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이 블로그의 딜레마 시리즈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시작해 트롤리 딜레마, 달러 경매, 투표의 역설, 몬티 홀 문제, 최후통첩 게임까지 왔습니다. 일곱 번째 주제는 죄수의 딜레마 Part 2에서 한 절로만 다루고 지나간 공유지의 비극 입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두 사람의 이야기라면, 공유지의 비극은 여럿이 같은 것을 나눠 쓸 때 의 이야기입니다. 목초지, 바다의 물고기, 지하수, 대기, 서바이벌의 공동 상금, 그리고 누군가 혼자 유지하고 있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까지 같은 구조가 되풀이됩니다.

이 시리즈는 여섯 편입니다.

편주제
Part 1 (이 글)하딘의 목초지 — 공유지의 비극은 무엇을 말했나
Part 2공공재 게임 — 무임승차의 실험실
Part 3오스트롬의 반론 — 비극을 피한 공동체들, 그리고 분류 흐름도
Part 4바다와 하늘 — 대구, 오존, 기후
Part 5서바이벌·예능 속 공유지 — 머니게임에서 키드 네이션까지
Part 6영화·문학·게임, 그리고 오픈소스 — 유형 분류표

1. 1968년 12월, 『사이언스』#

1968년 12월 13일, 학술지 『사이언스』 162권에 여섯 쪽짜리 글이 실렸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의 생물학 교수 개릿 하딘(Garrett Hardin) 의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입니다. 같은 해 6월 25일 유타 주립대학교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회(AAAS) 태평양 지부 모임에서 한 회장 연설이 바탕입니다.

이 글은 지금 환경 문제의 고전으로 읽히지만, 제목 아래 붙은 한 줄짜리 부제는 이렇습니다.

인구 문제에는 기술적 해법이 없다. 도덕의 근본적인 확장이 필요하다.

하딘의 주제는 목초지가 아니라 인구 였습니다. 목초지는 그 주장을 설명하려고 꺼낸 비유입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나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거의 그 비유뿐입니다. 이 시리즈도 그 비유에서 시작합니다.

2. 목초지#

하딘이 그린 장면은 이렇습니다.

모두에게 열린 목초지를 떠올려 보자. 목동은 저마다 이 공유지에 소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두려 할 것이다.

목동 한 명이 소를 한 마리 더 들일지 고민합니다. 하딘은 그 계산을 두 개의 항으로 나눕니다.

  • 얻는 것: 소 한 마리를 팔면 그 값은 온전히 내 것입니다. 그래서 이 항은 거의 +1 입니다.
  • 잃는 것: 소가 늘어 풀이 모자라는 손해는 목동 모두가 나눠서 집니다. 그래서 나에게 돌아오는 몫은 -1 의 일부 일 뿐입니다.

더하면 답은 늘 같습니다. 하딘의 문장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합리적인 목동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소를 한 마리 더 들이는 것. 그리고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그런데 이것은 공유지를 나눠 쓰는 합리적인 목동 모두가 내리는 결론이다. 바로 여기에 비극이 있다. 저마다 한정된 세상에서 끝없이 소를 늘리도록 내몰린다. 공유지의 자유를 믿는 사회에서 각자 자기 이익을 좇아 달려가는 곳은 파멸이다. 공유지의 자유는 모두에게 파멸을 가져온다.

여기서 “비극” 은 슬프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딘은 철학자 화이트헤드의 정의를 빌렸다고 적었습니다. “극적 비극의 본질은 불행이 아니다. 사물이 가차 없이 굴러가는 엄숙함에 있다.” 누가 악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합리적이어서 피할 수 없이 그곳에 도착한다는 뜻입니다.

이 구조는 죄수의 딜레마 Part 2에서 본 여럿이 하는 죄수의 딜레마 와 같습니다. 각자에게는 소를 더 들이는 것이 늘 낫고, 모두가 그렇게 하면 모두가 손해를 봅니다.

3. 직접 굴려 보기#

말로만 하면 감이 잘 오지 않으니 숫자로 돌려 보겠습니다. 가정은 단순합니다.

