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리 딜레마 Part 2: 변형들 — 육교, 고리, 장기 이식, 그리고 직관을 움직이는 손잡이
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1 에서 트롤리 딜레마의 진짜 질문은 “전환기를 당길 것인가” 가 아니라 “결과가 같은 상황에서 왜 우리의 판단이 갈리는가” 라고 했습니다. 방관자는 당겨도 되는 것 같고, 육교의 남자는 밀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철학자들은 이 차이의 원인을 찾으려고 이야기를 조금씩 바꿔 왔습니다. 선로를 구부리고, 사람을 바꾸고, 밀기 대신 버튼을 놓았습니다. 그렇게 생긴 변형들이 너무 많아져 “트롤리학(trolleyology)” 이라는 농담 섞인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영문 위키백과는 이 문헌의 특징을 “점점 더 다채롭고 점점 더 터무니없어지는 대안 시나리오들” 이라고 적습니다.
이 편은 그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모아, 무엇이 판단을 움직이는지 손잡이 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그 손잡이로 서바이벌과 게임의 희생 장면을 읽을 분류 흐름도를 만듭니다. 죄수의 딜레마 시리즈의 Part 2 가 보수의 순서로 게임을 갈랐다면, 이번에는 희생이 일어나는 방식 으로 장면을 가릅니다.
1. 숫자는 같은데 답이 다르다#
먼저 숫자부터 봅니다. 한국어 위키백과 「광차 문제」 문서는 하버드대 생물학자 마크 하우저(Marc Hauser)의 온라인 조사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5,000명 이상이 답한 테스트에서 각 판본을 “허용된다” 고 답한 비율입니다.
| 판본 | 무엇을 하나 | 허용된다 |
|---|---|---|
| 방관자 | 전환기를 돌려 전차를 한 명이 있는 옆 선로로 보낸다 | 89% |
| 육교 | 육교 위의 몸집 큰 사람을 밀어 떨어뜨려 전차를 멈춘다 | 11% |
| 고리 ① | 옆 선로가 다섯 앞에서 본선과 다시 합류 한다. 옆 선로의 몸집 큰 사람에게 부딪혀야 전차가 멈춘다 | 56% |
| 고리 ② | 같은 고리 선로인데, 전차를 멈추는 것은 쇳덩이 이고 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 72% |
어느 판본이든 죽는 사람은 한 명, 사는 사람은 다섯입니다. 그런데 허용률은 89% 에서 11% 까지 오르내립니다. 위키백과는 응답자의 교육 정도, 종교, 민족이 결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응답자 500명 가운데 70% 는 자기가 왜 그렇게 답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차이를 느끼지만, 그 차이를 말로 하지는 못합니다.
(하우저는 이후 2010년대 초 하버드대의 조사에서 연구 부정이 인정되어 대학을 떠났습니다. 위의 수치는 그 이전 조사로, 트롤리 문헌에서 널리 인용되어 온 것입니다. 비슷한 경향은 Part 3 에서 볼 다른 대규모 조사에서도 되풀이됩니다.)
2. 고리 선로 — 이중 효과의 원리를 시험하다#
두 고리 판본은 톰슨이 1985년에 만든 고리(loop) 판본을 바탕으로 합니다. Part 1 의 이중 효과의 원리를 정면으로 시험하려는 설계입니다.
flowchart LR
T["폭주하는 전차"] --> SW{"전환기"}
SW -- "그대로" --> F["본선의 다섯 명"]
SW -- "돌린다" --> L["옆 선로<br/>다섯 앞에서 본선과 다시 합류"]
L --> O["옆 선로의 한 명<br/>그에게 부딪혀야 전차가 멈춘다"]
O -. "부딪히지 않으면<br/>돌아 들어가 다섯을 친다" .-> F
style T fill:#D3D3D3,color:#000000
style SW fill:#FFD700,color:#000000
style F fill:#FF9999,color:#000000
style L fill:#D3D3D3,color:#000000
style O fill:#87CEEB,color:#000000
방관자 판본에서 옆 선로의 한 사람은 부작용 이었습니다. 그가 없어도 다섯은 삽니다. 그런데 고리 판본에서는 옆 선로가 다시 본선으로 이어집니다. 그 사람이 거기 있어서 전차를 멈춰 줘야만 다섯이 삽니다. 그는 이제 육교의 남자처럼 수단 입니다. 이중 효과의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고리 판본은 육교처럼 금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답(56%)은 육교(11%)보다 방관자(89%)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동작은 똑같이 “전환기를 돌린다” 이고, 몸에 손을 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전차를 멈추는 것이 쇳덩이이고 사람은 그 앞에 있었을 뿐 인 고리 ②(72%)는, 수단이 아니라 부작용으로 돌아가니 다시 올라갑니다.
