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이 글에는 각 작품의 해당 장면 결말이 나옵니다.


들어가며#

Part 4의 끝에서, 서바이벌은 예산을 먼저 주기 때문에 쉬빅의 달러 경매를 그대로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상한 없는 확전의 공포는 허구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이번 편은 그 세계의 경매를 Part 3의 분류 흐름도에 넣고, 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유형 분류표로 묶습니다.

편주제
Part 1달러 경매
Part 2승자의 저주
Part 3버티기의 경제학 — 소모전, 매몰 비용, 몰입 상승
Part 4서바이벌·예능의 경매
Part 5게임 속 경매
Part 6 (이 글)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 속 경매, 전체 유형 분류표

1. 카케구루이×× 「100표 경매」 (2019) — 화면 속의 달러 경매#

TV 애니메이션 『카케구루이××』(2기)의 11화, 통산 23화 「×를 짊어진 여자(×を背負う女)」는 2019년 3월 19일 방송됐습니다. 도박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학원에서, 주인공 자바미 유메코와 몇몇 학생이 「100표 경매」 라는 초대장을 받습니다.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표가 화폐처럼 오가는 상황입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줄거리 요약에 따르면 첫 경매는 빠르게 진행되어 사오토메 메아리가 80표 에 낙찰받았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후원자가 입찰에서 거둔 표는 130표 였습니다. 낙찰가보다 많은 표가 걷혔다는 것은 진 사람의 입찰도 걷혔다 는 뜻입니다. 줄거리 요약만으로는 매물과 지급 규칙의 세부까지 확인되지 않지만, 경매의 이름대로라면 표 100장에 130표가 들어간 셈입니다. 쉬빅이 말한 “1달러 지폐를 1달러보다 비싸게 파는” 장면이 그대로 그려진 것입니다.

이 회차에는 이론 편의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 번째 경매가 끝난 뒤 사오토메는 경매인 바쓰바미 레이가 직접 입찰하고 있었다 는 것을 알아챕니다. 유메코는 레이가 후원자이자 경매인이라고 짚고, 규칙은 그것을 막지 않습니다. Part 1 4.1절에서 협조 게임으로 보면 경매인이 불리하다고 했습니다. 경매인이 입찰자로 섞이면 입찰자 전원의 연합이라는 그 출구가 사라집니다. 누가 진짜 경쟁자인지 모르니 담합도 할 수 없습니다.

유메코의 해법은 경매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매에서 내려오는 것 이었습니다. 그녀는 30억 엔을 방으로 가져오게 하고, 진짜 레이에게 전부 아니면 전무의 승부를 따로 제안합니다. 레이는 받아들입니다. 달러 경매에서 이기는 유일한 수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고, 이미 들어갔다면 게임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Part 2 의 5G 경매에서 정부가 규칙을 바꾸고, Part 5 에서 공정위가 환불 규칙을 넣은 것과 같습니다.

2. 라이어 게임 「입찰 포커」 — 딜러에게 새는 돈#

가이타니 시노부(甲斐谷忍)의 만화 『라이어 게임』의 패자부활전 「입찰 포커」는 죄수의 딜레마 시리즈 Part 5에서 카르텔의 붕괴로 소개했습니다. 경매의 눈으로 다시 보면 구조가 더 또렷합니다. 일본어 위키백과의 규칙 정리는 이렇습니다.

  • 열한 명이 각자 금화 300개(3억 엔)를 빌려 시작한다. 끝나면 100개만 돌려주면 된다.
  • 처음 카드를 나누는 단계에서는 카드 묶음 10개 를 차례로 봉인 입찰로 판다. 열한 명에 열 묶음이니 적어도 한 명은 빈손이 된다.
  • 이 단계의 낙찰 대금은 모두 딜러에게 간다. 참가자 전체의 돈이 그만큼 줄어든다.
  • 버린 카드를 사고파는 교환 단계의 대금은 판 사람에게 간다.
  • 마지막에 패가 가장 약한 사람이 진다. 꼴찌는 금화 150개를 내놓고, 그 돈은 1·2·3위가 나눈다.

분류 흐름도로 가려 보면, 첫 단계는 진 사람이 아무것도 내지 않는 봉인 입찰 이고, 패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사적 가치 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함정으로 만드는 것은 경매 방식이 아니라 돈이 어디로 가느냐 입니다. 첫 단계에서 쓴 돈은 딜러에게 새어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달러 경매에서 두 입찰의 합이 1달러를 넘는 순간 경매인의 이익이 확정됐듯, 참가자들이 경쟁할수록 주최 측만 법니다.

일본어 위키백과는 이 게임의 숨은 정답도 적어 둡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빈손이라 꼴찌가 되더라도 3억 엔을 받고 1억 5천만 엔(벌금)과 1억 엔(반환)을 내서 5천만 엔이 남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가 달러 경매의 최선을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 으로 정리한 것과 같은 답입니다. 다만 이미 큰 빚이 있는 사람에게 5천만 엔은 부족하고, 그래서 그들은 첫 단계부터 눈빛을 바꿔 입찰에 뛰어듭니다. Part 3 의 몰입 상승이 빚 이라는 모양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같은 작품의 결승전 예선 「인간 경매」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낙찰받아 팀을 꾸립니다. 사람에게 값을 매기는 장면이 만화 속 경매의 단골인 이유는 다음 두 작품에서도 드러납니다.