  • 풀밭이 텅 비었을 때 소 한 마리가 내는 가치는 100 입니다.
  • 소가 한 마리 늘 때마다 모든 소 의 가치가 1 씩 떨어집니다. 소가 모두 40 마리면 한 마리의 가치는 60 입니다.
  •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비용은 20 입니다.

마을 전체로 보면 소가 40 마리일 때 이익이 1,600 으로 가장 큽니다. 이제 목동 n 명이 돌아가며, 자기 이익이 늘어나는 한 소를 한 마리씩 더 들입니다. 아무도 더 들이지 않으면 멈춥니다.

package main

import "fmt"

const (
	grass = 100 // 풀밭이 텅 비었을 때 소 한 마리가 내는 가치
	cost  = 20  //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비용
)

// 풀밭 위의 소가 모두 total 마리일 때 한 마리의 가치.
// 소가 한 마리 늘 때마다 모든 소의 가치가 1씩 떨어진다.
func value(total int) int { return grass - total }

// 소를 mine 마리 가진 목동의 이익.
func profit(mine, total int) int { return mine * (value(total) - cost) }

// 목동 n명이 돌아가며, 자기 이익이 늘어나는 한 소를 한 마리씩 더 들인다.
// 아무도 더 들이지 않으면 멈춘다.
func graze(n int) (herd []int, total int) {
	herd = make([]int, n)
	for changed := true; changed; {
		changed = false
		for i := range herd {
			if profit(herd[i]+1, total+1) > profit(herd[i], total) {
				herd[i]++
				total++
				changed = true
			}
		}
	}
	return herd, total
}

// 마을 전체의 이익을 가장 크게 만드는 소의 수.
func best() (total, sum int) {
	for t := 0; value(t) > cost; t++ {
		if s := t * (value(t) - cost); s > sum {
			total, sum = t, s
		}
	}
	return total, sum
}

func main() {
	bt, bs := best()
	fmt.Printf("최적: 소 %d마리, 마을 이익 %d\n\n", bt, bs)

	fmt.Println("목동  소(합계)  목동별 소          마을 이익  최적 대비")
	for _, n := range []int{1, 2, 3, 5, 10, 20, 50} {
		herd, total := graze(n)
		sum := total * (value(total) - cost)
		lo, hi := herd[0], herd[0]
		for _, h := range herd {
			lo, hi = min(lo, h), max(hi, h)
		}
		per := fmt.Sprintf("%d", lo)
		if lo != hi {
			per = fmt.Sprintf("%d~%d", lo, hi)
		}
		fmt.Printf("%4d  %8d  %-17s %9d  %8.0f%%\n", n, total, per, sum, 100*float64(sum)/float64(bs))
	}

	// 하딘의 계산: 최적 상태(목동 10명이 4마리씩)에서 한 목동이 한 마리를 더 들일 때
	n, mine, total := 10, 4, bt
	gain := value(total+1) - cost // 새로 들인 소 한 마리의 몫
	myLoss := mine                // 내 소 4마리가 1씩 잃는 것
	othersLoss := total - mine    // 남의 소 36마리가 1씩 잃는 것
	fmt.Printf("\n목동 %d명, 소 %d마리에서 한 마리 더:\n", n, total)
	fmt.Printf("  내 몫  +%d - %d = %+d\n", gain, myLoss, gain-myLoss)
	fmt.Printf("  남의 몫          %+d\n", -othersLoss)
	fmt.Printf("  마을 전체        %+d\n", gain-myLoss-othersLoss)
}

실행 결과입니다.

최적: 소 40마리, 마을 이익 1600

목동  소(합계)  목동별 소          마을 이익  최적 대비
   1        40  40                     1600       100%
   2        53  26~27                  1431        89%
   3        60  20                     1200        75%
   5        66  13~14                   924        58%
  10        72  7~8                     576        36%
  20        76  3~4                     304        19%
  50        78  1~2                     156        10%

목동 10명, 소 40마리에서 한 마리 더:
  내 몫  +39 - 4 = +35
  남의 몫          -36
  마을 전체        -1

세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목동이 혼자면 비극이 없습니다. 풀밭 전체가 한 사람의 것이면 그는 소가 늘어 생기는 손해를 전부 자기가 지므로, 정확히 최적인 40 마리에서 멈춥니다. 하딘이 말한 첫 번째 처방, 사유재산 이 바로 이 줄입니다.

