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1의 달러 경매에서 사람들은 멈추지 못했고, Part 2의 기업 인수에서 사람들은 비싸게 산 뒤에도 돈을 더 쏟았습니다. 두 장면 뒤에는 같은 힘이 있습니다. 버티기 입니다. 이번 편은 버티기를 세 방향에서 봅니다. 게임 이론의 소모전, 심리학의 매몰 비용 효과, 조직행동론의 몰입 상승 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시리즈의 사례 편에서 쓸 분류 흐름도 를 만듭니다.

편주제
Part 1달러 경매
Part 2승자의 저주
Part 3 (이 글)버티기의 경제학 — 소모전, 매몰 비용, 몰입 상승, 그리고 분류 흐름도
Part 4서바이벌·예능의 경매
Part 5게임 속 경매
Part 6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 속 경매

1. 소모전 — 동물은 왜 노려보기만 하는가#

1.1 메이너드 스미스의 질문 (1974)#

같은 종의 동물 두 마리가 먹이나 영역을 다툴 때, 실제로 물어뜯는 싸움까지 가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서로 몸을 부풀리고, 소리를 지르고, 노려보다가 한쪽이 물러납니다. 진화생물학자 존 메이너드 스미스(John Maynard Smith) 는 1974년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에 실은 논문에서 이런 다툼을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소모전(war of attrition) 입니다.

규칙은 이렇습니다.

  • 두 참가자가 하나의 자원(값 V)을 두고 버틴다. 버티는 동안 둘 다 시간과 체력을 쓴다.
  • 먼저 물러난 쪽이 진다. 남은 쪽이 자원을 가져간다.
  • 들인 비용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긴 쪽도, 진 쪽도 버틴 시간만큼 낸다.

한쪽이 물러나는 순간 둘이 버틴 시간은 같으므로, 둘 다 먼저 그만둔 쪽의 시간 만큼 낸 셈입니다. 그래서 소모전은 경매로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높게 부른 사람이 물건을 갖고, 두 사람 모두 낮은 쪽의 입찰가 를 내는 경매입니다. Part 1 의 달러 경매는 이 소모전을 5센트 단위로 쪼갠 판본, 영어 위키백과의 표현으로는 이산적인 소모전 입니다.

1.2 정답은 “무작위로 버텨라”#

이 게임에는 정해 둔 버티기 시간이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나는 10분 버틴다” 는 전략은 10분 1초 버티는 상대에게 집니다. 그래서 진화적으로 안정한 답은 혼합 전략 입니다. 1978년 비숍과 캐닝스가 그 답을 찾았습니다. 매 순간 일정한 확률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Part 1 4.4절의 “매번 5% 확률로 그만두기” 가 바로 이 답의 이산 판본입니다.

이 균형에는 직관에 어긋나는 성질이 몇 가지 있습니다.

  • 두 참가자 모두 기대 이익이 0 이다. 자원의 가치만큼을 평균적으로 버티기에 다 쓴다.
  • 서로의 가치를 다 안다는 가정에서, 자원을 덜 원하는 쪽이 더 오래 버티는 균형이 나온다. 상대가 그 자원을 더 원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대가 더 일찍 물러날 확률을 계산에 넣는 것이다.
  • 둘 다 자원의 가치보다 더 오래 버티면 이긴 쪽도 손해다. 게임 이론가 루스와 라이파는 이것을 “파멸적인 상황” 이라고 불렀다. 흔히 말하는 피로스의 승리1 다.

1.3 소모전과 치킨 게임#

죄수의 딜레마 시리즈의 치킨 게임도 확전의 게임입니다. 둘의 차이는 나쁜 결과의 모양 에 있습니다. 치킨 게임의 최악은 충돌, 다시 말해 질적으로 다른 파국입니다. 소모전의 최악은 정도의 차이 입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권투 시합을 예로 듭니다. 한 라운드 더 버틸 때마다 체력이 조금씩 깎이고, 선수는 매 라운드 “승리가 이 비용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를 묻습니다.

