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1~Part 3 이 이론이었다면, 이번 편부터는 실제 장면입니다. 첫 무대는 텔레비전 게임쇼입니다.

게임쇼가 죄수의 딜레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규칙 설명이 10초면 끝나고, 결과가 공개되는 순간이 그 회의 절정이 되며, 무엇보다 제작비가 싸게 먹힙니다. 둘 다 배신하면 상금이 나가지 않으니까요.

경제학자들도 이 쇼들을 좋아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피실험자에게 몇 만 원을 거는 것이 고작이지만, 게임쇼에서는 낯선 사람 둘이 수천만 원 을 두고 한 번뿐인 결정을 합니다. 실험실이 만들 수 없는 판돈의 자연 실험1 입니다. 이 편은 쇼의 장면과 함께, 그 기록을 분석한 연구들의 숫자를 따라갑니다.

먼저 기억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편에 나오는 쇼는 거의 모두 Part 2 에서 본 약한 죄수의 딜레마, 즉 T > R > P = S 입니다. 둘 다 배신해도, 나만 당해도 0 입니다. 이 등호가 이 편의 모든 장면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1. 처음 — 트러스트 미와 샤프티드 (영국, 2000~2001)#

1.1 트러스트 미 (Channel 4, 2000)#

영국 게임쇼 자료집 UKGameshows 에 따르면, 2000년 12월 채널 4 가 나흘 동안 방송한 『트러스트 미(Trust Me)』가 이 장르의 이른 사례입니다. 진행자는 영국판 『빅 브라더』 1시즌의 악역으로 유명했던 “나스티” 닉 베이트먼이었습니다. 두 팀이 결승에서 나눔과 욕심 중 하나를 고릅니다. 둘 다 나누면 각 팀 £1,000, 한쪽만 욕심을 부리면 그 팀이 £3,000, 둘 다 욕심이면 0 입니다. 이 자료집은 형식이 “게임 이론에서 가져왔다” 고 적습니다.

1.2 샤프티드 (ITV, 2001)#

이듬해 ITV 가 판을 키웠습니다. 2001년 11월 5일 시작한 『샤프티드(Shafted)』입니다. 진행자는 정치인 출신 방송인 로버트 킬로이실크(Robert Kilroy-Silk), 결승에 걸린 돈은 최대 £2,500,000 였습니다. 두 사람은 “share(나눔)” 와 “shaft(뒤통수)” 중 하나를 몰래 고릅니다. 보수는 『골든 볼스』와 같습니다.

『샤프티드』에는 독특한 장치가 하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첫 선택이 시청자에게만 공개된 뒤, 둘이 대화를 나누고 선택을 바꿀 기회 가 주어졌습니다. 시청자는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면서 대화를 지켜보는 셈입니다.

쇼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회를 찍어 4회만 내보내고 폐지됐고, 『펭귄 TV 컴패니언』은 이 쇼를 2000년대 최악의 영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꼽았습니다.

1.3 네덜란드의 샤프티드 — 약속에 관한 첫 연구#

『샤프티드』의 네덜란드판이 2002년 봄에 69회 방송됐습니다. 경제학자 미셸 벨로(Michèle Belot)와 동료들이 이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작업논문에 따르면 판돈은 €380~€26,600 이었고, 나눔을 고른 비율은 43% 였습니다. 둘 다 나눈 회가 19%, 둘 다 가로챈 회가 3분의 1이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약속 이었습니다. 참가자의 40% 가 스스로 나누겠다고 약속했고, 그들은 약속하지 않은 사람보다 나눌 확률이 50%포인트2 높았습니다. 그런데 진행자가 “나누실 거죠?” 라고 물어서 나온 약속은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하는 약속만 의미가 있었습니다.


2. 프렌드 오어 포? (미국 GSN, 2002~2003)#

2.1 신뢰의 상자#

미국 게임쇼 채널 GSN 이 2002년 6월 3일부터 2003년 4월 1일까지 두 시즌 105회를 방송했습니다. 진행자는 MTV VJ 출신의 케네디(Kennedy)입니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퀴즈로 “신뢰 기금” 을 쌓고, 탈락한 팀은 트러스트 박스(Trust Box) 에 들어가 각자 몰래 버튼을 누릅니다. 둘 다 Friend 면 반씩, 한쪽만 Foe 면 Foe 가 전부, 둘 다 Foe 면 둘 다 빈손입니다. 영문 위키백과는 이 보수가 표준 죄수의 딜레마와 달리 “둘 다 배신” 이 약한 균형이고, 죄수의 딜레마와 치킨 게임 사이 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Part 2 의 판별표로는 노란 칸입니다.