둘째, 목동이 늘수록 마을의 이익이 녹아내립니다. 목동 열 명이면 최적의 36%, 쉰 명이면 10% 입니다. 목동이 무한히 많아지면 소는 한 마리의 가치가 비용과 같아지는 80 마리 근처까지 늘고, 마을의 이익은 0 에 다가갑니다. 풀밭이 아무리 좋아도 그 가치가 경쟁 속에 모두 사라지는 것입니다. 어업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지대 소산(rent dissipation) 이라고 부릅니다(4절).

셋째, 마지막 세 줄이 하딘의 +1 과 -1 의 일부 그 자체입니다. 마을 전체로는 이미 최적이어서 한 마리를 더 들이면 1 만큼 손해입니다. 그런데 그 한 마리를 들이는 목동의 장부에는 +35 가 찍힙니다. 손해 40 가운데 36 은 남의 장부에 찍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는 들입니다. 다른 아홉 명도 똑같이 계산합니다.

4. 하딘 이전#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이름은 하딘의 것이지만, 생각 자체는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2권에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은 가장 적은 보살핌을 받는다. 사람은 자기 것을 주로 생각하고 공동의 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문장은 목초지 이야기가 아닙니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수호자 계급이 아내와 아이와 재산을 공유하자고 한 제안을 비판하는 대목입니다.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1권에서 페리클레스는 상대 동맹이 왜 굼뜬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마다 자기가 소홀해도 큰일은 없을 것이고 그 일은 다른 누군가가 챙길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이에 공동의 일이 모르는 새 시들어 간다 는 것입니다.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William Forster Lloyd). 하딘이 직접 출처로 든 사람입니다. 로이드는 1832년 가을 학기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인구 억제에 관한 강의를 두 번 했고, 이듬해 1833년에 책자로 찍었습니다. 첫 강의에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공유지의 소는 왜 이렇게 작고 비쩍 말랐는가? 공유지는 왜 이렇게 헐벗었고, 울타리를 친 옆 땅과는 풀이 뜯긴 모양이 다른가?

그의 답이 하딘의 계산과 같습니다. 자기 땅에 소를 더 넣으면 그 소가 먹는 풀은 전부 자기 소의 몫에서 빠지지만, 공유지에 넣으면 그 손해가 모든 소에게 나뉘어 자기 소에게서는 작은 부분만 빠진다는 것입니다. 로이드의 주제도 하딘처럼 인구였고, 그는 “비극” 이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하딘은 로이드를 “수학 아마추어” 라고 소개했지만, 책자의 표지에 적힌 그의 직함은 옥스퍼드의 정치경제학 교수 입니다.

고든의 어장. 하딘보다 14년 앞서, 캐나다의 경제학자 H. 스콧 고든(H. Scott Gordon)은 1954년 「공유 재산 자원의 경제 이론: 어장」에서 같은 일을 바다에서 분석했습니다. 아무나 들어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어장에서는 이익이 남는 한 배가 계속 들어오고, 결국 어장이 낼 수 있는 이익이 경쟁 속에 모두 사라질 때까지 조업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앞의 시뮬레이션에서 목동이 늘수록 마을 이익이 0 에 다가간 것이 바로 이 결과입니다. 이듬해 앤서니 스콧은 어장을 한 주인이 소유하면 이 문제가 풀린다는 논문을 냈습니다. 시뮬레이션의 목동 한 명 줄입니다. 흥미롭게도 하딘의 글에는 고든도, 1965년에 집단행동의 논리를 정리한 맨서 올슨도 인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5. 하딘의 처방#

하딘은 비극을 막는 길을 몇 가지로 나눠 말합니다.

사유재산. “식량 창고로서의 공유지의 비극은 사유재산이나 그와 비슷한 것으로 막는다.” 반대로 비극이 아직 살아 있는 예로는 서부의 국유지를 빌려 쓰는 목장주들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땅이 깎이고 잡초가 덮일 지경이 되어도 방목 두수를 늘려 달라고 연방 당국을 끊임없이 압박한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된 공유지, 오염. 하딘은 오염을 공유지의 비극이 거꾸로 나타난 것이라고 썼습니다. 무언가를 빼 가는 것이 아니라 집어넣는 문제입니다. 공장 주인에게는 폐수를 정화하는 비용보다 강에 흘려보내는 쪽이 싸고, 강은 모두의 것입니다. 공유지가 식량 창고가 아니라 오물통 이 되는 셈입니다. 4편에서 다룰 기후 문제가 정확히 이 모양입니다.

