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Part 2: 닮았지만 다른 게임들 — 치킨, 사슴 사냥, 공공재, 그리고 스플릿 오어 스틸
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1 에서 죄수의 딜레마의 조건을 하나로 줄였습니다.
T > R > P > S — 유혹 > 보상 > 처벌 > 호구
그리고 세 부등호가 각각 욕심(T > R), 두려움(P > S), 딜레마(R > P)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번 편은 그 부등호를 하나씩 건드려 보는 이야기입니다. 순서 하나만 바뀌어도 게임의 이름이 바뀌고, 무엇보다 정답이 바뀝니다.
서바이벌을 볼 때 이것이 왜 중요한지 먼저 말해 두겠습니다. 제작진이 “협력/배신” 버튼을 주고 자막에 “죄수의 딜레마” 라고 적어도, 보수를 들여다보면 치킨 게임이거나 사슴 사냥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참가자가 해야 할 일도 달라집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말로 하는 약속” 이 거의 소용없지만, 사슴 사냥에서는 그 약속 하나로 판이 풀립니다. 치킨 게임에서는 오히려 약속을 깰 수 없게 스스로를 묶는 것 이 이기는 법입니다.
1. 두려움을 빼면 — 치킨 게임#
1.1 이야기#
두 운전자가 좁은 길에서 서로를 향해 달립니다.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겁쟁이(chicken)” 입니다. 둘 다 꺾지 않으면 정면충돌입니다.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의 절벽 질주 장면이 이 게임의 이름과 늘 함께 언급됩니다. 생물학에서는 같은 구조를 매-비둘기 게임, 경제학 일부에서는 눈더미(snowdrift) 게임 이라고 부릅니다. 게임 이론으로는 셋이 같은 게임입니다.
flowchart LR
H0[" "]:::hdr
H1["상대가 꺾는다<br/>(협력)"]:::hdr
H2["상대가 직진<br/>(배신)"]:::hdr
R1["내가 꺾는다<br/>(협력)"]:::hdr
CC["R = 3<br/>둘 다 체면은 깎이지만 산다"]
CD["S = 1<br/>겁쟁이 소리를 듣는다"]
R2["내가 직진<br/>(배신)"]:::hdr
DC["T = 5<br/>이긴다"]
DD["P = 0<br/>충돌"]
H0 ~~~ H1 ~~~ H2
R1 ~~~ CC ~~~ CD
R2 ~~~ DC ~~~ DD
classDef hdr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CC fill:#90EE90,color:#000000
style CD fill:#87CEEB,color:#000000
style DC fill:#87CEEB,color:#000000
style DD fill:#FF9999,color:#000000
순서는 T > R > S > P 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와 다른 곳은 끝의 두 글자뿐입니다. 상대가 배신(직진)할 때,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나도 배신하는 편이 나았지만(P > S), 치킨 게임에서는 내가 물러서는 편이 낫습니다(S > P). 겁쟁이 소리를 듣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의 방향이 뒤집힌 것입니다.
1.2 정답이 둘#
그래서 치킨 게임에는 우월 전략이 없습니다. 상대가 꺾을 것 같으면 나는 직진, 상대가 직진할 것 같으면 나는 꺾어야 합니다. 내쉬 균형은 “한 사람은 직진, 한 사람은 꺾음” 의 두 칸(파란 칸)입니다. 문제는 누가 직진하느냐 이고, 둘 다 자기가 직진하는 칸을 원합니다.
1.3 이기는 법 — 핸들을 뽑아 던진다#
치킨 게임에서 이기는 고전적인 방법은 출발하기 전에 핸들을 뽑아 창밖으로 던지는 것 입니다. 상대가 그것을 보면, 나는 이제 꺾고 싶어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면 상대에게 남은 합리적 선택은 꺾는 것뿐입니다. 자기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 이기는 수 가 되는 드문 게임입니다. 이것을 사전 공약(pre-commitment)1 이라고 합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냉전기의 핵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2 을 이 게임에 빗댔습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지금도 치킨 게임의 대표 사례로 인용됩니다.
서바이벌에서 “나는 무조건 배신 누른다, 네가 협력 누르면 그때 나눠 주겠다” 고 선언하는 장면을 기억해 두십시오. 그 수가 통하는 것은 게임이 이 쪽으로 기울어 있을 때입니다. Part 4 에서 실제 게임쇼의 유명한 장면으로 다시 만납니다.
