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Part 6: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 속 딜레마 — 다크 나이트의 두 배는 정말 죄수의 딜레마였나
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이 글은 각 작품의 결말을 가리지 않고 씁니다.
들어가며#
Part 4 와 Part 5 는 사람이 실제로 고르는 게임이었습니다. 이번 편은 작가가 결과를 정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보는 각도가 조금 다릅니다. 영화와 드라마가 죄수의 딜레마를 쓸 때 궁금한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협력했나” 가 아니라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이 구조를 골랐나”, 그리고 “그 구조가 정말 죄수의 딜레마인가” 입니다.
뒤쪽 질문부터 답하면,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두 장면은 엄밀히 말해 죄수의 딜레마가 아닙니다. 그 이유를 따져 보는 것이 이 편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정말로 교과서 그대로인 작품들입니다.
1. 다크 나이트 (2008) — 두 척의 배#
1.1 장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후반부, 조커는 고담을 떠나는 두 척의 페리에 폭탄을 싣습니다. 한 배에는 시민이, 다른 배에는 죄수가 탔습니다. 각 배에는 상대 배 의 폭탄을 터뜨리는 기폭 장치가 하나씩 있습니다. 조커는 방송으로 규칙을 알립니다. 자정이 되면 둘 다 날려 버리겠다, 다만 먼저 상대 배를 터뜨리는 쪽은 살려 주겠다.
시민의 배는 투표를 하고, 다수가 터뜨리자는 쪽에 표를 던지지만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못합니다. 죄수의 배에서는 한 덩치 큰 죄수가 교도관에게서 기폭 장치를 받아 창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어느 배도 누르지 않았고, 배트맨이 자정 전에 조커를 막습니다.
1.2 조커의 규칙대로라면 죄수의 딜레마가 아니다#
이 장면은 “죄수의 딜레마의 대표적인 영화 장면” 으로 자주 소개됩니다. 한국경제신문의 「시네마노믹스」(2014)도 이 장면을 죄수의 딜레마로 풀며, 버튼을 누르는 것을 우월 전략으로 설명했습니다. 영문 위키백과의 죄수의 딜레마 문서도 이 장면을 “느슨하게 바탕을 둔” 사례로 듭니다.
그런데 조커가 말한 규칙만으로 보수를 적으면 이렇습니다. 생존만을 보수로 놓습니다.
flowchart LR
H0[" "]:::hdr
H1["상대 배가 참는다"]:::hdr
H2["상대 배가 누른다"]:::hdr
R1["우리 배가 참는다"]:::hdr
CC["자정에<br/><b>둘 다 죽는다</b>"]
CD["우리만 죽는다"]
R2["우리 배가 누른다"]:::hdr
DC["우리만 산다"]
DD["먼저 누른 쪽이 산다"]
H0 ~~~ H1 ~~~ H2
R1 ~~~ CC ~~~ CD
R2 ~~~ DC ~~~ DD
classDef hdr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CC fill:#FF9999,color:#000000
style CD fill:#FF9999,color:#000000
style DC fill:#90EE90,color:#000000
style DD fill:#FFD700,color:#000000
Part 1 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등호는 R > P, 즉 “둘 다 협력하는 것이 둘 다 배신하는 것보다 낫다” 였습니다. 이 게임에서 둘 다 참으면(협력하면) 둘 다 죽습니다. 가장 나쁜 결과입니다. 협력의 칸이 초록이 아니라 붉은색입니다. 그러니 이것은 죄수의 딜레마가 아닙니다. 누르는 것이 (약하게) 우월하고, 실제 긴장은 동시 선택이 아니라 누가 먼저 누르느냐 의 경주입니다.