강제. 국립공원처럼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은 입장을 제한하거나 값을 매겨야 한다고 했습니다(“요세미티 계곡은 하나뿐이다”). 주차 미터기와 벌금도 같은 원리입니다. 매사추세츠주 레민스터 시가 크리스마스 쇼핑철에 주차 미터기마다 봉투를 씌워 무료 주차를 허용한 일이 예로 나옵니다. 하딘은 이것을 가뜩이나 모자란 주차 공간에 손님이 몰릴 때 오히려 공유지 체제를 되살린 것 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하딘은 이런 강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내가 권하는 강제는 단 하나, 영향을 받는 사람 대다수가 서로 합의한 상호 강제 다.

그리고 “자유는 필연의 인식” 이라는 말을 인용하며(하딘은 “헤겔이 한 말로 기억한다” 고 조심스럽게 적었습니다) 글의 진짜 결론으로 갑니다. 절의 제목은 「번식의 자유는 용납할 수 없다」 입니다. 양심에 호소해 아이를 덜 낳게 하면 양심적인 사람들만 아이를 덜 낳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날 뿐이라는 것이 그의 논리였습니다. 그래서 출산도 상호 강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6. 하딘이라는 그림자#

글의 결론을 따라가면 이 시리즈가 피해 갈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딘은 1974년 9월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구명보트 윤리: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를 실었습니다. 부유한 나라는 정원이 찬 구명보트이고, 식량 원조와 이민을 받아들이면 모두가 가라앉는다는 주장입니다. 이 글은 트롤리 딜레마 Part 4의 구명보트 딜레마 각주에서 잠깐 언급했습니다.

이후 하딘은 미국 이민 제한 운동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미국의 인권 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그를 백인 민족주의자 로 분류하고, 그가 남긴 수많은 글 가운데 상당수가 노골적인 인종주의를 담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2019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는 정치학자 매토 밀든버거의 「공유지의 비극의 비극」이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환경주의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글을 쓴 사람이 인종주의자이자 우생주의자였고, 게다가 그 논증도 틀렸다는 내용입니다.

하딘은 2003년 9월, 루게릭병을 앓던 아내 제인과 함께 샌타바버라의 집에서 스스로 생을 마쳤습니다. 둘 다 존엄사 단체의 회원이었고, 결혼 62주년을 막 넘긴 때였습니다.

이 글이 하딘의 논증을 계속 쓰는 것은 그를 변호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목초지의 계산 자체는 로이드와 고든이 먼저 했고, 3절의 시뮬레이션처럼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계산에서 어떤 처방을 끌어내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계산에는 하딘 스스로 나중에 인정한 구멍이 하나 있었습니다.

7. 단어 하나의 누락 — “관리되지 않는”#

1985년, 미국의 정치학자 수전 콕스(Susan Jane Buck Cox)는 「공유지에 비극은 없었다(No Tragedy on the Commons)」라는 논문을 냈습니다. 하딘과 로이드가 떠올린 영국의 공유지를 역사 기록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 영국의 공유지는 아무나 쓰는 땅이 아니었습니다. 권리를 물려받거나 받은 사람만 쓸 수 있었습니다.
  • 그 사람들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이 풀어놓을 수 있는 가축의 종류와 수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것을 스틴트(stint) 라고 불렀습니다.
  • 규칙은 장원 법정과 마을 규약으로 집행되었습니다. 1695년 웨스트모어랜드에서는 스틴트를 어기는 일이 생기자 가축을 가둬 두는 관리인을 고용해 해결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콕스는 공유지가 쇠퇴한 진짜 이유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 늘어난 것, 소수 지주의 땅을 늘리려는 인클로저, 농업 기술의 발전과 산업혁명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썼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것은 공유지의 비극이 아니라 승리였을지 모른다.” 수백 년 동안 공동체가 땅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것입니다.

