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컴의 역설 Part 4: 사마라의 약속에서 데스노트까지 — 영화·문학·게임 속 예측자
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3 끝에서 예측이 나오는 장면을 다섯 가지로 가르는 흐름도를 만들었습니다.
| 유형 | 핵심 |
|---|---|
| 뉴컴형 | 예측은 숨겨져 있고, 결과는 이미 그에 따라 배치되었다 |
| 선언형 | 예측을 들은 뒤 피하거나 거스르려 한다 |
| 수읽기형 | 서로가 서로의 예측자다 |
| 가짜 예측자형 | 예측자의 적중 기록이 꾸며졌다 |
| 수용형 | 미래를 알면서 그대로 택한다 |
이번 편은 이야기와 게임 속 예측자들을 이 틀로 봅니다. 순서는 가장 순수한 예측자에서 시작해, 다섯 유형을 하나씩 지나갑니다.
1. 가장 순수한 예측자 — 테드 창, 「우리가 해야 할 일」(2005)#
SF 작가 테드 창은 2005년 7월 『네이처』의 짧은 소설란에 한 쪽짜리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첫 문장은 “이것은 경고다. 주의해서 읽어 주기 바란다.” 입니다.
이야기 속 예측기(Predictor) 는 자동차 리모컨처럼 생긴 작은 장치입니다. 버튼 하나와 커다란 초록색 LED 하나가 전부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불은 버튼을 누르기 1초 전에 켜집니다. 불을 보지 않고 누르려 하면 즉시 불이 켜지고, 불이 켜지면 누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기다리면 불은 영영 켜지지 않습니다. “예측기를 속일 방법은 없다.” 장치의 심장은 신호를 과거로 보내는 회로입니다.
사람들은 자유의지가 없다는 논증을 들으면 반박하지 못하면서도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장치는 논증이 아니라 시연 입니다. 장치를 갖고 논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행동하기를 멈추고, 그 가운데 3분의 1 은 스스로 먹지 않아 입원하게 됩니다. 마지막 상태는 깨어 있는 혼수와 비슷한 무동무언증 입니다.
1년 남짓 뒤의 미래에서 경고를 보낸 화자는 이렇게 당부합니다. “자유의지가 있는 척하라. 결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더라도, 결정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경고를 보냈을까? 나에게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의 예측기는 노직의 예측자에서 상자를 모두 걷어 낸 것입니다. 남은 것은 예측과 선택의 충돌뿐이고, 그 충돌을 눈앞에 보여 주면 사람이 무너진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장입니다. 흐름도로는 선언형 의 극단입니다. 예측을 보여 주지만, 거스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2. 뉴컴형 — 이미 배치된 결과#
2.1 사마라에서의 약속#
서머싯 몸의 1933년 희곡 『셰피』의 3막에서 죽음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그다드의 한 상인이 하인을 시장에 보냈다. 하인은 곧 하얗게 질려 떨면서 돌아와 말했다. 주인님, 방금 시장에서 한 여자와 부딪혔는데, 돌아보니 죽음이었습니다. 그녀가 저를 보고 위협하는 몸짓을 했습니다. 말을 빌려 주십시오. 이 도시를 떠나 운명을 피하겠습니다. 사마라로 가면 죽음이 저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 상인은 시장에 가서 나를 보고 물었다. 왜 오늘 아침 내 하인을 보고 위협하는 몸짓을 했소? 나는 말했다. 위협하는 몸짓이 아니었어요. 그냥 놀랐을 뿐이에요. 바그다드에서 그를 보다니 놀라웠죠. 오늘 밤 사마라에서 그와 약속이 있었거든요.
몸이 지어낸 이야기는 아닙니다. 탈무드에도 솔로몬 왕이 두 사람을 죽음에게서 피신시켰다가 바로 그 피신처에서 죽게 되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 작가 존 오하라는 이 대목에서 1934년 장편의 제목 『사마라에서의 약속』을 따왔습니다.