3. 헌터×헌터 요크신 경매 — 큰손 하나가 판을 정한다#

도가시 요시히로(冨樫義博)의 『헌터×헌터』 요크신 편(제71~119화, 단행본 8~13권)에서 곤과 키르아는 아버지의 단서인 게임 「그리드 아일랜드」를 사려고 요크신의 지하 경매에 갑니다. 일본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게임은 게임 역사상 최고가인 58억 제니 에 단 100개만 팔렸고, 경매에서는 350억 제니 를 넘는 값에 낙찰될 정도입니다. 곤과 키르아는 온갖 방법으로 돈을 모으지만 실패하고, 대부호 바테라 가 경매에서 게임을 사 모읍니다. 바테라는 게임을 클리어한 데이터에 500억 제니의 현상금까지 걸어 두었습니다.

분류 흐름도로는 단순합니다. 진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보통 경매 이고, 바테라에게 그 게임은 클리어 보상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값진 사적 가치 의 물건입니다. 사적 가치 경매에서 자기 값을 아는 큰손은 저주를 받지 않습니다. 남보다 비싸게 사도 그만큼 원했을 뿐입니다. 이런 판에서 예산이 작은 사람이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곤이 찾은 길도 경매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바테라에게 고용된 플레이어가 되는 것 이었습니다. 카케구루이의 유메코처럼, 이길 수 없는 경매에서는 내려와 다른 게임을 합니다.

4. 원피스 샤본디 제도의 인간 경매 — 한 번의 입찰로 끝낸다#

오다 에이이치로(尾田栄一郎)의 『원피스』 샤본디 제도 편은 2009년 TV 애니메이션 11기로 방송됐습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에피소드 요약에 따르면, 납치된 인어 케이미가 인간 경매장에 매물로 오르자 나미는 경매에서 케이미를 되사기로 합니다. 그러나 396화(2009년 4월 12일)에서 천룡인 찰로스 성이 나타나 터무니없는 금액 을 불러 그 계획을 무너뜨립니다. 루피는 결국 찰로스를 주먹으로 칩니다.

이 장면은 Part 1 4.2절의 균형을 떠올리게 합니다. 쉬빅이 “자명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고 한 균형은 첫 입찰자가 처음부터 1달러를 불러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산의 한계가 사실상 없는 사람이 한 번에 크게 부르면, 나머지 입찰자는 계산할 것도 없이 물러납니다. 경매 이론에서는 이런 수를 도약 입찰1 이라고 부릅니다. 이 글의 해석으로는, 찰로스의 입찰은 경매를 이긴 것이 아니라 경매를 끝낸 것이고, 그래서 이야기는 경매 바깥의 폭력으로 넘어갑니다.

5. 언컷 젬스 (2019) — 바람잡이가 낙찰받다#

사프디 형제의 영화 『언컷 젬스』에서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는 아프리카에서 몰래 들여온 단백석(오팔) 원석이 100만 달러 쯤 된다고 믿습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줄거리에 따르면, 농구 선수 케빈 가넷이 경매 전에 17만 5천 달러 에 사겠다고 하지만 하워드는 거절합니다. 경매 직전, 하워드는 원석의 감정가가 자기 짐작보다 훨씬 낮다 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장인 구이에게 값을 끌어올리는 바람잡이 입찰2 을 시키지만, 가넷이 구이의 마지막 입찰을 넘지 않으면서 계획은 역효과를 냅니다. 원석은 구이에게, 결국 하워드에게 돌아옵니다.

Part 2 의 표로 읽으면 이 장면은 승자의 저주를 뒤집은 모양입니다. 원석의 진짜 값을 가장 크게 잘못 본 사람은 하워드였고, 그 하워드가 보낸 바람잡이가 이긴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장 낙관적인 사람이 이긴다는 원리가, 파는 사람 자신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이 영화의 하워드는 경매 밖에서도 이긴 돈을 다시 거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Part 3 의 몰입 상승을 한 사람의 하루로 압축한 인물입니다.

6. 버티기를 그린 작품들#

경매장이 나오지 않아도 이 시리즈의 함정을 그린 장면은 많습니다. 세 개만 짧게 봅니다.

『카지노 로얄』(2006): 본드는 포커 대회에서 1천만 달러의 판돈을 모두 잃습니다. 재무부 요원 베스퍼는 대회를 계속할 500만 달러의 추가 지원을 거절 합니다. 매몰 비용을 끊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CIA 요원 펠릭스 라이터가 대신 돈을 대고, 본드는 돌아가 대회에서 이깁니다. 현실의 몰입 상승 연구가 경고하는 선택이 영화에서는 보상받습니다. 이야기는 대개 이긴 사람의 버티기 만 보여 줍니다. 아크스와 블루머의 연극 관객이나 스토의 재무 부사장들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합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2024): 시즌 2 는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그만두고 상금을 나눌지 투표하는 규칙을 넣었습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3화 요약에 따르면, 첫 게임 뒤 투표는 반반으로 갈렸고 001번으로 위장한 인호의 한 표로 게임이 계속됩니다. 다른 참가자가 탈락할수록 상금은 커지고, 남은 사람은 한 판 더 버틸 이유가 생깁니다. Part 3 의 소모전 에, 그만두는 시점을 다수결로 정하는 장치를 더한 구조입니다.