독일 예나대의 훔머트(S. Hummert)와 동료들이 이 장면을 게임 이론으로 분석한 논문(2010)의 초록도 같은 말을 합니다. 이 게임은 “언제나 죄수의 딜레마인 것은 아니며” 평화롭게 끝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마이클 앨런(Michael A. Allen)은 개봉 직후 블로그에서, 조커가 게임을 잘못 설계했다 고 썼습니다. 사람들이 수백 명을 죽이는 일에 매기는 도덕적 비용, 배트맨이 개입하리라는 믿음, 투표로 정하는 것과 혼자 정하는 것의 차이를 조커가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3 놀런이 말한 것#
그러니 이 장면이 보여 주는 것은 죄수의 딜레마의 “해법” 이 아니라, 조커가 짠 보수 행렬이 사람들의 실제 보수가 아니었다 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존만 세지 않았습니다. 수백 명을 죽이는 일에는 생존을 넘는 값이 매겨져 있었습니다. Part 1 의 다섯 열쇠로 말하면 ⑤ 상대를 나로 여긴다 가 보수를 바꿔 버렸습니다. 기폭 장치를 창밖으로 던진 죄수의 행동은 Part 2 의 치킨 게임에서 본 핸들을 뽑아 던지는 공약과 모양이 같습니다. 다만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를 수 없게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2. 뷰티풀 마인드 (2001) — 금발 장면의 오해#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에서 젊은 존 내쉬는 술집에서 친구들과 금발의 여성과 그 친구들을 보며 “애덤 스미스는 수정이 필요하다” 고 말합니다. 모두가 금발에게 가면 서로 방해해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고, 그 친구들도 “두 번째 선택” 이 된 것에 기분이 상한다. 그러니 아무도 금발에게 가지 말고 모두 친구들에게 가자. 영화는 이 깨달음을 내쉬 균형의 탄생처럼 그립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장면을 내쉬 균형의 반례 로 수업에 씁니다. 모두가 금발을 포기하기로 했다면, 그 상황에서 각자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혼자 금발에게 가는 것 입니다. 남은 사람이 아무도 경쟁하지 않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선택을 바꾸지 않을 때 나 혼자 바꿔 이득을 볼 수 있다면, Part 1 의 정의대로 그것은 균형이 아닙니다. 미국 경제교육재단(FEE)의 산디 이케다(Sandy Ikeda)는 2002년 글에서 이 전략들이 “서로를 강화하지 않는다” 고 지적했고, 버지니아대의 앤더슨(Simon Anderson)과 엔거스(Maxim Engers)는 같은 해 작업논문에서 이 상황의 실제 균형을 계산했습니다. 순수 전략 균형에서는 정확히 한 사람 이 금발에게 갑니다.
이 장면은 죄수의 딜레마도 아닙니다. 모두가 같은 곳에 몰리면 손해인 혼잡·반조정 게임1 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바로잡아 두면, 내쉬는 죄수의 딜레마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Part 1 에서 본 대로 1950년 RAND 의 플러드와 드레셔가 설계했고, 내쉬의 지도교수였던 터커가 죄수 이야기를 붙였습니다.
3. 교과서 그대로 — 제로 이스케이프: 선의 마지막 보상 (2012)#
정말로 죄수의 딜레마를 보수까지 그대로 옮긴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비디오 게임에 있습니다. 우치코시 고타로(打越鋼太郎)가 감독과 각본을 맡고 춘소프트가 개발해 2012년 2월 16일 일본, 10월 23일 북미에 나온 어드벤처 게임 『제로 이스케이프: 선의 마지막 보상(Virtue’s Last Reward)』의 앰비덱스 게임(Ambidex Game) 입니다.
아홉 명이 정체불명의 시설에 갇히고, 손목에는 점수(BP)가 표시되는 팔찌가 채워집니다. 모두 3점 에서 시작해, 두 진영이 각자의 부스에서 ALLY(협력) 와 BETRAY(배신) 중 하나를 고릅니다.