이 이야기의 구조가 Part 2의 다마스쿠스의 죽음 입니다. 기버드와 하퍼가 1978년 인과적 결정 이론을 옹호한 바로 그 논문에서, 같은 이론을 곤란하게 하는 사례로 이 이야기를 바꿔 썼습니다. 죽음은 이미 약속 장소를 정한 예측자이고, 하인이 어디로 달아나든 그 선택이 곧 예측의 일부입니다.
2.2 『데스노트』 — 기억을 버려 예측을 통과하다#
『데스노트』(만화 2003~2006, 애니메이션 2006~2007)의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는 이름을 적으면 사람을 죽이는 노트를 가졌고, 탐정 L 은 그를 의심합니다. 두 사람의 대결에서 가장 뉴컴다운 장면은 요츠바 편의 기억 도박 입니다.
L 은 라이토의 성향을 읽는 예측자 입니다. 라이토가 아무리 결백한 척해도 L 은 그 연기를 꿰뚫어 봅니다. 그래서 라이토는 연기를 그만두고 정말로 결백해지기로 합니다. 애니메이션 16화에서 그는 노트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노트에 관한 기억을 잃습니다. 기억을 잃은 라이토는 진심으로 L 을 도와 새 키라를 쫓습니다. 17화에서 L 과 라이토의 아버지가 라이토를 죽이려는 연극까지 벌여 시험하지만, 결백한 라이토는 통과합니다. 그리고 24화에서 새 키라의 노트를 손에 쥐는 순간 기억이 돌아오고, 그는 숨겨 둔 노트 조각으로 새 키라를 죽입니다. 만화 53화와 애니메이션 24화의 그 장면의 대사로 알려진 「계획대로(計画通り)」 는, 2025년 일본 마이나비 뉴스 독자 설문에서 이 작품 최고의 명대사로 뽑혔습니다.
뉴컴의 언어로 바꾸면, 라이토는 성향을 읽는 예측자를 속이기 위해 진짜로 한 상자를 고를 사람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Part 2의 카브카의 독약 퍼즐에서, 내일 마시지 않을 것을 알면서 오늘 밤 진심으로 마실 의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라이토의 해법은 오늘 밤의 자신에게서 내일의 계획을 지우는 것 이었습니다.
3. 선언형 — 예언을 들은 사람들#
3.1 오이디푸스와 맥베스#
오이디푸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신탁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그것을 피하려고 집을 떠났고, 바로 그 길에서 신탁을 이뤘습니다. 철학자 칼 포퍼는 신탁이 자기 예언의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구조를 “오이디푸스 효과” 라고 불렀습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은 비슷한 현상을 자기실현적 예언 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은행이 망한다는 소문이 예금 인출 사태를 불러 정말로 은행을 망하게 하는 것입니다.
맥베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마녀들은 맥베스가 왕이 되리라고 말합니다. 맥베스는 처음에 이렇게 혼잣말을 합니다.
운명이 나를 왕으로 만들려 한다면, 운명이 나를 왕관에 올려 주겠지. 내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Part 1의 두 상자 쪽 논리,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를 그대로 뒤집은 생각입니다. 이미 정해졌다면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맥베스는 움직입니다. 왕을 죽이고, 예언은 그의 손으로 이뤄집니다.
3.2 『매트릭스』의 꽃병 (1999)#
네오가 오라클의 부엌에 들어서자 그녀가 말합니다. “꽃병은 신경 쓰지 마.” “무슨 꽃병이요?” 돌아서던 네오의 팔꿈치에 꽃병이 떨어져 깨집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오라클이 말합니다.
나중에 진짜로 머리가 복잡해질 질문은 이거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했어도 네가 그걸 깼을까?