치킨 게임소모전
확전의 모양한 번의 결단 (꺾을까, 직진할까)계속되는 비용 (한 번 더 버틸까)
최악의 결과충돌 — 질적으로 다른 파국둘 다 지쳐 쓰러짐 — 비용이 쌓인 끝
이기는 법공약 (핸들을 뽑아 던진다)무작위로 버틴다, 혹은 상대가 먼저 지치게 만든다
서바이벌의 예마지막 순간의 선택형 대결시간·칩·체력을 깎으며 버티는 게임

2. 진 사람도 내는 경매 — 네 가지 모양#

“진 사람도 낸다” 는 부품을 가진 경매에는 몇 가지 모양이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들을 전부 지불 경매(all-pay auction)2 의 가족으로 묶습니다.

모양누가 얼마를 내나대표 예
전부 지불 경매모두가 자기가 부른 값을 낸다. 보통 한 번에 봉인해서 낸다로비 경쟁, 연구 개발 경쟁, 오디션 준비
소모전모두가 낮은 쪽의 값(버틴 시간)을 낸다동물의 과시 행동, 파업, 가격 전쟁
달러 경매공개 입찰에서 1등과 2등이 각자 부른 값을 낸다쉬빅의 지폐 경매
페니 경매입찰할 때마다 수수료 를 낸다. 물건값은 1등만 낸다스우포 같은 입찰 수수료 경매 (Part 5)

모두가 정보를 다 가진 단순한 전부 지불 경매의 균형도 혼합 전략이고, 입찰자의 기대 이익은 0, 파는 쪽의 기대 수입은 상품의 가치와 같습니다. 이론상으로는 파는 쪽이 아무것도 더 벌지 못합니다. 그런데 영어 위키백과가 정리한 여러 실험에서는 과잉 입찰이 흔해 파는 쪽의 수입이 상품 가치를 자주 넘었습니다. 이론과 실제의 이 차이가 페니 경매 같은 사업이 생기는 이유이고, 그 차이를 설명하는 이름이 다음 절의 매몰 비용입니다.

3. 매몰 비용 — 이미 낸 돈이 발목을 잡는다#

3.1 연극 정기권 실험 (1985)#

경제학 교과서는 매몰 비용3 을 무시하라고 가르칩니다. 이미 낸 돈은 앞으로 무엇을 하든 돌아오지 않으니, 앞으로의 비용과 이익만 보고 정하라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할 아크스(Hal Arkes) 와 캐서린 블루머(Catherine Blumer) 는 1985년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하는지를 연극 극장에서 시험했습니다.

극장의 한 시즌 정기권을 사러 온 손님들을 무작위로 세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정가를, 다른 두 집단은 각각 2달러와 7달러를 할인받게 했습니다. 연극의 가치는 세 집단에 똑같습니다. 다른 것은 이미 낸 돈 뿐입니다. 시즌 전반부에 관람한 횟수는 이렇게 갈렸습니다.

집단시즌 전반부 평균 관람 횟수
정가4.11회
2달러 할인3.32회
7달러 할인3.29회

돈을 더 낸 사람이 연극을 더 보러 왔습니다. 시즌 후반부에는 세 집단의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아크스와 블루머는 사람들이 손해 볼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투자를 멈추는 것은 지난번의 돈이 낭비였다고 인정하는 일 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3.2 콩코드 오류#

매몰 비용 효과의 다른 이름은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 입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만든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서 왔습니다. 영어 위키백과가 정리한 콩코드의 경과는 이렇습니다.

  • 1962년 두 나라가 개발 조약 을 맺었다. 당시 사업비 추정은 7천만 파운드 였다.
  • 조약에는 영국이 요구한 조항, 곧 취소하면 무거운 위약금을 무는 조항이 들어갔다.
  • 지연과 비용 초과로 1976년까지 비용이 15억~21억 파운드 로 불었다.
  • 1976년 1월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만들어진 기체는 모두 20대, 그 가운데 상업 운항용은 14대였다.
  • 2003년 운항을 마쳤다. 영국항공의 마지막 상업 비행은 10월 24일이었다.

이 이름을 붙인 것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생물학자입니다. 1976년 리처드 도킨스와 태머신 칼라일은 Nature 에 실은 논문에서, 새끼에게 이미 많이 투자한 부모가 그 이유만으로 새끼를 버리지 못한다는 설명을 비판하며 이 오류에 콩코드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흥미롭게도 1999년 아크스와 피터 에이튼은 동물에게서는 콩코드 오류의 명백한 사례가 하나도 없다 고 정리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어른보다 더 규범에 맞게 행동했다고 합니다. 매몰 비용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어른 사람 의 특기인 셈입니다.

