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경매와 승자의 저주 Part 5: 게임 속 경매 — 보드게임, 게임 속 경매장, 판타지 드래프트, 페니 경매
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4의 서바이벌은 경매를 방송용 시험대 로 썼습니다. 게임은 경매를 다르게 씁니다. 보드게임은 경매를 놀이의 엔진 으로, 온라인 게임은 시장 으로, 판타지 스포츠는 한 시즌의 팀을 짜는 예산 게임 으로 씁니다. 그리고 그 경계에 경매 자체를 사업으로 만든 페니 경매 가 있습니다. 이번 편은 이 넷을 Part 3의 분류 흐름도에 넣어 봅니다.
| 편 | 주제 |
|---|---|
| Part 1 | 달러 경매 |
| Part 2 | 승자의 저주 |
| Part 3 | 버티기의 경제학 — 소모전, 매몰 비용, 몰입 상승 |
| Part 4 | 서바이벌·예능의 경매 |
| Part 5 (이 글) | 게임 속 경매 — 보드게임, 게임 속 경매장, 판타지 드래프트, 페니 경매 |
| Part 6 | 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 속 경매 |
1. 경매 보드게임 — 함정을 장난감으로#
독일식 보드게임에는 경매가 핵심인 게임이 많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진 사람을 어떻게 벌하느냐로 게임의 성격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이론 편의 부품을 하나씩 갈아 끼운 실험처럼 보입니다.
1.1 노 땡스! (2004) — 거절하는 데 드는 값#
토르스텐 김러(Thorsten Gimmler)가 만든 카드 게임 『노 땡스!(No Thanks!)』는 2004년 독일 아미고에서 『게셴크트(Geschenkt)』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2005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1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규칙은 이렇습니다.
- 3부터 35까지의 카드에서 9장을 몰래 빼고 섞는다. 카드의 숫자는 벌점 이다.
- 3~5명이면 각자 칩 11개로 시작한다.
- 차례가 오면 펼쳐진 카드를 가져가거나, 칩 하나를 카드 위에 올리고 “노 땡스!” 라고 말하며 넘긴다.
- 누군가 카드를 가져갈 때 쌓인 칩도 모두 가져간다.
- 연속된 숫자는 가장 작은 하나만 센다. 칩은 1개당 벌점 1점을 깎는다. 점수가 가장 낮은 사람이 이긴다.
Part 4의 『더 지니어스』 마이너스 경매와 숫자 범위(3~35), 칩으로 넘기기, 연속된 숫자 규칙까지 같습니다. 분류 흐름도로는 소모전 입니다. 넘길 때마다 칩 하나가 버티기의 비용이고, 누가 먼저 지쳐 카드를 받느냐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소모전에 사적 가치 를 섞었기 때문입니다. 25 를 가진 사람에게 26 은 사실상 벌점 0 이므로, 그 사람은 26 위에 칩이 충분히 쌓일 때까지 일부러 기다립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속셈을 알면서도 칩을 내야 합니다. 같은 카드가 사람마다 다른 값을 갖는 순간, 버티기는 눈치 싸움이 됩니다.
1.2 하이 소사이어티 (1995) — 가장 가난한 사람은 탈락#
라이너 크니지아(Reiner Knizia)의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는 1995년 라벤스부르거에서 나왔습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정리로 보면 이 작은 카드 게임에는 이론 편의 함정이 두 개 들어 있습니다.
첫째는 나쁜 카드의 거꾸로 경매 입니다. 빚(−5), 도난, 스캔들 같은 나쁜 카드가 나오면 경매가 반대로 돌아갑니다. 가장 먼저 포기한 사람 이 그 카드를 떠안는 대신 낸 수표를 모두 돌려받고, 나머지 사람들은 낸 돈을 모두 잃습니다. 나쁜 카드를 피하려고 버틴 사람 모두가 돈을 내는 것입니다. 분류 흐름도로는 “피하는 권리” 를 놓고 벌이는 전부 지불 경매 이자, 누가 먼저 지치느냐의 소모전 입니다.
