯 개 이상을 이었을 때(장목)를 승리로 치는지, 삼삼을 금지하는지 같은 세부는 지역과 집단마다 다릅니다. 이 글에서 “오목” 이라고 하면 이 변형들을 통틀어 가리키고, “렌쥬” 는 그중 국제연맹이 정한 특정 규칙 체계를 가리킵니다.
2. 렌쥬의 규칙#
렌쥬 국제 규칙은 국제연주연맹(Renju International Federation, RIF)이 1996년 5월 2일 총회에서 제정하고 1998년에 일부 수정한 문서가 정본입니다. 아래 내용은 모두 그 문서를 근거로 합니다.
2.1 판과 좌표#
렌쥬는 가로세로 15줄, 교차점 225개 인 전용 판을 씁니다. 바둑판(19줄)보다 작습니다. 좌표는 왼쪽 아래를 원점으로 열은 a 부터 o 까지 알파벳, 행은 1 부터 15 까지 숫자로 부르며, 중앙점(천원)은 h8 입니다. 판에는 기준점(reference point)이 다섯 개 찍혀 있습니다.
흑이 먼저 두고, 흑의 첫 수는 판 중앙에 두어야 합니다. 이후 흑백이 번갈아 둡니다.
2.2 승리 조건#
같은 색 돌 다섯 개를 가로·세로·대각선 어느 방향으로든 끊김 없이 이으면 이깁니다. 여기까지는 오목과 같습니다. 차이는 여섯 개 이상을 이었을 때, 즉 장목(長連) 입니다.
- 백 은 장목도 승리로 칩니다.
- 흑 은 장목을 만들면 반칙패입니다.
2.3 흑에게만 있는 금수(禁手)#
렌쥬의 핵심은 흑에게만 적용되는 세 가지 금수입니다. 흑이 다음 중 하나를 만들면 그 순간 백의 승리입니다.
- 장목(長連): 여섯 개 이상을 끊김 없이 잇는 것
- 사사(四四): 한 수로 “사” 를 두 개 이상 동시에 만드는 것
- 삼삼(三三): 한 수로 “삼” 을 두 개 이상 동시에 만드는 것
단, 그 수가 동시에 오목을 완성하는 수라면 금수가 아니라 흑의 승리 입니다. 규칙 원문은 “without at the same time attaining five in a row” 라는 조건을 달아 두었습니다.
“사” 와 “삼” 은 일상어와 다르게 정의되어 있으므로 정확히 짚고 갑니다.
사(四, four) 는 “돌 하나를 더 놓으면 오목이 되는, 같은 색 돌 네 개” 입니다. 네 개가 붙어 있든 사이에 빈칸이 하나 있든 상관없습니다. 그중 달사(straight four) 는 “네 개가 붙어 있고, 오목을 만드는 자리가 두 곳인 사” 입니다. 상대가 한쪽을 막아도 다른 쪽으로 오목이 되므로 달사를 만들면 사실상 이긴 것입니다.
삼(三, three) 은 “돌 하나를 더 놓으면 달사가 되는, 같은 색 돌 세 개” 입니다. 이 정의가 중요합니다. 돌 세 개가 나란히 있어도 달사로 발전할 수 없으면 규칙상 삼이 아닙니다.
이제 금수 세 가지를 도해로 봅니다. 빨간 점이 흑이 두려는 자리입니다.
삼의 정의를 엄격하게 둔 이유는 다음 도해에서 드러납니다. 모양만 보면 삼삼 같지만 금수가 아닙니다.
규칙 문서에는 이보다 더 까다로운 예외도 있습니다. 두 개의 삼 중 하나를 달사로 만드는 자리가 그 자체로 또 다른 금수(장목·사사·삼삼)라서 실제로는 둘 수 없는 경우, 그 삼은 세지 않습니다. 이 판정은 재귀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대회에서는 심판이 개입하기도 합니다. 입문 단계에서는 “달사로 발전할 수 있는 삼만 삼이다” 까지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한 가지 더, 사삼(四三)은 금수가 아닙니다. 사 하나와 삼 하나를 동시에 만드는 것은 허용되며, 삼삼과 사사가 막힌 흑이 이기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바로 사삼입니다.