2. 욕심을 빼면 — 사슴 사냥#
2.1 이야기#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든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두 사냥꾼이 각자 사슴을 쫓을지 토끼를 쫓을지 정합니다. 사슴은 둘이 힘을 합쳐야 잡히고, 토끼는 혼자서도 잡힙니다. 사슴 한 마리는 토끼보다 훨씬 값집니다. 그런데 나 혼자 사슴을 쫓는 동안 상대가 토끼를 쫓아 버리면, 나는 빈손입니다.
flowchart LR
H0[" "]:::hdr
H1["상대가 사슴<br/>(협력)"]:::hdr
H2["상대가 토끼<br/>(배신)"]:::hdr
R1["내가 사슴<br/>(협력)"]:::hdr
CC["R = 4<br/>사슴을 나눈다"]
CD["S = 0<br/>빈손"]
R2["내가 토끼<br/>(배신)"]:::hdr
DC["T = 2<br/>토끼 한 마리"]
DD["P = 2<br/>토끼 한 마리"]
H0 ~~~ H1 ~~~ H2
R1 ~~~ CC ~~~ CD
R2 ~~~ DC ~~~ DD
classDef hdr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CC fill:#90EE90,color:#000000
style CD fill:#D3D3D3,color:#000000
style DC fill:#D3D3D3,color:#000000
style DD fill:#87CEEB,color:#000000
순서는 R > T ≥ P > S 입니다. 맨 앞의 두 글자가 뒤집혔습니다. 상대가 협력할 때,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배신하는 편이 나았지만(T > R), 사슴 사냥에서는 나도 협력하는 편이 낫습니다(R > T). 욕심이 사라진 것입니다.
2.2 두려움만 남은 게임#
사슴 사냥의 내쉬 균형도 둘입니다. 둘 다 사슴(초록)과 둘 다 토끼(파랑). 둘 다 사슴이 모두에게 더 좋은 균형이고, 둘 다 토끼는 덜 좋지만 안전한 균형입니다. 게임 이론은 앞의 것을 보수 우월(payoff dominant)3, 뒤의 것을 위험 우월(risk dominant) 균형이라고 부릅니다.
이 게임에서 배신하는 이유는 욕심이 아니라 두려움 하나뿐입니다. 상대가 사슴을 쫓을 것이라고 믿을 수만 있다면, 나도 사슴을 쫓습니다. 그래서 사슴 사냥은 신뢰 게임(assurance game) 이라고도 부릅니다.
2.3 이기는 법 — 말 한마디#
여기서 죄수의 딜레마와 결정적인 차이가 나옵니다. 말로 하는 약속이 통합니다. “나 사슴 쫓을게” 라는 말은, 상대가 그 말을 믿으면 상대도 사슴을 쫓게 만들고, 그러면 나도 실제로 사슴을 쫓는 것이 최선이 됩니다. 약속이 스스로를 지키게 됩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 협력할게” 라고 말한 뒤에도 상대가 협력한다면 나는 배신하는 편이 낫습니다(T > R). 약속을 지킬 이유가 약속 자체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서바이벌 참가자 둘이 “둘 다 협력 누르자” 고 약속하는 장면을 볼 때, 그 게임이 사슴 사냥이면 그 약속은 믿을 만하고, 죄수의 딜레마면 믿을 수 없습니다. 같은 대사가 게임에 따라 무게가 다릅니다.
3. 둘 다 빼면, 혹은 딜레마를 빼면#
나머지 경우는 짧게 정리합니다.
| 순서 | 이름 | 무슨 일이 일어나나 |
|---|---|---|
| T > P > R > S | 교착(deadlock) | 둘 다 배신이 둘 다 협력보다도 낫습니다(P > R). 배신에 아무 미련이 없으니 딜레마가 아닙니다 |
| R > T, S > P | 조화(harmony) | 협력이 언제나 낫습니다. 역시 딜레마가 아닙니다 |
딜레마가 되려면 “둘 다 협력이 둘 다 배신보다 낫다”(R > P) 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거기에 욕심이나 두려움 중 적어도 하나가 있어야 합니다. 둘 다 있으면 죄수의 딜레마, 두려움만 거꾸로면 치킨, 욕심이 없으면 사슴 사냥입니다.