둘째는 게임이 끝날 때의 규칙입니다. 정해진 카드가 네 장 나오면 게임이 즉시 끝나고, 남은 돈이 가장 적은 사람은 수집품이 아무리 좋아도 탈락 합니다. 비싸게 이긴 사람을 벌하는 규칙, 다시 말해 과잉 입찰을 규칙으로 처벌 하는 장치입니다. 입찰할 때는 각자 1,000달러부터 25,000달러까지의 수표 열한 장을 쓰고, 올릴 때는 수표 단위로만 올릴 수 있습니다. 예산이 덩어리져 있어 잔돈 관리가 곧 전략이 됩니다.
1.3 포 세일 (1997) — 포기하면 절반만 돌려준다#
슈테판 도라(Stefan Dorra)의 『포 세일(For Sale)』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 부동산 게임입니다. 첫 단계의 경매 규칙이 독특합니다.
- 인원수만큼 부동산 카드를 펼치고 차례로 입찰한다. 올리거나 포기한다.
- 포기한 사람 은 남은 카드 가운데 가장 싼 카드 를 가져가고, 부른 값의 절반만 돌려받는다(나머지는 은행으로 간다).
-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가장 비싼 카드를 가져가고 부른 값을 모두 낸다.
진 사람이 부른 값의 절반을 잃습니다. 분류 흐름도의 첫 질문에 “예” 이고, 잃는 몫이 절반으로 정해진 부분적인 전부 지불 경매 입니다. 절반을 돌려주는 규칙이 확전의 연료를 반쯤 빼 줍니다. 달러 경매였다면 끝까지 버텼을 사람도 여기서는 “지금 그만두면 절반은 건진다” 는 출구를 봅니다. 규칙 하나로 함정의 깊이를 조절한 예입니다.
1.4 모던 아트 (1992) — 그림값은 나중에 정해진다#
크니지아의 『모던 아트(Modern Art)』는 1992년 한스 임 글뤼크에서 나와 1993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에 올랐습니다. 플레이어는 화상이 되어 다섯 명의 가상 화가의 작품을 서로 사고팝니다. 독일어 위키백과에 정리된 경매 방식은 다섯 가지이고, 카드에 그려진 기호가 방식을 정합니다.
| 방식 | 규칙 |
|---|---|
| 자유 입찰 | 누구나 아무 때나 부른다 |
| 한 바퀴 | 자리 순서대로 한 번씩만 부른다 |
| 주먹 속 입찰 | 모두 칩을 주먹에 쥐고 동시에 편다. 동점이면 판매자에게 가까운 사람 |
| 가격 제시 | 판매자가 값을 부르고 처음 받아들인 사람이 산다. 아무도 안 사면 판매자가 그 값을 낸다 |
| 한 장 더 | 같은 화가의 그림 한 장을 붙여 함께 판다 |
이 게임의 핵심은 그림값이 라운드가 끝나야 정해진다 는 점입니다. 한 라운드에 많이 팔린 화가 셋의 그림만 값을 받고, 그 값은 다음 라운드로 이어집니다. 그림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같지만, 그 값을 정하는 것은 모두의 앞으로의 행동 입니다. 이 글의 해석으로는 Part 2의 공통 가치 경매를 놀이로 만든 것이고, 승자의 저주가 쉽게 생깁니다. 다만 대금은 은행이 아니라 그림을 판 다른 플레이어 에게 갑니다. 비싸게 산 사람은 손해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경쟁자를 부자로 만듭니다.
| 게임 | 진 사람이 잃는 것 | 유형 |
|---|---|---|
| 노 땡스! | 넘길 때마다 칩 1개 | 소모전 + 사적 가치 |
| 하이 소사이어티 | 나쁜 카드에서는 먼저 포기한 사람 빼고 모두 낸 돈 전부 | 전부 지불 · 소모전, 과잉 입찰 처벌 |
| 포 세일 | 부른 값의 절반 | 부분적인 전부 지불 |
| 모던 아트 | — (대금은 판매자에게) | 공통 가치(승자의 저주) |
2. 게임 속 경매장 — 디아블로 III (2012~2014)#
온라인 게임의 경매장은 대부분 분류 흐름도의 맨 아래, 보통 경매 칸에 들어갑니다. 진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아이템의 값은 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론 편의 함정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경매장이 게임을 망친 사례가 있습니다.