flowchart LR
H0[" "]:::hdr
H1["상대 ALLY"]:::hdr
H2["상대 BETRAY"]:::hdr
R1["나 ALLY"]:::hdr
CC["R = +2<br/>둘 다 +2"]
CD["S = −2"]
R2["나 BETRAY"]:::hdr
DC["T = +3"]
DD["P = 0<br/>둘 다 그대로"]
H0 ~~~ H1 ~~~ H2
R1 ~~~ CC ~~~ CD
R2 ~~~ DC ~~~ DD
classDef hdr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CC fill:#90EE90,color:#000000
style CD fill:#D3D3D3,color:#000000
style DC fill:#FFD700,color:#000000
style DD fill:#FF9999,color:#000000
T(+3) > R(+2) > P(0) > S(−2) 이고, 2R(4) > T + S(1) 입니다. Part 1 의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엄밀한 반복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두 개의 문턱이 붙습니다. 9점 이 되면 9번 문으로 탈출할 수 있고, 0점 이 되면 팔찌가 독을 주사해 죽습니다.
이 문턱이 게임을 Part 3 의 이론보다 잔인하게 만듭니다. 세 판 연속 모두 협력하면 모두가 3 → 5 → 7 → 9 로 함께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점 이하인 사람에게 호구(S = −2)는 죽음 입니다. 그리고 9점에 먼저 닿은 사람은 문을 열고 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두고 갈 수 있습니다. 끝이 보이는 순간 배신의 유혹이 커지는 종반 효과를, 게임은 “문” 이라는 장치로 만들었습니다. 위키백과는 개발진이 이 게임에 담고자 한 뜻을, 논리적인 결정이 참가자를 집단으로도, 개인으로도 해친다는 점이라고 전합니다. 2016년 후속작 『제로 이스케이프: 시간의 딜레마』에도 비슷한 장치가 작게 등장합니다.
4. 대사로 설명하는 딜레마 — 단간론파, 넘버스#
4.1 단간론파: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2010)#
고다카 가즈타카(小高和剛)가 각본을 쓴 스파이크(현 스파이크 춘소프트)의 『단간론파』에서, 학생들은 “다른 학생을 죽이고 들키지 않으면 졸업” 이라는 규칙의 학원에 갇힙니다. 1장에서 학원장 모노쿠마가 살인의 “동기” 를 나눠 준 직후, 학생 셀레스(셀레스티아 루덴베르크)가 이 상황을 이렇게 부릅니다. 영어판 대사입니다.
“It is the classic ‘prisoner’s dilemma.’” — 셀레스, 『단간론파』 영어판
그는 전쟁 직전의 두 나라를 예로 듭니다. 둘 다 평화를 원하지만 상대를 믿지 못해 무장을 내려놓지 못하고, 결국 보이지 않는 배신에 대한 두려움 이 안정의 가장 큰 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Part 1 의 안보 딜레마2 그대로입니다.
셀레스의 설명은 정확합니다. 다만 학원 전체의 구조는 조금 다릅니다. 아무도 죽이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최선이고, 상대가 죽이지 않는다면 나도 죽일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단 한 명의 배신자에 대한 두려움 입니다. Part 2 로 보면 이것은 욕심보다 두려움이 움직이는 사슴 사냥 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살인을 막는 것은 규칙이 아니라, 서로를 믿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4.2 넘버스, 「더티 밤」 (2005)#
미국 CBS 의 수학 수사극 『넘버스(Numb3rs)』 1시즌 10화 「더티 밤(Dirty Bomb)」(2005년 4월 22일)에서, 수학자 찰리는 방사성 폐기물 탈취범 세 명에게 죄수의 딜레마를 직접 설명해 한 명이 자백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코넬대 수학과가 정리한 이 시리즈의 수학 해설 페이지가 이 에피소드의 수학 주제로 죄수의 딜레마와 삼각 측량을 듭니다. 수사 드라마의 신문 장면은 죄수의 딜레마의 원래 무대인 만큼, 이 장면은 이론의 고향으로 돌아간 장면이기도 합니다.
같은 계열로, CBS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2시즌 12화의 제목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2013)입니다. 주인공이 다른 용의자 셋과 함께 구금되고, 수사관이 넷을 따로 신문하며 “양복 입은 남자” 가 누구인지 가려내려 합니다. 다만 극 중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설명하지는 않고, 따로 신문하는 구도를 제목으로 빌린 쪽입니다.