콩코드 이야기에는 단서가 하나 붙습니다. 조약의 위약금 조항 때문에, 두 정부에게 “계속하는 것” 이 순전히 비합리적인 선택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만두는 비용이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버티기는 대개 이렇게 매몰 비용과 그만두는 비용 이 뒤섞여 있습니다.

4. 몰입 상승 — 무릎까지 진흙에 빠지다 (1976)#

4.1 베트남전 메모로 시작하는 논문#

조직행동론자 배리 스토(Barry Staw) 의 1976년 논문 제목은 「무릎까지 진흙탕에 빠지다(Knee-Deep in the Big Muddy)」입니다. 논문은 1965년 7월 조지 볼 국무차관이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보낸 메모로 시작합니다. 베트남에 지상군을 대규모로 보내면 “거의 되돌릴 수 없는 과정” 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스토가 묻는 것은 이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고른 길이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를 받으면 그 길에서 내려오는가, 아니면 더 깊이 들어가는가.

4.2 실험 — 내가 고른 사업부에 돈을 더 준다#

일리노이 대학 경영대 학부생 240명 이 가상의 회사 “애덤스 앤드 스미스” 의 재무 부사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1. 1967년, 회사는 연구 개발비 1천만 달러를 두 사업부(소비재·산업재) 가운데 한 곳 에만 주기로 한다. 학생이 고른다.
  2. 5년 뒤인 1972년의 실적을 보여 준다. 절반에게는 고른 사업부가 살아났다는 자료를, 절반에게는 더 나빠졌다는 자료를 준다.
  3. 이번에는 2천만 달러를 두 사업부에 원하는 대로 나눠 주게 한다.

비교 집단은 첫 결정을 다른 임원이 했다 고 듣고 1972년의 결정만 했습니다. 처음 고른 사업부에 준 돈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flowchart LR
    H0[" "]:::hdr
    H1["고른 사업부가<br/>살아났다"]:::hdr
    H2["고른 사업부가<br/>나빠졌다"]:::hdr
    R1["내가 골랐다"]:::hdr
    HP["900만–936만 달러"]
    HN["1,307만 달러<br/>네 조건 가운데 유일하게<br/>다른 셋과 뚜렷이 다르다"]
    R2["남이 골랐다"]:::hdr
    LP["822만–848만 달러"]
    LN["922만–965만 달러"]
    H0 ~~~ H1 ~~~ H2
    R1 ~~~ HP ~~~ HN
    R2 ~~~ LP ~~~ LN
    classDef hdr fill:none,stroke:none,color:#dddddd
    style HP fill:#D3D3D3,color:#000000
    style HN fill:#FF9999,color:#000000
    style LP fill:#D3D3D3,color:#000000
    style LN fill:#D3D3D3,color:#000000

(범위로 적은 칸은 논문이 처음 고른 사업부와 자료 형식에 따라 다시 나눈 두 세부 집단의 평균입니다.)

자기가 고른 사업부가 나빠졌을 때 학생들은 평균 1,307만 달러, 2천만 달러의 3분의 2 가까이를 그 사업부에 다시 넣었습니다. 남이 고른 사업부가 나빠졌을 때보다 훨씬 많습니다. 논문의 분석에서 유의하게 다른 것은 이 한 칸뿐이었습니다. 스토는 이것을 자기 정당화, 곧 처음 결정이 옳았음을 보이려는 마음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현상은 이후 몰입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 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됩니다.

4.3 아무도 먼저 그만두고 싶지 않다#

몰입 상승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Part 2 의 영국 3G 경매에서, 94라운드에 첫 포기가 나오자 네 곳이 거의 잇따라 물러났습니다. 설계자 빈모어와 클렘퍼러는 이 연쇄 포기에 두 가지 해석을 붙였습니다. 하나는 입찰자들이 값에 대해 비슷한 판단에 이르렀다는 것, 다른 하나는 어느 경영진도 먼저 그만두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는 대리인 문제입니다. 회사의 돈을 쓰는 사람에게는, 그만두는 순간 “지금까지의 입찰이 실패였다” 고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아크스와 블루머의 “낭비였다고 인정하는 일” 이 조직의 언어로 바뀐 것입니다.