2.4 금수를 지적하지 않으면#
흑이 삼삼이나 사사를 두었는데 백이 지적하지 않고 다음 수를 두면, 백은 그 금수로는 더 이상 승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장목만은 예외로, 백이 나중에 발견해도 승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3. 한국에서 흔히 두는 오목과 렌쥬의 차이#
한국에서 친구끼리 두는 오목에는 통일된 규칙 문서가 없습니다. 바둑판에서 두는 경우가 많고, 아무 제약이 없거나, 흑백 모두에게 삼삼을 금지하거나, 장목을 승리로 치지 않는 등 집집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아래 표의 “한국식 오목” 열은 관습을 요약한 것이지 정본이 있는 규칙이 아닙니다. 국제 컴퓨터 게임 협회(ICGA)의 오목 페이지도 한국의 “Omok” 을 제약 없는 오목(Connect Five) 계열 이름 중 하나로 열거합니다.
| 항목 | 한국식 오목 (관습) | 표준 고모쿠 (RIF Gomoku) | 렌쥬 (RIF Renju) |
|---|---|---|---|
| 판 | 흔히 19줄 바둑판 | 15줄 | 15줄 전용판 |
| 첫 수 위치 | 자유 | 자유 | 반드시 중앙 |
| 흑의 삼삼 | 집단에 따라 금지하기도 함 | 허용 | 금수 |
| 흑의 사사 | 대개 허용 | 허용 | 금수 |
| 백의 삼삼·사사 | 흑과 같은 규칙 적용 | 허용 | 허용 |
| 장목(6개 이상) | 승리로 치거나 무효 | 무효 (정확히 5개만 승리) | 흑은 반칙패, 백은 승리 |
| 오프닝 규정 | 없음 | 있음 (Swap2) | 있음 (26주형 + 스왑, Part 2) |
정리하면 차이는 세 층위입니다.
- 판의 크기. 19줄 판에서는 흑의 선공 이점이 더 커진다는 것이 일본 연주계의 오랜 경험이었고, 렌쥬가 15줄로 줄어든 이유가 그것입니다. Allis 의 1993년 논문도 이를 Sakata·Ikawa(1981)를 인용해 언급합니다.
- 흑에게만 있는 금수. 한국식 오목이 삼삼을 금지하더라도 양쪽에 같이 적용하는 데 비해, 렌쥬는 흑만 묶습니다. 선공의 이점을 깎는 것이 목적이므로 백을 묶을 이유가 없습니다.
- 오프닝 규정. 금수만으로는 흑의 우위가 다 사라지지 않아서, 렌쥬는 첫 몇 수의 모양과 색 교환 절차를 별도로 규정합니다. 이것이 Part 2 의 주제입니다.
4. 팩트체크: 렌쥬가 오목 계열의 국제 표준인가#
“렌쥬가 오목 중 가장 대중적이고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규칙” 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맞을까요. 확인 가능한 사실과 확인 불가능한 주장을 나누어 봅니다.
확인되는 것#
국제연맹은 RIF 하나이고, 주 종목은 렌쥬입니다. RIF 는 1988년 8월 8일 스톡홀름에서 일본·소련·스웨덴 세 나라가 창립했고, 2026년 현재 대한민국과 중국을 포함한 회원국이 있습니다. RIF 는 자기소개에서 고모쿠를 “추가 종목(additional game)” 이라고 표현합니다.