맥베스의 예언과 같은 고리입니다. 예언이 없었다면 네오는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고, 꽃병은 깨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언이 예언된 사건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3.3 「마이너리티 리포트」 — 원작과 영화#
원작 소설(1956). 필립 K. 딕의 단편에서 범죄 예방국은 세 명의 예지자가 본 미래로 범죄자를 미리 체포합니다. 국장 앤더턴은 자기가 처음 보는 남자 캐플런을 죽일 것이라는 예측을 받고 도망칩니다. 그가 찾아낸 진실은 이렇습니다. 세 예지자의 보고서는 동시에 나온 것이 아니라 차례로 나왔고, 뒤의 예지자는 앞의 보고서를 앤더턴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 까지 계산에 넣었습니다.
첫 번째 보고서를 알게 된 나는 캐플런을 죽이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두 번째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보고서를 알게 되자 나는 다시 마음을 바꿨다.
두 보고서가 “그를 그대로 두면 죽인다” 는 점에서 겹쳤기 때문에 다수 의견처럼 보였을 뿐, 실제로는 착시였습니다. 그런데 결말에서 앤더턴은 캐플런을 일부러 죽입니다. 캐플런이 예방국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지면 체계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체계를 지키려고 예언을 스스로 이뤘습니다. 마지막 대사는 후임자에게 하는 경고입니다. “눈 똑바로 뜨고 있게. 자네한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영화(2002).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앤더턴은 예언된 장소에서 크로라는 남자를 찾아내고, 총을 겨눴다가 마지막 순간 쏘지 않고 체포하려 합니다. 그러나 크로가 몸싸움을 벌여 결국 총이 발사되고, 장면은 예지자들의 영상과 비슷해집니다. 영화의 진짜 뉴컴은 마지막에 나옵니다. 앤더턴은 음모의 배후인 버지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딜레마가 보이시죠? 저를 죽이지 않으면 예지자들이 틀린 것이고, 범죄 예방국은 끝납니다. 저를 죽이면 감옥에 가지만, 체계가 작동한다는 걸 증명하게 됩니다. … 다만, 국장님은 이제 자기 미래를 아시니까, 원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버지스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총을 쏩니다. 영화는 범죄 예방국이 폐지되는 것으로 끝나고, 원작에서 체계는 살아남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정반대의 결론에 닿은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이런 대화도 있습니다. 앤더턴이 굴린 공을 상대가 받자, 앤더턴이 말합니다. “공을 받아서 떨어지는 걸 막았다고 해서, 공이 떨어지려 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지.”
3.4 『데브스』 (2020) — 버린 총#
알렉스 갈랜드가 만든 미니시리즈 『데브스』의 회사는 결정론적 양자 컴퓨터로 과거와 미래를 정확히 재현합니다. 마지막 회에서 회사 대표 포레스트는 릴리에게 그녀가 곧 할 일을 보여 줍니다. 그를 총으로 위협해 실험 캡슐에 들어가게 하고 쏘는 장면입니다. 릴리는 예언대로 그를 캡슐로 데려갑니다. 그런데 문이 닫히는 순간 총을 버립니다. 포레스트는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나 곧 다른 직원이 캡슐을 추락시키고, 두 사람은 결국 함께 죽습니다.
자유의지가 이겼다고 읽기 쉬운 결말이지만, 갈랜드 자신은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결정론이 훨씬 이치에 맞고 자유의지는 덜 맞는다” 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릴리가 총을 버린 것이 바로 예측 영상을 보았기 때문 이라는 해석, 곧 『매트릭스』의 꽃병과 같은 고리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고 했습니다.
3.5 『웨스트월드』 시즌 3 (2020) — 사회 전체에 예언을 보내면#
『웨스트월드』 시즌 3 의 인공지능 레호보암은 모든 사람의 인생 경로를 예측하고, 그 예측에 따라 기회를 나눠 줍니다. 주인공 케일럽은 10 년 안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는 예측 때문에 기회를 제한당합니다. 예측이 그 예측을 실현하는 쪽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5화에서 주인공들은 레호보암이 각 사람에 대해 가진 자료와 예측을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보내고, 세상은 혼란에 빠집니다. 포퍼의 오이디푸스 효과를 사회 전체 규모로 터뜨린 장면입니다. 예측을 알게 된 순간, 예측의 근거였던 세상이 바뀝니다.