5.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엿새 — 독일 3G 경매 (2000)#

버티기의 가장 선명한 실제 사례는 2000년 독일의 3G 주파수 경매입니다. 독일어 위키백과의 정리는 이렇습니다.

  • 7월 31일부터 8월 18일까지 마인츠에서 주파수 블록 12개 를 경매했다. 면허 하나에는 블록이 2개 이상 필요했고, 한 사업자가 가질 수 있는 블록은 최대 3개 였다. 그래서 면허는 4~6개가 나올 수 있었다.
  • 입찰자는 7곳이었다. 8월 12일 debitel 이 물러났다. 이때 최고 입찰가의 합계는 약 630억 마르크(322억 유로)였다.
  • 남은 여섯 곳은 이 값에서 각자 블록 2개씩을 가져갈 수 있었다. 실제 최종 결과도 그랬다.
  • 그런데 몇몇 사업자는 이후 며칠 동안 블록 3개 에 입찰을 계속했다. 면허 수를 여섯에서 다섯이나 넷으로 줄여, 경쟁자 하나를 더 밀어내려는 것이었다.
  • 8월 18일에야 모두가 블록 2개씩에만 입찰하면서 경매가 끝났다. 총액은 약 988억 마르크, 약 508억 유로 였다.

debitel 이 빠진 뒤 엿새 동안 결과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값만 약 360억 마르크, 180억 유로 넘게 올랐습니다. 여섯 사업자는 서로 “누가 먼저 지쳐서 블록 3개를 포기하는가” 를 겨룬 셈입니다. 소모전 그 자체입니다. 이 경매에서 면허를 딴 여섯 곳 가운데 모빌컴과 그룹 3G(콸) 두 곳은 훗날 면허를 반납했습니다.

6. 분류 흐름도 — 이 경매는 어떤 함정인가#

이제 사례 편에서 쓸 도구를 만듭니다. 서바이벌이나 게임이 “경매” 라는 이름을 붙인 게임을 내놓으면, 다음 질문을 차례로 던져 유형을 가려 봅니다.

flowchart TD
    Q0{"진 사람도<br/>무언가를 잃는가?"}
    Q0 -- "예" --> Q1{"진 사람은<br/>무엇을 잃나?"}
    Q1 -- "자기가 부른 값 전부<br/>(보통 한 번에 봉인)" --> AP["전부 지불 경매<br/>얼마나 걸지가 승부"]
    Q1 -- "버틴 만큼<br/>(둘 다 낮은 쪽만큼)" --> WA["소모전<br/>누가 오래 버티나"]
    Q1 -- "공개 입찰에서<br/>2등이 자기 값을" --> DA["달러 경매<br/>멈출 수 없다"]
    Q1 -- "입찰할 때마다<br/>수수료를" --> PA["페니 경매<br/>운영자만 번다"]
    Q0 -- "아니오" --> Q2{"물건값이 누구에게나 같고<br/>아무도 정확히 모르나?"}
    Q2 -- "예" --> WC["승자의 저주 위험<br/>이기면 의심하라"]
    Q2 -- "아니오" --> Q3{"이번에 쓴 돈이<br/>다음 판의 무기이기도 한가?"}
    Q3 -- "예" --> BU["예산 배분 경매<br/>이길 판을 고른다"]
    Q3 -- "아니오" --> OK["보통 경매<br/>내 값까지만 부른다"]
    style Q0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1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2 fill:#D3D3D3,color:#000000
    style Q3 fill:#D3D3D3,color:#000000
    style AP fill:#FFD700,color:#000000
    style WA fill:#FFD700,color:#000000
    style DA fill:#FF9999,color:#000000
    style PA fill:#FF9999,color:#000000
    style WC fill:#87CEEB,color:#000000
    style BU fill:#90EE90,color:#000000
    style OK fill:#555555,color:#dddddd

흐름도 밖에서 따로 확인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1. 순위가 상대평가인가. 꼴찌 한 명이 떨어지는 서바이벌이라면, 내 이익보다 상대의 손해 가 중요해집니다. Part 1 4.2절의 피해 교환 비율이 살아나고, 어떤 유형이든 확전이 쉬워집니다.
  2. 말로 짤 수 있는가. 담합과 약속이 가능하면 Part 1 4.1절처럼 입찰자 전원이 경매인을 이길 수 있습니다. 서바이벌의 경매는 대개 여기서 배신 이 끼어들어, 죄수의 딜레마가 함께 열립니다.