영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III』는 2012년 출시 무렵 경매장 두 개 를 열었습니다. 하나는 게임 속 골드로, 다른 하나는 실제 돈 으로 아이템을 사고파는 곳이었습니다. 현금 경매장은 장비 한 건에 1달러, 재료 같은 상품에는 15% 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한국판에서는 이 현금 경매장이 사행성 규제 에 걸려 등급을 받으려고 빠졌습니다.
문제는 경매장이 너무 잘 작동했다는 것입니다. 괴물을 잡아 좋은 장비를 얻는 것보다 경매장에서 사는 편이 훨씬 빨랐습니다. 2013년 3월, 전 게임 디렉터 제이 윌슨은 경매장의 존재가 게임에 “정말로 해를 끼쳤다” 고 말했습니다. 블리자드는 그해 9월 두 경매장을 2014년 3월 18일 에 닫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사례는 이 시리즈의 함정과는 다른 교훈을 줍니다. 경매는 공정하게 작동해도 게임의 목적을 바꿔 버릴 수 있습니다. 서바이벌의 경매가 “어느 판을 버릴까” 를 묻는 게임이라면, 디아블로 III 의 경매장은 플레이어에게 “왜 괴물을 잡아야 하지?” 를 묻게 만들었습니다.
3. 페니 경매 — 달러 경매를 사업으로#
3.1 스우포 — 1,799달러짜리 노트북과 입찰료 2,151달러#
독일의 스우포(Swoopo) 는 2005년 9월 텔레비드(Telebid)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입찰 수수료 경매(bidding fee auction) 사이트입니다. 흔히 페니 경매(penny auction) 라고 부릅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정리로는 미국판의 규칙이 이랬습니다.
- 입찰하려면 먼저 입찰권 을 사야 한다. 한 장에 0.60달러.
- 한 번 입찰할 때마다 물건값이 0.12달러 오르고, 경매 마감 시간이 10~20초 늘어난다.
- 마감 시간이 다 지났을 때 마지막으로 입찰한 사람이 그 값에 물건을 산다.
- “비드버틀러” 라는 자동 입찰 도구가 있어, 둘 이상이 켜 두면 도구끼리 계속 맞붙었다.
정가 1,799달러짜리 맥북 프로가 35.86달러 에 낙찰된 경매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엄청난 횡재입니다. 그런데 그 경매에서 입찰은 모두 3,585번 있었고, 고객들이 입찰권에 쓴 돈은 2,151달러 였습니다. 회사는 노트북 한 대로 정가보다 많은 돈을 거뒀습니다.
분류 흐름도로 가려 보면 이것은 입찰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 칸, 곧 Part 1 의 다섯 부품을 모두 갖춘 장치입니다. ① 진 사람도 입찰권 값을 냅니다. ② 시간이 계속 늘어나니 상한이 없습니다. ③ 한 번에 12센트씩 조금씩 오릅니다. ④ 입찰자끼리 짤 방법이 없습니다. ⑤ 이미 쓴 입찰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스우포는 2008년 매출 약 2천만 유로를 올렸지만, 2011년 3월 사이트가 멈췄습니다.
3.2 이론은 0, 실제는 50% 넘게#
Part 3에서 본 대로, 이런 경매에서 합리적인 입찰자만 있다면 파는 쪽의 기대 수입은 물건의 가치와 같아야 합니다. 이익이 0 이라는 뜻입니다. 경제학자 네드 오겐블릭(Ned Augenblick) 은 두 개의 대규모 자료로 16만 6천 건 의 페니 경매를 분석해 2016년 Review of Economic Studies 에 실었습니다. 결과는 평균 이익률 50% 초과 였습니다.
오겐블릭이 이 차이를 설명하려고 모형에 넣은 것이 매몰 비용 오류 입니다. 논문 제목도 「페니 경매의 매몰 비용 오류」입니다. 이미 입찰권을 많이 쓴 사람일수록 그만두기 어려워한다는 가정으로, 언제 사람들이 경매를 떠나는지의 패턴을 예측했고 자료로 확인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오류를 천천히 배웠습니다. 쉬빅의 손님들이 1달러 장벽 앞에서 잠깐 머뭇거린 뒤 다시 결투에 들어갔듯, 페니 경매의 손님들도 “여기까지 썼는데” 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눌렀습니다.