3.6 『스탠리 패러블』 — 내레이터를 거스르는 게임#
2011년 모드로 시작해 2013년 정식 출시된 게임 『스탠리 패러블』에서 내레이터는 플레이어가 할 일을 미리 말합니다. “스탠리가 열린 두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는 왼쪽 문으로 들어갔다.” 플레이어는 그 말을 따를 수도, 오른쪽 문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 게임 전체가 선언된 예측을 거스르는 놀이 입니다. 개발자는 이 문 앞의 순간이 플레이어 자신의 선택처럼 느껴지도록 공들여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결말에서 내레이터는 게임을 여덟 번이나 다시 시작해야 하느냐고 되묻다가 이렇게 외칩니다. “모든 게… 정해져 있다는 거야?”
4. 수읽기형 — 서로가 서로의 예측자#
4.1 『프린세스 브라이드』 (1987) — 두 잔 모두#
영화 『프린세스 브라이드』에서 복면의 사나이는 시칠리아인 비지니에게 지혜 대결을 제안합니다. 냄새도 맛도 없는 독, 이오케인 가루를 두 잔 가운데 하나에 탔으니 고르라는 것입니다. 비지니의 추론은 끝이 없습니다.
영리한 사람이라면 독을 자기 잔에 넣겠지. 바보나 건네받은 잔을 집을 테니까. 나는 바보가 아니니 당신 앞의 잔은 고를 수 없어. 하지만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당신도 알았겠지. 그걸 계산에 넣었을 테니, 내 앞의 잔도 고를 수 없어.
비지니는 상대의 눈을 돌린 사이 잔을 바꾸고, 자기 원래 잔을 마시고, 이겼다고 웃다가 쓰러집니다. 복면의 사나이가 밝힌 답은 이렇습니다. “두 잔 모두에 독을 넣었소. 나는 몇 해 동안 이오케인에 내성을 길렀소.” 그는 상대의 예측이 결과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판을 짠 것입니다. Part 1의 지배 원리, “어느 경우든 이 선택이 낫다” 를 그대로 무대에 올린 해법입니다.
4.2 『아리스 인 보더랜드』 — 평균의 0.8 배#
만화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다이아몬드 K 게임 「미인 투표」에서 참가자들은 0 부터 100 까지의 정수 하나를 고릅니다. 모든 사람이 고른 수의 평균에 0.8 을 곱한 값에 가장 가까운 수 를 고른 사람이 이기고, 진 사람은 1 점씩 잃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시즌 2 의 6화(2022년 12월)에 「천칭」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경제학자 케인스가 주식 시장을 “가장 예쁜 얼굴이 아니라 남들이 가장 예쁘다고 고를 얼굴을 고르는” 미인 대회에 비유한 데서 온 게임입니다. 모두가 50 을 고를 것 같으면 40 을, 모두가 40 을 고를 것 같으면 32 를 골라야 하고, 그렇게 끝까지 가면 0 에 이릅니다. 게임은 참가자가 줄 때마다 규칙을 더합니다. 같은 수를 고른 표는 무효가 되고, 마지막 둘만 남으면 “누군가 0 을 고르면 100 을 고른 사람이 이긴다” 는 규칙이 붙습니다. “나는 네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안다” 의 끝을 정확히 겨냥한 규칙입니다.
4.3 『데스노트』의 마지막 — 예측하지 못한 한 사람#
『데스노트』의 결말에서 라이토는 L 의 후계자 니어를 상대로 다시 수읽기를 벌입니다. 라이토는 니어가 가짜 노트에 손을 쓸 것까지 예측했고, 그 예측은 맞았습니다. 그런데 승부를 가른 것은 수읽기가 아니었습니다. 라이토의 추종자 미카미가 라이토의 지시 없이 혼자 판단해 은행 금고에 숨겨 둔 진짜 노트를 꺼내러 갔고, 그를 미행하던 니어 쪽 요원이 그 노트를 하룻밤 사이에 바꿔치기했습니다. 라이토는 니어는 읽었지만 자기 편 한 사람은 읽지 못했습니다.