2.2 리스트의 자연 실험 (2006)#

시카고대 경제학자 존 리스트(John List)는 이 쇼 39회분, 117판·234명 을 분석해 2006년 『리뷰 오브 이코노믹스 앤드 스태티스틱스』에 실었습니다. 그의 작업논문이 전하는 결과는 이렇습니다.

항목결과
평균 신뢰 기금$3,705
협력(Friend) 비율50%
둘 다 Foe 를 고른 판117판 중 거의 25%, 테이블에 남겨진 돈 약 $100,000
판돈의 효과협력 여부를 유의하게 바꾸지 않음

리스트는 이 50% 가 실험실의 1회성 죄수의 딜레마에서 흔히 보는 협력률보다 높다 고 적었습니다. 수백만 명이 보는 앞에서는 배신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것이 한 가지 해석입니다. Part 1 의 다섯 열쇠 가운데 ③ 남이 보게 한다 입니다.

2.3 두 번째 시즌의 학습#

펠릭스 오버홀처기(Felix Oberholzer-Gee), 조엘 월드포겔(Joel Waldfogel), 매슈 화이트(Matthew White)는 같은 쇼를 더 넓게 보았습니다(2010년 같은 학술지에 게재). 2003년 작업논문 기준으로 315판·630명, Friend 를 고른 비율은 약 45% 였고, 판돈이 $3,000 미만이든 이상이든 거의 같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시즌 사이의 변화 입니다. 개인의 Foe 선택 비율이 1시즌 49% 에서 2시즌 58% 로 올랐습니다. 2시즌 참가자는 1시즌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선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진은 이것을 시청을 통해 배운 조건부 협력3 으로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사람은 배신하더라” 를 텔레비전으로 배워 왔습니다.


3. 골든 볼스 (영국 ITV, 2007~2009)#

3.1 쇼#

『골든 볼스(Golden Balls)』는 2007년 6월 18일부터 2009년 12월 18일까지 ITV 에서 방송된 낮 시간대 게임쇼입니다. 진행자는 코미디언 재스퍼 캐럿(Jasper Carrott), 제작은 엔데몰입니다.

네 명이 시작합니다. 커다란 추첨기에서 £10 부터 £75,000 까지의 금액이 든 공과, 적립된 상금을 10분의 1로 깎는 “킬러” 공이 각자에게 나뉩니다. 참가자는 자기 공 일부를 혼자만 보고 내용을 말로 공개하는데, 거짓말을 해도 됩니다. 그리고 서로를 투표로 떨어뜨립니다. 마지막에 남은 두 사람이 적립된 상금을 두고 스플릿 오어 스틸 을 합니다. 선택하기 전에 잠깐 대화할 시간이 있지만, 그 대화의 약속은 아무것도 구속하지 않습니다.

3.2 세일러의 숫자 (2012)#

훗날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가 네덜란드의 마르테인 판덴아셈(Martijn van den Assem), 데니 판돌더(Dennie van Dolder)와 함께 287회분, 결승 진출자 574명 을 분석해 2012년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실었습니다. 논문 제목은 『스플릿 오어 스틸? 판돈이 클 때의 협력 행동』입니다.

항목결과
적립 상금평균 £13,416, 중앙값 £4,3004 (최소 £2.85, 최대 £100,150)
나눔을 고른 비율52.8%
회차별 결과둘 다 나눔 31%, 한쪽만 훔침 44%, 둘 다 훔침 25%
빈손으로 간 사람결승 진출자의 47% (그래서 받은 상금의 중앙값은 £39)

논문은 이 52.8% 가 실험실의 기존 결과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고 적습니다. 판돈이 수백 배 커져도 사람들은 절반쯤 나눴습니다.

3.3 큰 땅콩 효과#

판돈에 따른 변화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500 이하 에서는 나눔 비율이 73.4% 로 높았고, 판돈이 커질수록 떨어지다가 중간 이상에서는 약 45% 로 평평해졌습니다.

저자들은 여기에 “큰 땅콩(big peanuts)”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500 은 실험실 기준으로는 엄청난 돈이지만, 최대 £100,000 까지 오가는 이 쇼 안에서는 “땅콩” 처럼 보입니다. 그 맥락에서 사람들은 “이 정도면 그냥 착하게 보이자” 를 택합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무엇과 비교되느냐 가 행동을 바꾼다는, 행동경제학다운5 결론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하나 더 있습니다. 방송 초기 회차에서는 그 회에 나올 수 있었던 최대 상금 이 클수록 나눔이 늘었고(두 배가 되면 12%포인트 넘게), 회차가 쌓이면서 이 효과는 사라졌습니다.