5. 같은 나와 싸운다 — 릭 앤 모티, 「모티플리시티」 (2021)#
성인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 5시즌 2화 「모티플리시티」에서, 릭이 만들어 둔 가족의 복제 미끼 들이 서로를 진짜 가족을 노리는 적으로 여기고 사냥을 시작합니다. 위키백과의 줄거리 요약은 이 상황을, 미끼 가운데 하나라도 다른 미끼를 죽이기로 하면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죄수의 딜레마에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상대가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복제본이라면? 인지과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는 이런 상대라면 “내가 협력하면 상대도 협력한다” 는 것을 알기에 협력해야 한다는 초합리성(superrationality)3 을 주장했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미끼들은 정확히 서로의 복제본인데도 먼저 쏩니다. 상대가 나와 같다면, 상대도 먼저 쏘려 할 것 이기 때문입니다. 초합리성이 아니라 선제공격의 공포 가 이긴 장면입니다. 이것은 1절의 다크 나이트, Part 3 의 참호와 함께, 같은 구조가 얼마나 다른 결말을 낼 수 있는지 보여 줍니다.
6. 치킨 게임과 핵 — 이유 없는 반항, 풋루즈,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워게임#
Part 2 의 치킨 게임은 죄수의 딜레마만큼 영화에 자주 나옵니다.
『이유 없는 반항』(1955). 제임스 딘이 출연한 이 영화의 “치키 런” 은 두 차가 절벽 을 향해 달리고, 먼저 뛰어내리는 쪽이 겁쟁이가 되는 경주입니다. 상대 차의 소매가 문손잡이에 걸려 뛰어내리지 못하고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영문 위키백과는 이 장면을 벼랑 끝 전술의4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의 예로 듭니다. 모두가 합리적이어도 사고 하나가 최악을 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두 차가 서로를 향해 달리지 않으므로 표준 치킨 게임보다는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의 경주에 가깝고, 위키백과도 오늘날 표준이 된 것은 러셀이 묘사한 정면충돌 판본이라고 적습니다.
『풋루즈』(1984). 트랙터로 하는 치킨 게임에서 주인공 렌의 신발 끈이 페달에 걸려 뛰어내리지 못하고, 그래서 이깁니다. 영문 위키백과가 짚는 대로 『이유 없는 반항』의 반대 장면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사전 공약, Part 2 의 “핸들을 뽑아 던진” 상태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스탠리 큐브릭의 이 블랙 코미디에서 소련은 공격받으면 자동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둠스데이 머신 을 만들어 둡니다. 완벽한 공약 장치입니다. 그런데 소련은 그것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비밀로 한 둠스데이 머신은 의미가 없습니다. 치킨 게임의 공약은 상대가 알 때만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칭찬했던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은 공약과 억지력 연구로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워게임』(1983). 핵전쟁 시뮬레이션 컴퓨터 WOPR 은 틱택토를 스스로와 끝없이 두며 언제나 비기는 것을 보고, 모든 핵전쟁 시나리오를 돌린 뒤 결론을 내립니다. “이상한 게임이다. 이기는 유일한 수는 두지 않는 것이다.” 틱택토는 승패가 정해진 제로섬 게임이고 핵전쟁은 모두가 지는 게임이라 엄밀한 비유는 아니지만, 상호확증파괴5 의 허무를 이만큼 짧게 말한 대사도 드뭅니다.
7. 공유지와 “아무도 배신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더 플랫폼』(2019).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El hoyo)』에서 음식은 수직 감옥의 맨 위층부터 한 층씩 내려가고, 위층 사람들이 먹고 남긴 것만 아래로 갑니다. 모두가 자기 몫만 먹으면 맨 아래까지 닿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Part 2 의 공유지의 비극 을 층으로 세운 것입니다. 수감자들은 한 달마다 무작위로 층이 바뀝니다. 다음 달에 내가 아래층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층에서는 먹어 치웁니다. Part 3 의 “다시 만난다면” 이 통하지 않는 반복입니다. 상대가 매번 바뀌기 때문입니다.