4.4 『메탈 기어 솔리드』 (1998) — 예측자를 피하는 법#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의 보스 사이코 맨티스는 플레이어의 마음을 읽습니다. 실제로는 게임기의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 다른 게임의 기록을 읽어 “당신은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군” 이라고 말하고, 플레이어의 입력을 미리 읽은 듯 공격을 피합니다. 이기는 방법은 컨트롤러를 2 번 포트에 꽂는 것 입니다. 그러면 맨티스는 더 이상 마음을 읽지 못합니다. 제작자 고지마 히데오는 “마음을 비워라” 는 스승의 가르침을 게임으로 표현할 방법이 이것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예측자를 이기는 길은 Part 3의 키보드 예측기 앞에서 “그냥 자유의지를 썼다” 는 학생처럼, 읽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 입니다.
5. 가짜 예측자형 — 데런 브라운의 「시스템」 (2008)#
뉴컴의 문제는 예측자의 기록을 전제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멘탈리스트 데런 브라운은 2008년 2월 채널 4 의 특집 「시스템」에서 그런 기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 주었습니다.
평범한 여성 카디샤는 익명으로 경마 예측을 받았고, 다섯 번 연속 맞았습니다. 여섯 번째 경주에 큰돈을 걸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그녀에게 이 예측자는 노직의 예측자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브라운이 밝힌 비밀은 이렇습니다. 그는 처음에 7,776 명 에게 연락해 여섯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마다 다른 말을 알려 주었습니다. 경주가 끝날 때마다 틀린 6분의 5 를 버리고 맞은 사람들만 다시 여섯으로 나눴습니다. 7,776 은 6 의 다섯제곱입니다. 다섯 경주가 끝나면 다섯 번 모두 맞은 예측을 받은 사람이 정확히 한 명 남습니다. 방송은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건 돈 전액의 환불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Part 3에서 샤피르와 트버스키가 말한 “MIT 프로그램” 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참가자의 65% 는 그 기록을 믿고 한 상자를 골랐습니다. 예측자 앞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몇 상자를 고를까” 가 아니라 “이 기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지도 모릅니다.
6. 수용형 — 알면서 고르기#
6.1 「네 인생의 이야기」와 『컨택트』#
테드 창은 1998년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1절의 예측기와 정반대의 답을 냈습니다. 외계 언어를 배우며 시간을 한꺼번에 보게 된 언어학자 루이즈는 딸이 젊은 나이에 죽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삶을 택합니다. 창은 그녀의 입을 빌려 이렇게 씁니다.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해 주던 것이, 동시에 미래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거꾸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나는 결코 그 미래에 어긋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2016년 영화 『컨택트(Arrival)』의 루이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여정을 알면서도,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알면서도, 나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반긴다.”
같은 작가가 한 번은 예측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을, 한 번은 예측을 껴안는 사람을 썼습니다.
6.2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사탕 (2003)#
『매트릭스 2: 리로디드』에서 오라클은 네오에게 사탕을 내밉니다. 네오가 묻습니다. “제가 그걸 받을지 이미 아세요?” “모른다면 오라클이 아니지.” “그런데 이미 아신다면, 제가 어떻게 선택을 하죠?” 오라클의 답은 이 시리즈에서 뉴컴의 상자에 가장 가까운 대사입니다.
너는 선택을 하러 온 게 아니야. 선택은 이미 했어. 너는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 이해하려고 온 거야.