렌쥬 세계선수권은 1989년 교토 대회부터 홀수 해마다 열렸습니다. 가장 최근 대회는 2025년 8월 체코 브르노에서 열렸고 일본의 나카야마 도모하루가 우승했습니다. 역대 우승자는 일본·러시아·에스토니아·중국 선수들이며, 중국 선수는 2007·2011·2015·2019·2023년에 우승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협회 대회도 렌쥬 규칙으로 치릅니다. RIF 사이트에 등재된 한국오목협회(KOA, Korea Omok Association)의 2025년·2026년 한국 오목 챔피언십은 모두 렌쥬 오프닝 규정인 Taraguchi-10 으로 진행됩니다. 중국은 2003년부터 RIF 규칙을 참조한 자체 경기 규칙을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부분은 백과사전 요약만 확인했고 규칙 원문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단서가 붙는 것#
RIF 는 고모쿠 세계선수권도 엽니다. 1989년과 1991년에 열렸다가 중단되었고, 2009년 체코 파르두비체 대회부터 재개되어 렌쥬 세계선수권과 같은 해에 열립니다. 이쪽은 흑 금수 없이 “정확히 다섯 개” 로 이기는 표준 고모쿠에 Swap2 라는 오프닝 규정을 붙여 씁니다. 2025년 브르노 대회의 렌쥬 본선 참가국은 중국·에스토니아·일본·러시아였고, 고모쿠 본선은 체코·폴란드·헝가리·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대만 등이었습니다. 동아시아와 러시아·에스토니아는 렌쥬, 중부 유럽은 고모쿠라는 지역 분포가 뚜렷합니다.
즉 “국제 경기 오목” 은 렌쥬 하나가 아니라 렌쥬와 Swap2 고모쿠 두 갈래 이고, 같은 연맹이 둘 다 주관합니다. 다만 연맹의 이름과 주 종목이 렌쥬이고, 세계선수권의 역사도 렌쥬 쪽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으므로, “경기 오목의 대표 규칙은 렌쥬” 라는 표현은 무리가 없습니다.
확인되지 않는 것#
“가장 대중적” 은 검증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오목 앱과 사이트의 대부분이 제약 없는 오목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그럴듯하지만, 플레이 인구를 규칙별로 집계한 통계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캐주얼 플레이는 대개 무제한 오목, 국제 대회는 렌쥬 또는 Swap2 고모쿠” 정도로만 말하고 수치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결론#
“렌쥬는 오목 계열에서 국제 대회의 표준 규칙이다” 는 맞습니다. “렌쥬는 오목 중 가장 대중적인 규칙이다” 는 근거가 없습니다. 이 시리즈의 제목에 렌쥬를 “국제 표준” 이라고 쓰는 것은 전자의 의미입니다.
5. 왜 흑만 묶는가, 왜 첫 세 수를 정해 두는가#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남습니다. 흑의 선공 이점이 얼마나 크길래 금수를 세 개나 두고, 그것도 모자라 오프닝까지 규정하는 걸까요. 답은 “제약 없는 오목도, 금수만 붙인 렌쥬도, 이론적으로 흑 필승이 증명되어 있다” 입니다. Part 2 에서 그 증명의 내용과, 흑 필승을 실전에서 무력화하기 위해 스왑 규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다룹니다.
References#
- RIF, International Rules of Renju (1996-05-02 제정, 1998-05-03 수정): https://www.renju.net/rifrules/
- RIF, Rules of Gomoku: https://www.renju.net/gomokurules/
- RIF 소개와 회원국: https://www.renju.net/rif/
- 렌쥬 세계선수권 목록: https://www.renju.net/wc/ , 역대 챔피언: https://www.renju.net/worldchampions/
- 고모쿠 세계선수권 목록: https://www.renju.net/gwc/
- 2025 렌쥬 세계선수권 (Brno, Taraguchi-10): https://www.renju.net/tournament/3445/
- 2025 고모쿠 세계선수권 (Brno, Swap2): https://www.renju.net/tournament/3446/
- 2025 Korea Omok Championship (KOA, Taraguchi-10): https://www.renju.net/tournament/3343/
- 日本連珠社, 連珠のルール: https://renjusha.net/about-renju/ルール/
- ICGA, Go-Moku: https://icga.org/icga/games/go-moku/
- L.V. Allis, H.J. van den Herik, M.P.H. Huntjens, “Go-Moku Solved by New Search Techniques”, AAAI Technical Report FS-93-02 (1993): https://cdn.aaai.org/Symposia/Fall/1993/FS-93-02/FS93-02-00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