『배틀 로얄』(소설 1999). 다카미 고슌(高見広春)의 원작 소설에서, 24시간 동안 아무도 죽지 않으면 모든 학생의 목걸이가 터집니다. 『다크 나이트』의 두 배와 같은 설계입니다. “아무도 배신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는 규칙은 협력의 칸을 붉게 칠해 죄수의 딜레마를 지우고, 그 자리에 먼저 쏘는 사람이 사는 게임을 놓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공포는 죄수의 딜레마가 아니라 협력이 처음부터 불가능하게 짜인 판에서 나옵니다. Part 5 에서 『오징어 게임』의 여러 장면을 두고 한 말과 같습니다.
8. 직접 해 보기 — 신뢰의 진화#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를 읽고 직접 해 보고 싶은 분께 하나를 권합니다. 인디 개발자 니키 케이스(Nicky Case)가 2017년에 만든 웹 게임 『신뢰의 진화(The Evolution of Trust)』 입니다. 동전 기계 앞에서 반복 죄수의 딜레마를 직접 두고, 팃포탯·늘 배신·늘 협력 같은 전략들을 대회에 붙여 보고, 실수가 끼어들면 무엇이 바뀌는지를 손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art 3 의 액설로드 대회를 30분짜리 체험으로 만든 것입니다.
9. 여섯 편을 한 장으로#
이 시리즈에서 만난 장면들을 Part 2 의 판별표에 모두 올리면 이렇게 나뉩니다.
| 구조 | 조건 | 이 시리즈에서 만난 장면 |
|---|---|---|
| 죄수의 딜레마 | T > R > P > S | 터커의 두 죄수, 『제로 이스케이프』 앰비덱스 게임, 『라이어 게임』 에덴의 동산(N명), 『단간론파』 셀레스의 안보 딜레마, 군비 경쟁 |
| 약한 죄수의 딜레마 | T > R > P = S | 『골든 볼스』, 『프렌드 오어 포?』, 『샤프티드』, 『트레이터스』 결승들, 『더 커뮤니티』 딜레마 게임(비대칭) |
| 반복 죄수의 딜레마 | + 2R > T + S, 다시 만남 | 액설로드 대회, 1차 대전 참호, 『카이지』 「구출」(순차형) |
| 공공재 · 공유지 | 여럿, 무임승차가 이득 | 『더 지니어스』 콩의 딜레마, 『토모다치 게임』 우정의 감옥, 『라이어 게임』 입찰 포커(카르텔), 『더 플랫폼』, 기후 |
| 사슴 사냥 | R > T ≥ P > S | 『단간론파』의 학원 전체, 『아리스 인 보더랜드』 ♥J |
| 치킨 · 벼랑 끝 | T > R > S > P | 『이유 없는 반항』, 『풋루즈』,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쿠바 미사일 위기, 닉 코리건의 “나는 훔친다” |
| 자원봉사자의 딜레마 | 한 명이면 충분 | 『오징어 게임』 유리 다리 |
| 협력하면 모두 죽는다 | R 이 최악 | 『다크 나이트』 두 배(조커의 규칙대로), 『배틀 로얄』 24시간 규칙, 『릭 앤 모티』 미끼들 |
| 제로섬 | 협력의 칸이 없다 |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 넷플릭스 『데스게임』 |
| 균형이 아니다 | — | 『뷰티풀 마인드』 금발 장면 |
마치며 — 시리즈를 닫으며#
이번 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작품이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르는 장면의 절반은 다른 게임이었고, 그 차이가 작품이 말하려는 것을 오히려 더 잘 보여 준다” 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협력하면 모두 죽는 판을 짜 놓고, 사람들이 생존보다 큰 값을 매긴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뷰티풀 마인드』의 장면은 균형이 아니었고, 『제로 이스케이프』는 교과서 그대로의 행렬에 죽음의 문턱을 붙였습니다.