3.4 약속, 그리고 약속을 믿지 않는 사람들#

결승 진출자의 53% 가 “나눌게요” 라고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약속한 사람은 약속하지 않은 사람보다 나눌 확률이 약 31%포인트 높았습니다. 논문은 분명한 약속이 그 사람의 선택을 예측하는 가장 믿을 만한 단일 변수 였다고 씁니다.

그런데 반대쪽이 이상했습니다. 상대가 약속했다고 해서 내가 더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논문의 표현으로는 “조건부 협력의 근거가 거의 없다”. 약속은 약속한 사람의 속마음을 꽤 정확히 드러냈지만, 상대는 그것을 믿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보는 있었는데 아무도 쓰지 않은 것입니다.

Part 2 의 판별표로 돌아가 보면 이 결과는 덜 이상합니다. 이 쇼는 사슴 사냥이 아니라 (약한)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상대가 나눌 것이 확실해도 나는 훔치는 편이 돈으로는 낫습니다(T > R). 그러니 “상대가 나눌 것 같다” 는 정보는 나를 나눔 쪽으로 밀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나누는 사람들은 상대를 믿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나누고 싶어서 나눈 셈입니다.

3.5 그 밖의 발견#

  • 보복은 있었다. 앞선 라운드에서 나에게 탈락 표를 던졌던 상대와 결승에서 만나면, 나눌 확률이 약 2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 거짓말은 용서됐다. 결승 진출자의 41% 가 앞선 라운드에서 자기 공에 대해 거짓말을 했지만, 상대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나눔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은 이것을 포커의 블러핑에 빗댑니다. 거짓말은 특정 누군가를 겨눈 공격이 아니라 자기 방어로 받아들여진다는 해석입니다.
  • 젊은 남성이 가장 많이 훔쳤다. 20세 여성에 비해 젊은 남성은 나눌 확률이 22%포인트 낮았습니다. 그런데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나눔이 늘어, 46세부터는 여성보다 유의하게 더 많이 나눴습니다.

3.6 말로 짓는 거짓말#

같은 연구진은 2019년 후속 논문 『말랑한 거짓말(Malleable Lies)』에서 결승 대화의 말투 를 다시 분류했습니다. 초록에 따르면, 훔칠 생각인 사람들은 노골적인 거짓말을 피하고 나중에 “거짓말은 아니었다” 고 해석할 수 있는 말 을 고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조건을 단 말(“네가 나누면 나도…”), 돌려 말하는 말은 협력 가능성이 낮은 쪽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나눌게요” 와 “저는 나누는 사람이에요” 는 다른 말이라는 것입니다.

3.7 £100,150 의 결승#

이 쇼 최대의 판돈은 2008년 3월 방송분의 £100,150 입니다. 논문은 이 회를 “짜릿한” 회차라고 소개합니다. 수습 회계사 세라(Sarah)가 수금원 스티븐(Stephen)에게서 상금 전부를 훔쳤습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라디오랩(Radiolab)』의 2014년 방송 「황금률(The Golden Rule)」에 따르면 스티븐은 거듭 “나는 나눈다” 고 말했고 실제로 나눴습니다.


4. 닉의 수 — “나는 무조건 훔친다”#

4.1 장면#

이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도 『골든 볼스』에서 나왔습니다. 결승에 오른 닉 코리건(Nick Corrigan)과 이브라힘 후세인(Ibrahim Hussein)이 £13,600 을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닉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라디오랩』의 대본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m going to pick the steal ball.” — 닉 코리건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나는 훔치겠다, 대신 쇼가 끝나면 반을 주겠다. 이브라힘은 당황해 화를 냈습니다.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협박이었고, 진행자도 어이없어 했습니다. 닉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공이 열렸습니다. 둘 다 나눔 이었습니다. 각자 £6,800 을 가져갔습니다.