3.3 한국의 10원 경매와 공정위의 처방 (2011)#
한국에서는 같은 사업이 10원 경매 라는 이름으로 퍼졌습니다. 이데일리의 2011년 12월 19일 기사에 따르면, 입찰권 한 번이 500원인데 한 번 누를 때마다 물건값은 10원씩만 올랐습니다. 기사가 든 예는 이렇습니다.
| 항목 | 값 |
|---|---|
| 물건 | 삼성 센스 NT100 (시장가 약 30만 원) |
| 입찰 횟수 | 3,184번 |
| 낙찰가 | 3만1,840원 |
| 사업자가 받은 입찰료 | 159만2,000원 (3,184 × 500원) |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10원 경매 사업자 7곳에 약관을 고치라고 명령했습니다. 참가비는 최대 5% 까지만 받고, 낙찰자를 뺀 모든 입찰자에게 쓴 유료 입찰권의 80% 를 경매가 끝난 뒤 10일 안에 돌려주며, 돌려받은 입찰권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공정위 담당 과장은 쓴 입찰권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 소비자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대가를 강요하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처방을 Part 1 의 부품 표로 읽으면 깔끔합니다. 공정위는 함정의 첫 부품, “① 진 사람도 낸다” 를 거의 들어낸 것입니다. 진 사람이 쓴 돈의 80% 를 돌려받으면 ⑤ “이미 낸 돈이 남는다” 의 힘도 함께 약해집니다. 1.3절의 포 세일이 절반을 돌려주는 규칙으로 함정의 깊이를 조절했듯, 규제는 80% 를 돌려주는 규칙으로 함정을 거의 메웠습니다.
4. 판타지 스포츠의 샐러리캡 드래프트 — 남긴 돈이 사라지는 경매#
판타지 스포츠는 실제 선수의 기록으로 점수를 내는 가상의 팀을 꾸리는 게임입니다. 시즌 전에 선수를 나눠 갖는 드래프트에는 순번대로 뽑는 방식과 경매로 사는 방식 이 있고, 야후는 경매 방식을 샐러리캡 드래프트(salary cap draft) 라고 부릅니다. 이 블로그의 판타지 풋볼 샐러리캡 드래프트 가이드가 다룬 10팀 리그로 보면, 이 경매에는 Part 2 의 함정과 Part 4 의 예산 배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4.1 규칙 — 공개된 예산, 사라지는 잔액#
가이드에 정리한 야후의 규칙에서 이 글에 필요한 것은 넷입니다.
- 모든 팀이 같은 예산(이 리그는 $200)으로 시작한다. 팀이 돌아가며 선수 한 명을 경매에 지명 하고, 모두가 공개적으로 값을 올린다.
- 최소 입찰은 $1 이고, 최대 입찰가는 남은 예산에서 아직 못 채운 다른 칸의 수만큼 $1 씩을 뺀 금액 이다. 9칸 리그의 첫 입찰 상한은 $200 − $8 = $192 다.
- 진 사람은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
- 드래프트가 끝난 뒤 남은 돈은 그대로 사라진다.
분류 흐름도의 첫 질문, “진 사람도 무언가를 잃는가?” 의 답은 “아니오” 입니다. 그다음 두 질문의 답은 모두 “예” 에 가깝습니다. 시즌 총점제에서 한 선수가 내는 점수는 누가 데려가든 같고, 그 점수는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승자의 저주 칸에 걸칩니다. 동시에 $200 을 아홉 칸에 나눠 써야 하므로, 이번 선수에 많이 쓰면 다음 선수에 쓸 돈이 줄어듭니다. 예산 배분 경매 칸에도 걸칩니다.
4.2 저주의 방향이 뒤집힌다#
Part 2 의 처방대로라면 판타지 드래프트에서도 이긴 낙찰을 의심하고 값을 깎아 불러야 합니다. 어떤 선수를 내가 가져왔다면, 방 안에서 그 선수의 올해 성적을 내가 가장 낙관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경매에서는 그 처방을 지나치게 따르는 쪽이 더 크게 잃습니다. 석유 광구 입찰에서 아낀 돈은 회사에 남지만, 샐러리캡 드래프트에서 아낀 돈은 드래프트가 끝나는 순간 0 이 됩니다. 가이드의 계산이 그 차이를 숫자로 보여 줍니다.