『머니볼』(2011):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4,1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시즌을 꾸려야 했고, 핵심 선수 셋을 자유계약 시장에서 부자 구단들에 빼앗깁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프로 스포츠의 자유계약 을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자리로 꼽습니다. 빈의 해법은 모두가 같은 잣대로 값을 매기는 스타 선수 경매에서 이기려 하지 않고, 남들이 값을 잘못 매기는 선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Part 2 6절의 네 번째 질문, “남이 모르는 것을 나는 아는가” 를 구단 운영으로 옮긴 것입니다.

7. 전체 유형 분류표#

Part 4~6 의 모든 사례를 분류 흐름도의 유형별로 묶으면 이렇습니다.

유형진 사람이 잃는 것서바이벌·예능 (Part 4)게임 (Part 5)영화·드라마·만화·애니 (Part 6)
달러 경매공개 입찰의 2등도 자기 값——카케구루이 100표 경매
소모전버틴 만큼마이너스 경매 I·II노 땡스!, 하이 소사이어티(나쁜 카드)오징어 게임 시즌 2
전부 지불 경매자기가 부른 값 전부수식 경매, 흑과 백 II, 시간 경매포 세일(절반)—
페니 경매입찰할 때마다 수수료—스우포, 10원 경매—
승자의 저주— (이긴 사람이 잃는다)블라인드 경매모던 아트, 판타지 샐러리캡 드래프트언컷 젬스, 머니볼
예산 배분 경매다음 판의 무기동물원, 위대한 유산판타지 샐러리캡 드래프트라이어 게임 입찰 포커
보통 경매——디아블로 III 경매장헌터×헌터 요크신, 원피스 샤본디

표에서 두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서바이벌은 전부 지불 경매와 예산 배분 을 좋아합니다. 진 사람도 내게 하되, 예산으로 바닥을 막아 계산할 수 있는 긴장을 만듭니다. 둘째, 쉬빅의 달러 경매 그대로 를 그린 것은 허구 쪽입니다. 상한 없는 확전은 방송 규칙으로 만들기 어렵고, 이야기로는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8. 세 딜레마 시리즈를 마치며#

이 블로그는 사흘 동안 서바이벌이 참가자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의 뿌리를 따라갔습니다.

시리즈질문함정열쇠
죄수의 딜레마협력할 것인가, 배신할 것인가각자의 합리성이 모두의 손해가 된다약속을 강제할 수단, 반복, 보수 바꾸기
트롤리 딜레마누구를 희생시킬 것인가비슷한 상황에서 직관이 정반대로 갈린다무엇이 직관을 움직이는지 아는 것
달러 경매와 승자의 저주 (이 시리즈)얼마까지 낼 것인가멈추지 못하거나, 이긴 이유를 묻지 않는다들어가기 전에 정한 상한, 이겼을 때의 의심

세 시리즈의 결론은 비슷한 곳으로 모입니다. 함정은 사람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한 걸음씩은 모두 합리적이어서 생깁니다. 그리고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그 판 안에서 더 영리하게 두는 것보다, 판의 규칙을 보는 것 에 있었습니다. 약속을 강제할 장치를 만들고, 직관을 움직이는 손잡이를 알아보고, 경매에 들어가기 전에 상한을 정하는 것입니다.

마치며#

허구의 경매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길 수 없는 경매에서 주인공은 경매를 이기지 않고, 경매에서 내려온다” 입니다. 유메코는 다른 승부를 걸었고, 곤은 고용된 플레이어가 됐고, 루피는 주먹을 날렸습니다. 쉬빅이 1971년 파티에서 보인 것도 결국 같은 교훈입니다. 1달러 지폐 경매에서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 번째 입찰이 나오기 전에 계산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편주제
Part 1달러 경매
Part 2승자의 저주
Part 3버티기의 경제학 — 소모전, 매몰 비용, 몰입 상승
Part 4서바이벌·예능의 경매
Part 5게임 속 경매
Part 6 (이 글)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 속 경매, 전체 유형 분류표

References#



  1. 도약 입찰(jump bidding): 공개 오름 경매에서 최소 인상 폭보다 훨씬 큰 금액을 한 번에 불러, 자신의 높은 평가나 넉넉한 자금을 드러내 다른 입찰자를 물러나게 하는 전략입니다. ↩︎

  2. 바람잡이 입찰(shill bidding): 파는 사람이나 그와 짠 사람이 살 생각 없이 입찰해 값을 끌어올리는 행위입니다. 대부분의 경매 규칙과 많은 나라의 법에서 금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