이 클립은 2012년 4월 인터넷에서 퍼지며 “역대 최고의 협상” 으로 회자됐습니다. 이브라힘은 『라디오랩』 인터뷰에서 원래는 훔칠 생각 이었는데 닉의 수에 걸려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4.2 왜 통했나 — 등호가 한 일#

Part 2 에서 미리 짚어 둔 그대로입니다. 닉이 “나는 훔친다” 고 이브라힘이 믿게 되면, 이브라힘의 보수는 이렇게 됩니다.

flowchart LR
    H0[" "]:::hdr
    H1["닉이 정말 훔친다면<br/>(이브라힘이 믿은 것)"]:::hdr
    R1["이브라힘 나눔"]:::hdr
    A["방송에서 0<br/>+ 닉의 약속(반)이<br/>지켜질 가능성"]
    R2["이브라힘 훔침"]:::hdr
    B["방송에서 0<br/>약속도 사라진다"]
    H0 ~~~ H1
    R1 ~~~ A
    R2 ~~~ B
    classDef hdr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A fill:#90EE90,color:#000000
    style B fill:#FF9999,color:#000000

방송 안의 돈만 보면 두 칸이 같습니다. P = S = 0 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남는 차이는 방송 밖에 있는 것뿐입니다. 닉의 사후 약속, 그리고 수백만 시청자 앞에서 “착한 쪽” 으로 남는 것. 닉은 이브라힘에게서 배신으로 얻을 것을 모두 빼앗고, 나눔에 작은 이득을 하나 붙였습니다. 이브라힘에게 남은 합리적 선택은 나눔뿐이었습니다.

엄밀한 죄수의 딜레마(P > S)였다면 이 수는 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대가 확실히 훔친다면, 나도 훔쳐 처벌(P)을 받는 편이 호구(S)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닉의 수는 등호 하나 위에 서 있었습니다. Part 2 의 치킨 게임에서 본 “핸들을 뽑아 던지는” 사전 공약과 같은 계열의 수이지만, 닉은 핸들을 실제로 던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만 했고, 마지막에 자기도 나눔을 골랐습니다.

4.3 닉은 왜 나눔을 골랐나#

닉 자신의 선택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브라힘이 닉의 말에 넘어가 나눈다면, 닉이 훔치면 £13,600 을 다 받고 그중 반을 줘야 하고(약속을 지킨다면), 닉이 나누면 그냥 반입니다. 결과는 같습니다. 이브라힘이 끝내 훔친다면 닉은 어느 쪽이든 0 입니다. 그러니 닉에게 나눔은 잃을 것이 없는 선택이었고, 방송 뒤에 돈을 건네는 번거로움과 약속을 깰 유혹을 없애 주는 선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는 “둘 다 나눔” 을 노렸고, “훔친다” 는 그 칸으로 상대를 몰기 위한 말이었던 셈입니다.


5. 리얼리티 쇼로 — 트레이터스와 그 밖의 것#

게임쇼의 스플릿 오어 스틸은 2010년대 이후 리얼리티 쇼의 결승으로 옮겨 갔습니다.

쇼결승 규칙결과·특징
『테이크 잇 올(Take It All)』 (미국 NBC, 2012)“내 것만 갖기(Keep Mine)” 대 “다 가져가기(Take It All)”. 둘 다 Keep 이면 각자 자기 상품, 한쪽만 Take 면 그쪽이 둘 다, 둘 다 Take 면 둘 다 빈손진행 하위 맨델. 공동 금고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을 지키는 구조라는 점이 다르다
『더 페르라더르스(De Verraders)』 (네덜란드 RTL 4, 2021) 시즌 1결승 두 사람이 “트라우(충성)” 와 “페르라트(배신)” 를 씀. 둘 다 충성이면 나눔, 한쪽만 배신이면 그쪽이 전부. 위키백과에 따르면 둘 다 배신이면 3위가 전부둘 다 충성을 골라 나눴다. 전 세계 『트레이터스』 시리즈의 원조
『트레이터스 오스트레일리아』 시즌 2 (2023년 9월 10일 결승)배신자 셋이 함께 결승에 올라 “나눔/훔침”. 모두 나누면 셋이 나누고, 일부가 훔치면 훔친 사람끼리 나누고 나눈 사람은 0, 셋 다 훔치면 아무도 못 받음셋 다 훔쳤다. 시즌 우승자가 없었다. 위키백과는 상금을 $208,000 으로 적는다
『트레이터스』 영국판 (BBC, 2022~)남은 사람 전원이 “게임을 끝낸다” 에 만장일치 해야 끝나고, 그때 배신자가 하나라도 있으면 배신자가 전부죄수의 딜레마가 아니라 만장일치와 정보 의 게임
『러브 아일랜드』 영국판 우승 커플봉투 하나에 £50,000. 그 봉투를 받은 사람이 나눌지 혼자 가질지 정한다한 사람만 고르는 독재자 게임6 이다. 상대에게는 선택이 없다