마지막 칸인 예산 배분 경매 는 이론서에는 따로 나오지 않지만 서바이벌에서 가장 흔한 모양입니다. 게임 전체에 쓸 돈(칩·시간·점수)이 처음에 한꺼번에 주어지고, 이번 판에 많이 쓰면 다음 판에 쓸 것이 줄어듭니다. 이런 게임의 핵심은 한 판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 판을 버릴지 고르는 것입니다.

마치며#

버티기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미 들인 것이 아까워서, 혹은 먼저 그만두는 쪽이 되기 싫어서 손해를 키우는 것” 입니다. 게임 이론은 소모전의 답으로 “무작위로 버텨라” 를 내놓지만, 사람은 판이 커질수록 무작위가 아니라 오기로 버팁니다. 아크스와 블루머의 연극 관객, 스토의 재무 부사장들, 독일의 여섯 통신사가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이 도구를 들고 사례로 갑니다. 첫 번째는 한국 서바이벌·예능입니다. 더 지니어스의 수식 경매와 마이너스 경매, 데스룸의 시간 경매, 데블스 플랜의 동물원, 피의 게임X 의 블라인드 경매를 분류 흐름도에 하나씩 넣어 봅니다.

편주제
Part 1달러 경매
Part 2승자의 저주
Part 3 (이 글)버티기의 경제학 — 소모전, 매몰 비용, 몰입 상승
Part 4서바이벌·예능의 경매
Part 5게임 속 경매
Part 6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 속 경매

References#

  • J. Maynard Smith, “The theory of games and the evolution of animal conflicts”,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47(1): 209–221 (1974), doi:10.1016/0022-5193(74)90110-6
  • War of attrition (game) — Wikipedia — 낮은 쪽 값을 내는 경매, 혼합 균형, 덜 원하는 쪽이 오래 버팀, 루스·라이파
  • Chicken (game) — Wikipedia — 치킨과 소모전의 차이, 권투의 예
  • All-pay auction — Wikipedia — 기대 수입, 과잉 입찰, 달러 경매·소모전·입찰 수수료 경매와의 관계
  • H. R. Arkes, C. Blumer, “The psychology of sunk cos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35(1): 124–140 (1985) — 연극 정기권 실험(원문 인용은 gwern.net/sunk-cost 에서 확인)
  • H. R. Arkes, P. Ayton, “The sunk cost and Concorde effects: are humans less rational than lower animals?”, Psychological Bulletin 125(5): 591–600 (1999)
  • R. Dawkins, T. R. Carlisle, “Parental investment, mate desertion and a fallacy”, Nature 262: 131–133 (1976)
  • Concorde — Wikipedia · Sunk cost — Wikipedia
  • B. M. Staw, “Knee-Deep in the Big Muddy: A Study of Escalating Commitment to a Chosen Course of Action”,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Performance 16: 27–44 (1976) — PDF
  • K. Binmore, P. Klemperer, “The Biggest Auction Ever”, Economic Journal 112 (2002) — 초안 PDF 각주 49
  • Versteigerung der UMTS-Lizenzen in Deutschland — Wikipedia (de)


  1.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 이기기는 했지만 너무 큰 희생을 치러 사실상 진 것과 다름없는 승리입니다. 기원전 3세기 로마와 싸워 이기고도 병력을 크게 잃은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에서 유래했습니다. ↩︎

  2. 전부 지불 경매(all-pay auction): 이긴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입찰자가 자기가 부른 값을 내는 경매입니다. 넓게는 진 사람도 무언가를 내는 경매 전체를 이 가족으로 묶어, 소모전·달러 경매·입찰 수수료 경매를 그 변형으로 봅니다. ↩︎

  3. 매몰 비용(sunk cost): 이미 써 버려서 앞으로 무엇을 하든 되찾을 수 없는 비용입니다. 매몰 비용 때문에 선택이 바뀌는 것을 매몰 비용 효과, 또는 매몰 비용 오류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