flowchart TD
Q0{"둘 다 협력이<br/>둘 다 배신보다 낫나?<br/>(R > P)"}
Q0 -- "아니오" --> N1["딜레마가 아니다<br/>그냥 배신한다<br/>(교착)"]
Q0 -- "예" --> Q1{"상대가 협력할 때<br/>배신이 더 낫나?<br/>(T > R, 욕심)"}
Q1 -- "아니오" --> Q2{"상대가 배신할 때<br/>배신이 더 낫나?<br/>(P > S, 두려움)"}
Q2 -- "예" --> SH["사슴 사냥<br/>신뢰가 열쇠<br/>약속이 통한다"]
Q2 -- "아니오" --> HA["조화<br/>협력하면 된다"]
Q1 -- "예" --> Q3{"상대가 배신할 때<br/>배신이 더 낫나?"}
Q3 -- "엄격히 낫다 (P > S)" --> PD["죄수의 딜레마<br/>배신이 우월 전략"]
Q3 -- "같다 (P = S)" --> WPD["약한 죄수의 딜레마<br/>스플릿 오어 스틸"]
Q3 -- "아니다 (S > P)" --> CH["치킨 게임<br/>공약이 열쇠"]
style Q0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1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2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3 fill:#D3D3D3,color:#000000
style N1 fill:#555555,color:#dddddd
style HA fill:#555555,color:#dddddd
style PD fill:#FF9999,color:#000000
style WPD fill:#FFD700,color:#000000
style CH fill:#87CEEB,color:#000000
style SH fill:#90EE90,color:#000000
이 그림이 이 시리즈의 판별표입니다. Part 4~6 에서 사례를 볼 때마다 이 그림 위에 올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림 가운데 노란 칸, 아직 설명하지 않은 칸이 하나 있습니다.
4. 등호 하나 — 스플릿 오어 스틸#
4.1 게임쇼가 가장 좋아하는 구조#
텔레비전 게임쇼가 가장 자주 쓰는 “협력/배신” 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영국 ITV 의 『골든 볼스(Golden Balls)』 결승의 이름을 따 스플릿 오어 스틸(Split or Steal)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상금 100 을 걸고 두 사람이 동시에 “나눔(split)” 과 “훔침(steal)” 중 하나를 고릅니다.
flowchart LR
H0[" "]:::hdr
H1["상대가 나눔"]:::hdr
H2["상대가 훔침"]:::hdr
R1["내가 나눔"]:::hdr
CC["R = 50<br/>반씩"]
CD["S = 0<br/>상대가 다 가져간다"]
R2["내가 훔침"]:::hdr
DC["T = 100<br/>내가 다 가져간다"]
DD["P = 0<br/>둘 다 빈손"]
H0 ~~~ H1 ~~~ H2
R1 ~~~ CC ~~~ CD
R2 ~~~ DC ~~~ DD
classDef hdr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CC fill:#90EE90,color:#000000
style CD fill:#FFD700,color:#000000
style DC fill:#D3D3D3,color:#000000
style DD fill:#FFD700,color:#000000
순서는 T > R > P = S 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의 마지막 부등호가 등호 가 되었습니다. 상대가 훔칠 때, 내가 나누든 훔치든 나는 0 입니다.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배신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4.2 무엇이 달라지나#
이 등호 하나로 세 가지가 달라집니다.
훔침은 “약한” 우월 전략입니다. 상대가 나누면 훔치는 편이 낫고(100 > 50), 상대가 훔치면 어느 쪽이든 같습니다(0 = 0). “언제나 낫다” 가 아니라 “나쁘지는 않고, 때로 낫다” 입니다. Part 1 각주에서 말한 약우월입니다.
내쉬 균형이 셋입니다. 둘 다 훔침 외에, “한 사람은 나눔, 한 사람은 훔침” 도 균형입니다. 나눈 쪽이 훔침으로 바꿔도 여전히 0 이라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노란 칸 두 개와 오른쪽 아래 칸이 모두 그렇습니다.
그래서 치킨 게임의 수가 통할 여지가 생깁니다. 한 사람이 “나는 무조건 훔친다” 고 믿게 만들면, 상대에게는 나누든 훔치든 0 입니다. 그 상대가 손해 보지 않는 선택 가운데 상대를 위해 나눔을 고를 이유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예컨대 “끝나고 반을 주겠다” 는 말을 반쯤 믿는다면), 나눔을 고릅니다. 등호가 그 “아주 조금” 의 무게를 결정적으로 만듭니다. 엄밀한 죄수의 딜레마였다면(P > S), 상대가 훔칠 것이 확실할 때 나도 훔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영문 위키백과는 이 구조를 쓴 게임쇼를 여럿 꼽습니다. 미국 GSN 의 『프렌드 오어 포?(Friend or Foe?)』, 영국의 『샤프티드(Shafted)』, 『골든 볼스』, 그리고 『러브 아일랜드』 같은 리얼리티 쇼의 우승 커플 결정 방식까지. Part 4 의 주인공들입니다.