마지막 두 줄을 일부러 넣었습니다. 영문 위키백과는 『러브 아일랜드』를 죄수의 딜레마 보수를 쓴 쇼로 함께 묶지만, 한 사람만 결정하면 그것은 딜레마가 아닙니다. 『트레이터스』 영국판의 결승도 언론에서 흔히 “딜레마” 라 불리지만 구조는 다릅니다. Part 2 의 판별표에 올려 보면 이렇게 걸러집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즌 2 의 결말은 이 편의 숫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골든 볼스』에서 둘 다 훔친 회가 25% 였습니다. 셋이 되면 “적어도 한 사람은 나누겠지” 가 더 어려워집니다. 셋 다 훔칠 경우를 피하려면 누군가 한 사람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Part 2 의 자원봉사자의 딜레마에서 본 것처럼 사람이 많을수록 그 “누군가” 는 나서지 않습니다.


6. 게임쇼가 가르쳐 준 것#

이 편의 숫자들을 모으면 다섯 가지가 남습니다.

  1. 판돈이 커져도 사람들은 절반쯤 나눈다. 『프렌드 오어 포?』 50%, 『골든 볼스』 52.8%, 네덜란드 『샤프티드』 43%. 이론의 “모두 배신” 과는 거리가 멉니다.
  2. 판돈은 작을 때만 중요하다. 큰 판돈 사이에서는 협력률이 거의 평평했고, 작은 판돈은 “큰 땅콩” 이 되어 오히려 협력을 끌어올렸습니다.
  3. 약속은 나를 드러내지만 상대를 움직이지 못한다. 자발적인 약속은 약속한 사람의 선택을 잘 예측했지만, 그 약속을 들은 사람은 더 협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하는 약속, 돌려 말하지 않는 약속만 의미가 있었습니다.
  4. 사람들은 보고 배운다. 앞 시즌을 본 참가자들은 더 많이 배신했고, 상대를 가려 협력했습니다.
  5. 등호 하나가 협상의 판을 연다. 둘 다 배신해도, 나만 당해도 0 이라는 규칙 덕에 닉 코리건의 “나는 무조건 훔친다” 가 통했습니다. 엄밀한 죄수의 딜레마였다면 통하지 않았을 수입니다.

다음 편은 한국과 일본입니다. 서구 게임쇼의 결승이 대개 한 번짜리 스플릿 오어 스틸이었다면, 『라이어 게임』과 『더 지니어스』, 『더 커뮤니티』는 이 게임을 여러 명으로, 여러 번, 연합과 함께 굴렸습니다. Part 3 에서 본 반복과 연합이 화면 위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봅니다.

편주제
Part 1죄수의 딜레마란 무엇인가
Part 2닮았지만 다른 게임들
Part 3다시 만난다면 — 반복 게임과 팃포탯
Part 4 (이 글)게임쇼의 딜레마
Part 5한국·일본 서바이벌의 딜레마
Part 6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 속 딜레마

References#

쇼#

연구#

그 밖#



  1.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 연구자가 조건을 직접 만들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우연히 실험과 비슷한 조건이 생긴 상황을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게임쇼는 규칙이 고정되어 있고 기록이 남아 자연 실험의 좋은 재료가 됩니다. ↩︎

  2. %포인트(percentage point): 비율끼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협력률이 40% 에서 50% 가 되면 “10%포인트” 오른 것이고, “25% 올랐다” 와는 뜻이 다릅니다. ↩︎

  3. 조건부 협력(conditional cooperation): 상대가 협력할 것이라고 기대할 때 나도 협력하는 경향입니다. 실험경제학에서 사람들의 협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성향입니다. ↩︎

  4. 중앙값(median): 값을 크기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의 값입니다. 몇몇 아주 큰 값에 끌려가는 평균과 달리, “보통의 경우” 를 더 잘 보여 줍니다. ↩︎

  5.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사람이 늘 합리적으로 계산한다고 가정하는 대신, 실제 사람의 판단 습관(기준점, 손실 회피, 맥락 효과 등)을 경제 분석에 넣는 분야입니다. 세일러는 이 공로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

  6.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 한 사람이 돈을 어떻게 나눌지 혼자 정하고, 다른 사람은 거절도 못 하고 받기만 하는 게임입니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거절권을 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