상자는 이미 채워졌습니다. 남은 일은 그것을 채운 선택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6.3 『듄』 — 예언자는 미래를 보는가, 만드는가#
프랭크 허버트의 『듄』에서 미래를 보는 능력을 얻은 폴은 그것을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부릅니다. 후속작 『듄 메시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이걸 힘이라고, 재능이라고 부르지. 이건 고통이야! 내 삶을 내가 찾은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아.” 『듄』의 한 장 머리글은 이 시리즈 전체의 질문을 한 줄로 요약합니다. “예언자는 얼마나 미래를 보고, 얼마나 미래를 예언에 맞게 빚어내는가?” 허버트는 훗날 이 연작이 “절대적 예측과 그 함정” 에 대한 탐구였다고 밝혔습니다.
7. 유형 분류표#
| 작품 · 장면 | 유형 | 무엇이 일어나는가 |
|---|---|---|
| 테드 창 「우리가 해야 할 일」 | 선언형 (거스를 수 없음) | 예측을 보여 주자 사람이 행동을 멈춘다 |
| 몸 「사마라에서의 약속」, 다마스쿠스의 죽음 | 뉴컴형 | 피하려는 선택이 이미 예측의 일부 |
| 『데스노트』 기억 도박 | 뉴컴형 | 성향을 읽는 예측자를 통과하려고 진짜로 결백해진다 |
| 오이디푸스, 맥베스 | 선언형 (자기실현) | 피하거나 기다리려다 예언을 스스로 이룬다 |
| 『매트릭스』 꽃병 | 선언형 (자기실현) | 예언이 사건의 원인이 된다 |
| 「마이너리티 리포트」 원작 | 선언형 (자기실현) | 체계를 지키려고 예언을 일부러 이룬다 |
|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 선언형 (거스르기) | 앤더턴은 쏘지 않으려 했고, 버지스는 다른 길을 고른다 |
| 『데브스』 | 선언형 (거스르기, 그러나) | 총을 버렸지만 결말은 같다 |
| 『웨스트월드』 시즌 3 | 선언형 (사회 규모) | 예측을 모두에게 알리자 세상이 바뀐다 |
| 『스탠리 패러블』 | 선언형 (거스르기 놀이) | 내레이터의 예측을 거스르는 것이 게임 |
| 『프린세스 브라이드』 | 수읽기형 | 예측이 소용없도록 두 잔 모두에 독 |
| 『아리스 인 보더랜드』 다이아몬드 K | 수읽기형 | 평균의 0.8 배, 수읽기의 끝은 0 |
| 『데스노트』 마지막 창고 | 수읽기형 | 적은 읽었지만 자기 편 한 사람을 못 읽었다 |
| 『메탈 기어 솔리드』 사이코 맨티스 | 수읽기형 | 읽히지 않는 포트로 옮겨 이긴다 |
| 데런 브라운 「시스템」 | 가짜 예측자형 | 7,776 명으로 만든 완벽한 기록 |
| 「네 인생의 이야기」, 『컨택트』 | 수용형 | 알면서 그 삶을 택한다 |
| 『매트릭스 리로디드』 사탕 | 수용형 | 선택은 이미 했고, 남은 것은 이해 |
이야기 속 예측자는 대부분 선언형 입니다. 예측을 들려주어야 이야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뉴컴의 문제는 예측을 숨깁니다. 그래서 거스를 수도, 피하려다 이룰 수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라이토처럼 어떤 사람이 될지를 미리 고르는 것 뿐입니다. 뉴컴형 이야기가 드문 것은, 들려줄 수 없는 예언으로는 극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8. 여덟 시리즈를 마치며#
| 시리즈 | 묻는 것 | 함정의 모양 |
|---|---|---|
| 죄수의 딜레마 | 협력할 것인가 | 각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모두를 손해 보게 한다 |
| 트롤리 딜레마 |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가 | 같은 숫자의 선택이 방법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
| 달러 경매 | 언제 그만둘 것인가 | 매번 합리적인 한 걸음이 멈출 수 없는 확전이 된다 |
| 투표의 역설 | 어떻게 모을 것인가 | 각자는 앞뒤가 맞는데 모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
| 몬티 홀 문제 | 바꿀 것인가 | 같은 결과라도 보여 준 사람의 규칙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
| 최후통첩 게임 | 어떻게 나눌 것인가 | 1원이라도 받는 게 이득인데, 사람은 그것을 버려서라도 불공정을 벌한다 |
| 공유지의 비극 | 함께 쓰는 것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 이익은 내 것이고 손해는 모두의 것일 때, 합리적인 사람들은 함께 망한다 |