여섯 편을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 편 | 한 문장 |
|---|---|
| Part 1 | 욕심과 두려움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각자 옳은 선택이 모두를 망친다 — T > R > P > S |
| Part 2 | 부등호 하나가 게임의 이름과 정답을 바꾸고, 순위만 걸린 서바이벌에서는 딜레마가 사라진다 |
| Part 3 | 다시 만날 가능성이 협력을 만들고, 그 가능성이 줄어드는 곳에서 배신이 돌아온다 |
| Part 4 | 판돈이 커져도 사람들은 절반쯤 나눴고, 등호 하나가 “나는 훔친다” 는 협상을 가능하게 했다 |
| Part 5 | 한국·일본 서바이벌은 딜레마를 여럿이, 여러 번, 연합과 처벌을 붙여 굴렸다 |
| Part 6 (이 글) | 작품 속 “죄수의 딜레마” 의 절반은 다른 게임이었고, 그 차이가 작품의 말이었다 |
서바이벌을 보다가 다시 “협력/배신” 버튼이 나오면, 이 시리즈의 질문 세 개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네 칸의 순서는 무엇인가. 다시 만나는가. 점수는 결국 무엇으로 바뀌는가. 이 셋이면 그 게임이 정말 죄수의 딜레마인지, 그리고 참가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대개 보입니다.
References#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 The Dark Knight — Wikipedia — 두 배 장면
- S. Hummert, S. Schuster & C. Hummert, “Batman – The Dark Knight: A Game Theoretical Approach” (예나대, 2010) — “언제나 죄수의 딜레마는 아니다”
- Michael A. Allen, The Dark Knight, Quantitative Peace (2008-07) — 조커의 잘못된 게임 설계
- 한국경제신문 생글생글, 「시네마노믹스」 다크 나이트 (2014-03) — 죄수의 딜레마로 읽은 국내 해설
- Sandy Ikeda, A Beautiful Movie, Lousy Economics, FEE (2002) — 금발 장면이 균형이 아닌 이유
- S. Anderson & M. Engers, “A Beautiful Blonde: a Nash coordination game”, 버지니아대 작업논문 (2002)
- Cornell University, Numb3rs 110: Dirty Bomb — 에피소드의 수학
- List of Person of Interest episodes — Wikipedia — 2시즌 12화 「Prisoner’s Dilemma」
- Mortyplicity — Wikipedia — 『릭 앤 모티』 5시즌 2화
- Chicken (game) — Wikipedia — 『이유 없는 반항』, 『풋루즈』, 러셀
- Dr. Strangelove — Wikipedia · Thomas Schelling — Wikipedia
- WarGames — Wikipedia
- The Platform (film) — Wikipedia
- Battle Royale (novel) — Wikipedia — 24시간 규칙
게임#
- Zero Escape: Virtue’s Last Reward — Wikipedia — 발매일, 앰비덱스 게임 규칙, 개발 의도
- Let’s Play Archive, Danganronpa: Trigger Happy Havoc, Update 14 — 셀레스의 대사(공식 영어판)
- Nicky Case, The Evolution of Trust (2017)
- Prisoner’s dilemma — Wikipedia, “In fiction”
반조정 게임(anti-coordination game): 서로 다른 선택을 할 때 이득을 보는 게임입니다. 모두가 같은 식당, 같은 길로 몰리면 손해인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 한 나라가 자기 안전을 위해 군비를 늘리면 상대국이 위협을 느껴 맞무장하고, 결국 양쪽 모두 덜 안전해지는 상황입니다. Part 1 의 7절에서 다뤘습니다. ↩︎
초합리성(superrationality):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1983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칼럼에서 제안한 개념입니다. 모든 참가자가 똑같이 합리적이라면 결국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니, 모두에게 가장 좋은 같은 선택(협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 파국 직전까지 위험을 끌어올려 상대가 먼저 물러서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1950년대 미국 국무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의 대소련 정책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였습니다. ↩︎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어느 쪽이 먼저 핵공격을 해도 상대의 보복으로 양쪽이 모두 파괴된다는 것이 확실하면, 아무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냉전기의 억지 논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