5. 여럿이 하면 — 공공재 게임과 자원봉사자의 딜레마#
서바이벌은 둘이 아니라 열 명, 열두 명이 하는 게임입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죄수의 딜레마는 두 가지 모양으로 늘어납니다.
5.1 공공재 게임 — 다 같이 내면 다 같이 번다#
참가자마다 10 씩 받고, 원하는 만큼 공동 금고에 몰래 넣습니다. 금고에 모인 돈은 1.5 배가 되어 모두에게 똑같이 나뉩니다. 네 명이 모두 10 씩 넣으면 금고는 40, 1.5 배로 60, 각자 15 를 받습니다. 넣지 않았을 때의 10 보다 낫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 넣지 않으면 어떨까요. 세 명이 넣은 30 이 45 가 되고, 넷이 나누니 각자 11.25. 나는 넣지 않은 10 까지 있으니 21.25 입니다. 넣은 사람들은 11.25 입니다. 나 하나만 무임승차하면 나는 크게 이득 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도 넣지 않고 모두 10 을 받습니다. 모두 넣었을 때의 15 보다 못합니다.
구조는 죄수의 딜레마를 여러 명으로 늘린 것과 같습니다. 배율(1.5)이 인원(4)보다 작으면, 내가 넣은 1 은 나에게 0.375 로만 돌아오므로 넣지 않는 것이 늘 낫습니다. 반대로 모두에게는 1 이 1.5 가 되니 넣는 것이 낫습니다.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에 이름 붙인 공유지의 비극 도 같은 구조의 다른 이름입니다.
5.2 자원봉사자의 딜레마 — 한 명만 나서면 된다#
동네 전체가 정전입니다. 누구든 한 명이 전력 회사에 전화하면 모두의 전기가 돌아옵니다. 전화는 조금 귀찮습니다. 아무도 전화하지 않으면 모두가 어둠 속에 있습니다. 한 명만 나서면 나머지는 공짜로 이득을 봅니다.
이것이 자원봉사자의 딜레마 입니다. 공공재 게임과 달리 한 명이면 충분 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을수록 “누군가 하겠지” 가 커집니다. 혼합 전략 균형4에서는 인원이 늘수록 적어도 한 명이 나설 확률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결과가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심리학의 방관자 효과5 와 같은 그림입니다.
서바이벌에서 “누군가 한 명이 희생해 탈락 후보로 나서면 나머지가 산다” 는 장면은 대개 이쪽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라고 자막이 붙어 있어도, 구조로는 자원봉사자의 딜레마인 경우가 많습니다.
6. 서바이벌의 함정 — 상대평가는 딜레마를 지운다#
마지막으로, 서바이벌을 볼 때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을 적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비제로섬 게임6입니다. 둘 다 협력하면 둘 다 좋아집니다(R > P). 그런데 서바이벌의 최종 보상은 대개 순위 입니다. 탈락자 한 명을 가리는 게임에서, 나와 상대가 둘 다 협력해 각자 3점을 받든 둘 다 배신해 각자 1점을 받든, 둘 사이의 순위는 그대로 입니다. 상금이 아니라 “누가 아래인가” 가 걸려 있다면, R 과 P 는 같은 값입니다.
flowchart LR
A["게임 안의 점수<br/>R = 3, P = 1<br/>둘 다 협력이 낫다"] --> B{"최종 보상이<br/>무엇인가?"}
B -- "상금 · 생존 인원이<br/>점수에 따라 늘어난다" --> C["점수가 그대로 보수<br/>죄수의 딜레마가 살아 있다"]
B -- "둘 중 누가<br/>아래인가만 본다" --> D["R 과 P 가 같은 값<br/>딜레마가 사라진다<br/>상대보다 낮지만 않으면 된다"]
style A fill:#D3D3D3,color:#000000
style C fill:#FF9999,color:#000000
style D fill:#87CEEB,color:#000000
이 경우 참가자는 “상대보다 낮지만 않으면” 됩니다. 배신(T 를 노리거나 S 를 피하기)은 상대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가 되고, 협력은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제작진이 딜레마를 살리려면 협력의 결과가 둘의 바깥 에 있어야 합니다. 상금이 불어나거나, 다른 참가자보다 앞서거나, 둘 다 살아남는 길이 생기는 식입니다.