이 네 판본만으로도 판단을 움직이는 손잡이가 적어도 둘 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하나는 죽음이 수단인가 부작용인가(고리 ① 과 ② 의 차이), 다른 하나는 몸에 직접 손을 대는가(육교와 고리 ① 의 차이)입니다.
3. 수술실, 법정, 그리고 범인#
선로 밖으로 나간 변형도 있습니다.
3.1 장기 이식 외과의#
뛰어난 외과의에게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다섯 있다. 각자 다른 장기가 필요하고, 이식받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 마침 건강 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이 있는데, 다섯 모두와 조직이 맞는다. 그를 죽여 장기를 나누면 다섯이 산다.
톰슨이 방관자 판본과 짝으로 다룬 이 이야기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안 된다” 고 답합니다. 숫자는 여전히 하나 대 다섯입니다. 공리주의가 가장 곤란해지는 장면이고, Part 1 에서 본 공리주의 비판의 단골 사례입니다.
이 판본이 육교보다도 더 단호한 거부를 부르는 이유로 흔히 두 가지가 꼽힙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안전한 곳에 있던 사람 이라는 것입니다. 방관자의 옆 선로에 있던 사람은 적어도 선로 위에 있었습니다. 검진하러 온 사람은 전차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도에 대한 신뢰 입니다. 병원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면 아무도 병원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3.2 판사와 폭도#
Part 1 에서 본 풋의 원래 짝,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폭동을 막는 판사도 같은 계열입니다. 이것을 허용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법정을 믿지 않습니다.
3.3 뚱뚱한 악당#
육교 판본을 하나만 바꿉니다. 육교 위의 몸집 큰 사람이 바로 다섯을 선로에 묶고 전차를 출발시킨 범인 입니다. 영문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경우 다수가 그를 밀겠다 고 답합니다. 미는 행위도, 몸을 수단으로 쓰는 것도 그대로인데, 그가 이 위기의 책임자 라는 것이 판단을 뒤집습니다. 위키백과는 이것을 응보적 정의나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4. 누가 선로 위에 있는가#
4.1 가족과 연인#
영문 위키백과는 여러 설문에서 방관자 판본의 희생자가 친척이나 연인 으로 바뀌면 희생하겠다는 응답이 크게 줄어든다고 정리합니다. Part 1 에서 본 1905년 샤프의 설문이 이미 희생자를 전환수 자신의 아이 로 설정했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공리주의는 모든 사람의 목숨을 똑같이 세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세지 않습니다.
4.2 내가 선로 위에 있다면#
Part 1 의 6절에서 본 톰슨의 2008년 판본입니다. 전환기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남 한 명, 왼쪽으로 돌리면 나 자신 이 죽습니다. 나를 희생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의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내가 치르지 않을 대가를 남에게 치르게 하는 것은 정당한가. 톰슨은 이 판본을 근거로 방관자가 전환기를 당기면 안 된다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4.3 카르네아데스의 널판지#
이런 질문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트롤리 문제의 고전적 선조로 고대 그리스의 회의주의 철학자 카르네아데스(Carneades) 의 이야기를 듭니다. 배가 난파해 두 사람이 바다에 빠졌고, 한 사람만 붙잡을 수 있는 널판지 하나가 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널판지를 차지했다면 그는 잘못을 저질렀는가. 이 질문은 Part 3 에서 볼 1884년 영국의 구명보트 재판과 이어집니다.