| 뉴컴의 역설 (이 시리즈) | 원인을 따를 것인가, 증거를 따를 것인가 | 이미 정해진 결과 앞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가난을 부른다 |
여덟 시리즈 가운데 뉴컴의 역설은 유일하게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와 공유지의 비극은 무엇이 함정인지 모두가 동의하고 어떻게 빠져나올지를 다퉜습니다. 몬티 홀은 처음엔 틀렸던 사람들도 결국 계산에 동의했습니다. 뉴컴의 역설에서는 반세기가 지나도 철학자들이 39 대 31 로 갈려 있고, 둘 다 상대가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시리즈를 지나며 하나는 분명해졌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협력을 지킨 것은 “다시 만난다” 는 사실이었고, 공유지에서는 규칙과 감시였습니다. 뉴컴의 상자 앞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입니다. 예측자가 읽는 것은 지금의 손짓이 아니라 그 손짓을 낳는 성향이고, 그 성향은 오늘 하루의 선택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 온 선택들이 만든 것입니다.
마치며#
이야기 속 예측자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예언을 들려주면 극이 생기고, 숨기면 성격이 시험된다” 입니다. 사마라로 달아난 하인과 꽃병을 깬 네오는 예언 때문에 예언을 이뤘고, 릴리와 스탠리는 예언을 거스르려 했습니다. 비지니는 끝없는 수읽기에 빠졌고, 복면의 사나이는 수읽기가 필요 없는 판을 짰습니다. 데런 브라운은 완벽한 예측자를 7,776 명으로 만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라이토는 성향을 읽는 예측자 앞에서, 한 상자를 고를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기억을 버렸습니다.
창의 예측기 이야기 속 화자는 자유의지가 있는 척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매트릭스』의 오라클은 선택은 이미 했으니 이유를 이해하라고 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자 앞에 선 사람에게 남은 일은 같습니다. 고르는 것입니다.
| 편 | 주제 |
|---|---|
| Part 1 | 두 상자 |
| Part 2 | 두 결정 이론 |
| Part 3 | 예측자는 가능한가, 그리고 분류 흐름도 |
| Part 4 (이 글) | 영화·문학·게임 속 예측자 |
References#
소설과 희곡은 원문(잡지 게재본 스캔, 공개 판본)으로, 영화는 공개된 각본과 위키인용집의 대사로, 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은 위키백과의 회차 정리와 제작자 인터뷰로 확인했습니다. 대사는 원문을 옮긴 것입니다.
소설과 희곡
- Ted Chiang, “What’s Expected of Us”, Nature 436: 150 (2005년 7월 7일)
- Ted Chiang, “Story of Your Life”, Starlight 2 (1998) — Wikiquote
- W. Somerset Maugham, Sheppey (1933) 3막 — Appointment in Samarra — Wikipedia
- William Shakespeare, Macbeth — Project Gutenberg
- Self-fulfilling prophecy — Wikipedia — 포퍼의 오이디푸스 효과, 머턴의 자기실현적 예언
- Philip K. Dick, “The Minority Report”, Fantastic Universe (1956년 1월) — 인터넷 아카이브 스캔
- Dune — Wikiquote
영화와 드라마
- The Matrix 각본 (IMSDb); The Matrix Reloaded — Wikiquote
- Minority Report (film) — Wikipedia; Wikiquote
- Devs (TV series) — Wikipedia; Den of Geek, 알렉스 갈랜드 인터뷰 (2020년 4월 16일)
- Westworld season 3 — Wikipedia
- The Princess Bride (film) — Wikiquote
- Arrival (film) — Wikiquote
- List of Derren Brown shows — Wikipedia — 「The System」(2008)
애니메이션·만화와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