그러니 서바이벌의 “협력/배신” 게임을 볼 때는 판별표(3절)에 들어가기 전에 질문 하나를 먼저 던져야 합니다. 이 점수는 결국 무엇으로 바뀌는가. 이 질문에 따라 같은 행렬이 죄수의 딜레마가 되기도 하고, 아무 고민 없는 제로섬 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마치며#
이번 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부등호 하나가 게임의 이름과 정답을 바꾼다” 입니다.
| 게임 | 순서 | 균형 | 열쇠 |
|---|---|---|---|
| 죄수의 딜레마 | T > R > P > S | 둘 다 배신 하나 | 반복·평판·보수 바꾸기 (Part 3) |
| 약한 죄수의 딜레마 (스플릿 오어 스틸) | T > R > P = S | 셋 | 공약과 설득 (Part 4) |
| 치킨 | T > R > S > P | 한쪽만 배신, 둘 | 핸들을 던지는 공약 |
| 사슴 사냥 | R > T ≥ P > S | 둘 다 협력 · 둘 다 배신 | 신뢰, 말 한마디 |
| 공공재 · 공유지 | 여럿이 하는 죄수의 딜레마 | 아무도 내지 않음 | 규칙·감시·공동체 |
| 자원봉사자의 딜레마 | 한 명이면 충분 | 혼합 | 누가 나설지 정해 주기 |
그리고 서바이벌에서는 그 위에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점수가 무엇으로 바뀌는가. 순위만 걸린 게임에서는 딜레마가 사라집니다.
다음 편은 1절에서 미뤄 둔 질문입니다. 같은 사람과 이 게임을 여러 번 한다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1980년, 한 정치학자가 컴퓨터 프로그램끼리 이 게임을 시켜 본 대회가 그 답의 시작입니다.
| 편 | 주제 |
|---|---|
| Part 1 | 죄수의 딜레마란 무엇인가 |
| Part 2 (이 글) | 닮았지만 다른 게임들 |
| Part 3 | 다시 만난다면 — 반복 게임과 팃포탯 |
| Part 4 | 게임쇼의 딜레마 |
| Part 5 | 한국·일본 서바이벌의 딜레마 |
| Part 6 |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 속 딜레마 |
References#
- Chicken (game) — Wikipedia — 매-비둘기·눈더미, 『이유 없는 반항』, 사전 공약, 러셀과 벼랑 끝 전술
- Stag hunt — Wikipedia —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보수 우월·위험 우월 균형
- Volunteer’s dilemma — Wikipedia — 정전의 예, 인원과 자원 확률, 방관자 효과
- Public goods game — Wikipedia — 공동 금고와 배율
- Tragedy of the commons — Wikipedia — 하딘(1968)
- Prisoner’s dilemma — Wikipedia, “In game shows” — 약한 균형, 같은 보수를 쓴 게임쇼 목록
- Steven Kuhn, Prisoner’s Dilemma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사슴 사냥·치킨·자원봉사자의 딜레마의 순서 조건
사전 공약(pre-commitment):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 선택지를 없애거나 바꿀 수 없게 묶어, 상대에게 내 행동을 믿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셸링이 『갈등의 전략』(1960)에서 체계화했습니다. ↩︎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 파국 직전까지 위험을 끌어올려 상대가 먼저 물러서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1950년대 미국 국무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의 대소련 정책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였습니다. ↩︎
보수 우월 · 위험 우월: 균형이 여럿일 때 고르는 기준입니다. 보수 우월 균형은 모두에게 더 큰 보수를 주는 균형이고, 위험 우월 균형은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를 때 덜 위험한 균형입니다. 사슴 사냥에서는 둘이 갈립니다. ↩︎
혼합 전략(mixed strategy): 여러 선택을 정해진 확률로 섞어 고르는 전략입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셋을 3분의 1씩 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개인이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1964년 뉴욕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계기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
비제로섬(non-zero-sum): 참가자들의 이득을 모두 더한 값이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입니다. 한쪽이 얻은 만큼 다른 쪽이 잃는 제로섬과 달리, 모두가 함께 얻거나 함께 잃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