5. 직관을 움직이는 여섯 개의 손잡이#
여기까지의 변형들을 모으면, 숫자 외에 판단을 움직이는 요인이 보입니다. 하우저는 사람들의 판단을 세 가지 원리로 정리했습니다(한국어 위키백과 기준).
- 행동의 원리: 행동해서 생긴 해악은 행동하지 않아서 생긴 해악보다 더 나쁘다고 판단된다.
- 의도의 원리: 의도한 해악은 의도하지 않은(예견만 한) 해악보다 더 나쁘다고 판단된다.
- 접촉의 원리: 몸에 직접 닿는 해악은 그렇지 않은 해악보다 더 나쁘다고 판단된다.
신경과학자 조슈아 그린(Joshua Greene)은 접촉 대신 개인적 힘(personal force)1 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손으로 밀든 막대로 밀든, 자기 근육의 힘이 직접 피해자에게 가는가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수단으로 쓰는가(도구성) 와 겹칠 때 거부가 가장 강해진다고 봅니다. 영문 위키백과는 2025년의 메타분석2이, 개인적 힘과 도구성이 함께 있는 딜레마에서 직관적 거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고 전합니다.
여기에 3·4절의 변형이 보탠 손잡이 셋을 더하면 여섯이 됩니다.
| 손잡이 | 질문 | 이쪽일수록 희생을 덜 허용한다 | 대표 변형 |
|---|---|---|---|
| ① 행동 | 내가 무언가를 해서 죽는가, 안 해서 죽는가 | 해서 | 방관자 대 아무것도 안 함 |
| ② 의도 | 그 죽음이 수단 인가, 부작용 인가 | 수단 | 고리 ① 대 고리 ② |
| ③ 접촉·개인적 힘 | 내 몸의 힘이 피해자에게 직접 가는가 | 직접 | 육교 대 고리 ① |
| ④ 관계 | 희생자가 나와 가까운가 | 가깝다 | 가족·연인 판본 |
| ⑤ 책임 | 희생자가 이 위기에 책임이 있는가 | 책임이 없다 | 뚱뚱한 악당 |
| ⑥ 안전지대 | 희생자가 원래 위험 밖 에 있었는가 | 밖에 있었다 | 장기 이식 외과의 |
flowchart LR
P["허용률 높음"] --- A["방관자<br/>89%"]
A --- B["고리 ②<br/>72%"]
B --- C["고리 ①<br/>56%"]
C --- D["육교<br/>11%"]
D --- E["장기 이식<br/>거의 0"]
E --- N["허용률 낮음"]
style P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N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A fill:#90EE90,color:#000000
style B fill:#90EE90,color:#000000
style C fill:#FFD700,color:#000000
style D fill:#FF9999,color:#000000
style E fill:#FF9999,color:#000000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손잡이가 하나씩 돌아갑니다. 방관자에서 고리 ② 로 가면 선로가 휘었을 뿐이고, 고리 ① 로 가면 의도 가 돌아가고(사람이 수단이 됨), 육교로 가면 접촉 이 더해지고, 장기 이식으로 가면 안전지대 의 사람이 끌려옵니다. (장기 이식의 “거의 0” 은 위의 조사 수치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거부한다는 문헌의 일반적인 서술을 옮긴 것입니다.)
6. 분류 흐름도 — 서바이벌의 희생 장면을 읽는 법#
이 손잡이들은 서바이벌과 게임의 “희생” 장면을 읽는 데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사례 편(Part 4~6)에서 쓸 분류 흐름도입니다.