| 가이드의 계산 (2025 시즌 기록, 10팀 9칸) | 값 |
|---|---|
| 이 리그의 환율 | $1 ≈ 시즌 총점 2점 |
| 배분 전략끼리의 차이 (몰빵형과 균형형) | 최대 1.8점 (총점의 약 0.1%) |
| $33 을 남긴 팀의 손실 | 약 72점 |
| $130 을 남긴 팀의 손실 | 약 270점 |
어떤 선수에게 $5 를 더 낸 실수는 다른 칸에 쓸 수 있었던 $5, 곧 10점 남짓의 손해입니다. 반면 저주가 무서워 입찰을 접다가 끝에 $33 을 남기면 72점을 잃습니다. 이 리그의 달러는 경매장 밖에서 아무 가치가 없는 경매 전용 화폐 이므로, “비싸게 샀다” 는 말은 “그 돈으로 다른 선수를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는 뜻일 뿐입니다. 이 경매의 가장 큰 손실은 이긴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아낀 사람 에게 갑니다.
그래서 Part 2 의 다섯 질문 가운데 이 경매에 그대로 통하는 것은 ④ “남이 모르는 것을 나는 아는가” 와 ⑤ “미리 정한 상한이 있는가” 입니다. 가이드가 키커와 수비에 $1 이상 쓰지 말라고 한 것은 ④의 응용입니다. 지난 시즌의 키커 1위는 사후 계산으로 $27 의 가치가 있지만, 드래프트 시점에 올해의 키커 1위를 골라낼 정보가 없습니다. 정보 없는 공통 가치 경매에서 이기는 것은 저주를 사는 일입니다. ⑤는 가이드가 드래프트 전에 만든 선수별 가격표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 경매에서 그 상한은 깎아 부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의 열기에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예산을 다 쓰기 위한 기준선 입니다. 가이드는 인터넷의 흔한 가격표를 그대로 가져와 남들의 입찰을 “과열” 로 읽으면 아무도 못 사고 드래프트가 끝난다고 경고합니다. 벤치 없는 9칸 리그는 선수 한 명에게 돌아가는 돈이 흔한 리그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4.3 오닐의 예산이 모두에게 공개된다#
Part 1의 오닐은 입찰자에게 예산이 있으면 달러 경매를 끝에서부터 거꾸로 풀 수 있다고 보였습니다. 샐러리캡 드래프트는 그 예산을 모두에게 보여 줍니다. 남은 예산과 남은 칸이 공개되어 있고 최대 입찰가 규칙이 정해져 있으니, 상대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의 예로 남은 칸 6개에 $40 이 있는 팀은 $35 를 넘겨 부를 수 없습니다.
드래프트 후반에 이 계산이 힘을 냅니다. 나만 돈이 남고 다른 팀들의 상한이 낮아졌다면, 그때 나오는 선수는 상대의 상한보다 $1 높은 값에 살 수 있습니다. 거꾸로 모두가 “좋은 선수가 아직 많다” 며 돈을 아껴 두면, 후반에 여러 팀이 한꺼번에 돈을 풀어 값이 치솟고 결국 못 쓴 돈이 남습니다. 예산이 공개된 경매에서는 남의 예산을 읽는 것이 곧 값을 읽는 것 입니다.
4.4 지명은 남의 예산을 태우는 수#
예산 배분 경매에서는 남이 비싸게 사는 것이 나에게 이득입니다. Part 4에서 본 박성웅의 값 올리기가 그 예였습니다. 샐러리캡 드래프트에서는 같은 일을 지명 으로 합니다. 가이드의 권고는 초반에 내가 원하지 않는 비싼 선수 를 지명해 다른 팀들의 돈을 먼저 쓰게 하고, 내가 노리는 선수는 시장이 마른 뒤에 지명하라는 것입니다. 경매에 무엇을 올릴지 정하는 권리가 의제를 정하는 권리이고, 그 권리로 남의 예산을 줄이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샐러리캡 드래프트는 이 시리즈의 이론 셋을 한 방에 모은 경매입니다. 공통 가치라서 승자의 저주가 있고, 예산이 시즌 전체에 걸려 있어 예산 배분의 수싸움이 있으며, 예산이 공개되어 오닐의 계산이 통합니다. 그리고 남은 돈이 사라진다는 규칙 하나가 승자의 저주의 처방을 거꾸로 돌려놓습니다. 여기서 지는 쪽은 비싸게 산 사람이 아니라, 아끼다 돈을 남긴 사람입니다.