flowchart TD
Q0{"누군가의 희생으로<br/>더 많은 사람이 사는가?"}
Q0 -- "아니오" --> X["트롤리형이 아니다<br/>제로섬 · 협력 게임 등"]
Q0 -- "예" --> Q1{"고르는 사람도<br/>희생될 수 있는가?"}
Q1 -- "예, 나를 고를 수 있다" --> S["자기 희생형<br/>톰슨 2008"]
Q1 -- "아니오" --> Q2{"고르지 않으면<br/>정해진 쪽이 죽는가?"}
Q2 -- "예 (기본값이 있다)" --> Q3{"희생자를 수단으로 쓰나,<br/>몸에 손을 대나?"}
Q2 -- "아니오 (반드시 골라야 한다)" --> F["강제 선택형<br/>소피의 선택 · 광차 게임"]
Q3 -- "아니오" --> SW["방관자형<br/>전환기"]
Q3 -- "예" --> FB["육교형<br/>밀기 · 수단"]
SW --> Q4{"고르는 기준이<br/>사람의 속성인가?"}
FB --> Q4
F --> Q4
Q4 -- "예 (나이 · 직업 · 관계 · 책임)" --> TR["선별형<br/>누가 더 살 가치가 있나"]
Q4 -- "아니오 (수만 본다)" --> NUM["수 세기형<br/>순수한 1 대 다수"]
style Q0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1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2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3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4 fill:#D3D3D3,color:#000000
style X fill:#555555,color:#dddddd
style S fill:#87CEEB,color:#000000
style F fill:#FFD700,color:#000000
style SW fill:#90EE90,color:#000000
style FB fill:#FF9999,color:#000000
style TR fill:#FFD700,color:#000000
style NUM fill:#90EE90,color:#000000
이 흐름도에는 앞에서 다루지 않은 질문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고르지 않으면 정해진 쪽이 죽는가?” 원래의 트롤리 딜레마에는 기본값 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전차는 다섯에게 갑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 이 하나의 선택이 되고, 행동의 원리(손잡이 ①)가 작동합니다.
그런데 서바이벌과 게임은 이 기본값을 없애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골라야 하고, 고르지 않으면 둘 다 죽거나 게임이 끝납니다.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는 피난처가 사라지고, 손잡이 ① 이 빠진 채 순수하게 누구를 고를 것인가 만 남습니다. Part 4 의 「아마겟돈의 광차」가 정확히 이 설계를 택했고, 제작자는 그것이 일부러 한 선택이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고르는 기준이 사람의 속성인가?” 원래의 트롤리 딜레마는 숫자만 봅니다. 하나 대 다섯. 그런데 희생자가 노인인지 아이인지, 범인인지 의사인지를 보기 시작하면 질문은 “누가 더 살 가치가 있는가” 로 바뀝니다. Part 3 의 모럴 머신이 수백만 명에게 물은 것이 이것이었고, 독일 정부가 자율주행차에게 묻지 말라 고 정한 것도 이것이었습니다.
마치며#
이번 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숫자는 늘 하나 대 다섯인데, 행동·의도·접촉·관계·책임·안전지대라는 여섯 개의 손잡이가 우리의 답을 89% 에서 11% 까지 움직인다” 입니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분명히 느끼지만, 열에 일곱은 왜 그런지 말하지 못합니다. 트롤리 딜레마의 변형들은 그 말하지 못하는 원리를 끄집어내려는 시도였습니다.
다음 편은 그 원리를 실험실과 현실에서 찾습니다. 육교 판본을 읽을 때 뇌의 어느 부분이 켜지는지, 수백만 명에게 자율주행차의 선택을 물으면 나라마다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생쥐에게 실제로 전기 충격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람들의 답이 어떻게 바뀌는지입니다.
| 편 | 주제 |
|---|---|
| Part 1 | 트롤리 딜레마란 무엇인가 |
| Part 2 (이 글) | 변형들 — 무엇이 직관을 바꾸는가 |
| Part 3 | 실험과 현실 |
| Part 4 | 「아마겟돈의 광차」 |
| Part 5 | 서바이벌·예능의 트롤리 딜레마 |
| Part 6 | 다른 게임과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
References#
- 광차 문제 — 한국어 위키백과 — 고리 판본 두 가지, 하우저의 조사 수치와 세 원리, 카르네아데스의 널판지
- Trolley problem — Wikipedia — 뚱뚱한 남자와 뚱뚱한 악당, 이중 효과, 가족 판본, 장기 이식 등 변형 문헌의 특징
- Joshua Greene (psychologist) — Wikipedia — 이중 과정 이론, 개인적 힘과 도구성
- Principle of double effect — Wikipedia — 네 가지 조건, 아퀴나스
- Judith Jarvis Thomson, “The Trolley Problem”, Yale Law Journal 94(6) (1985) — 고리 판본, 장기 이식 외과의
- Marc Hauser, Moral Minds (Ecco,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