5. 유형 분류표#
| 대상 | 진 사람이 잃는 것 | 유형 | 무엇이 확전을 막나 |
|---|---|---|---|
| 노 땡스! | 넘길 때마다 칩 | 소모전 | 칩이 떨어지면 받아야 한다 |
| 하이 소사이어티 | 나쁜 카드에서 낸 돈 | 전부 지불 · 소모전 | 가장 가난한 사람 탈락 규칙 |
| 포 세일 | 부른 값의 절반 | 부분적인 전부 지불 | 절반 환불 |
| 모던 아트 | — | 공통 가치 | 대금이 경쟁자에게 간다 |
| 디아블로 III 경매장 | — | 보통 경매 | (함정은 없지만 게임의 목적을 바꿨다) |
| 판타지 샐러리캡 드래프트 | — (남긴 돈이 사라진다) | 승자의 저주 + 예산 배분 | 공개된 예산과 최대 입찰가 규칙 |
| 스우포 · 10원 경매 | 입찰할 때마다 수수료 | 페니 경매 | 없음 → 규제가 80% 환불로 막았다 |
마치며#
게임 속 경매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진 사람을 얼마나 벌하느냐로 함정의 깊이를 조절하는 장치” 입니다. 보드게임 디자이너들은 칩 하나(노 땡스!), 절반(포 세일), 전부(하이 소사이어티의 나쁜 카드)로 그 깊이를 골랐고, 공정위는 80% 환불로 페니 경매의 깊이를 메웠습니다. 판타지 드래프트는 반대쪽 끝에 있습니다. 진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대신, 남긴 돈이 사라지는 규칙이 아끼는 사람을 벌합니다. 쉬빅이 파티에서 보여 준 함정은, 규칙 한 줄로 얕게도 깊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편은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이 그린 경매로 갑니다. 진 사람도 표를 내는 『카케구루이』의 경매, 『라이어 게임』의 입찰 포커와 인간 경매, 『헌터×헌터』의 요크신 경매가 기다립니다. 그리고 세 시리즈 전체의 유형 분류표로 마무리합니다.
| 편 | 주제 |
|---|---|
| Part 1 | 달러 경매 |
| Part 2 | 승자의 저주 |
| Part 3 | 버티기의 경제학 — 소모전, 매몰 비용, 몰입 상승 |
| Part 4 | 서바이벌·예능의 경매 |
| Part 5 (이 글) | 게임 속 경매 |
| Part 6 | 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 속 경매 |
References#
- No Thanks! (game) — Wikipedia — 규칙, 2005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후보
- High Society (card game) — Wikipedia — 수표, 나쁜 카드의 거꾸로 경매, 가장 가난한 사람 탈락
- For Sale — Game Rules, UltraBoardGames — 포기하면 절반 환불
- Modern Art (game) — Wikipedia · Modern Art — Wikipedia (de) — 그림값 결정, 다섯 가지 경매 방식, 대금의 행방
- Diablo III — Wikipedia — 경매장 두 개, 수수료, 한국판, 제이 윌슨, 폐쇄
- 판타지 풋볼 샐러리캡 드래프트 가이드 — 야후 샐러리캡 드래프트 규칙(최대 입찰가, 잔액 소멸), 환율·배분 실험·지명 전략 계산. 야후 공식 도움말 링크는 그 글의 References 에 있습니다
- Swoopo — Wikipedia — 규칙, 맥북 프로 사례, 매출, 폐쇄
- Ned Augenblick, “The Sunk-Cost Fallacy in Penny Auctions”, Review of Economic Studies 83(1): 58–86 (2016), doi:10.1093/restud/rdv037
- 이데일리, 「‘10원 경매’ 검은 유혹…공정위 ‘입찰료 돌려줘라’」 (2011-12-19)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 1979년부터 독일의 게임 비평가 심사위원단이 해마다 주는 보드게임 상입니다. 보드게임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며, 수상작 외에 후보작과 추천작 목록도 발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