하딘도 이 비판을 받아들였습니다. 1994년에 그는 「관리되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짧은 글을 냈고, 1998년 『사이언스』에 쓴 30주년 회고에서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비판 문헌으로 판단하건대, 내 글의 가장 큰 실수는 ‘관리되지 않는(unmanaged)’ 이라는 수식어를 빠뜨린 것이었다.

그러니 공유지의 비극을 정확히 쓰면 이렇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자원은 망가진다. 그렇다면 관리하는 길은 하딘이 말한 사유재산과 국가의 강제, 두 가지뿐일까요. 여기에 정면으로 답한 사람이 Part 3의 엘리너 오스트롬입니다.

8. 재화의 네 가지#

이 시리즈에서 계속 쓸 지도를 하나 그려 두겠습니다. 경제학은 재화를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눕니다.

  • 다른 사람이 못 쓰게 막을 수 있는가 (배제 가능성)
  • 내가 쓰면 남이 쓸 몫이 줄어드는가 (오스트롬의 표현으로는 감소성)
내가 쓰면 남의 몫이 준다내가 써도 남의 몫이 줄지 않는다
막기 쉽다사적 재화 — 빵, 옷요금재(클럽재) — 유료 방송, 놀이공원
막기 어렵다공유 자원 — 목초지, 어장, 지하수공공재 — 국방, 등대, 오픈소스 코드

이 표는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폴 새뮤얼슨은 1954년에 재화를 사적 재화와 집합적으로 소비하는 재화 두 가지 로만 나눴습니다. 제임스 뷰캐넌이 1965년에 클럽재를 더했고, 빈센트와 엘리너 오스트롬 부부가 1977년에 공유 자원(common-pool resources) 을 네 번째 칸으로 분명히 적어 넣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은 왼쪽 아래 칸의 문제입니다. 빼 가면 줄어드는데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오른쪽 아래 칸, 공공재의 문제는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누군가 내야 생기는데 내지 않은 사람도 막을 수 없습니다. 하나는 과용, 하나는 무임승차의 문제이지만 둘 다 “각자에게 좋은 것과 모두에게 좋은 것이 어긋나는” 사회적 딜레마입니다. Part 2는 이 오른쪽 아래 칸을 실험실에서 들여다본 이야기입니다.

9. 거울에 비친 비극 — 반공유지#

공유지의 비극을 뒤집은 개념도 있습니다. 미국의 법학자 마이클 헬러(Michael Heller)는 1998년에 이런 질문으로 논문을 시작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상점들은 왜 텅 비어 있는데, 그 앞의 가판대에는 물건이 가득한가?

체제 전환기의 모스크바에서는 상점 하나를 두고 여러 주체가 권리를 잘게 나눠 갖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막을 권리 는 있는데 아무도 쓸 권리 를 온전히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상점이 비었습니다. 헬러는 이것을 반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anticommons) 이라고 불렀습니다. 공유지는 너무 많은 사람이 쓸 수 있어서 과용 되고, 반공유지는 너무 많은 사람이 막을 수 있어서 방치 됩니다.

헬러는 같은 해 레베카 아이젠버그와 함께 『사이언스』에 생명과학 연구의 특허 문제에 이 개념을 적용한 논문을 냈습니다. 특허가 잘게 쪼개져 여러 권리자가 서로를 막을 수 있게 되면, 연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다는 문제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논문이 실린 1998년 5월 1일자 『사이언스』에는 하딘의 30주년 회고도 함께 실렸습니다.

마치며#

공유지의 비극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익은 내 것이고 손해는 모두의 것일 때, 합리적인 사람들은 함께 망한다” 입니다. 목동 열 명이면 마을의 이익은 최적의 3분의 1 로 줄고, 그 한 마리를 더 들이는 목동의 장부에는 언제나 플러스가 찍힙니다.

그런데 하딘은 이 계산에서 시작해 사유재산과 강제, 그리고 번식의 통제로 나아갔고, 30년 뒤 스스로 단어 하나를 빠뜨렸다고 인정했습니다. 관리되지 않는 공유지만 망한다면, 남은 질문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 입니다.

다음 편은 그 질문을 실험실로 가져갑니다.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공동 금고에 넣게 하면 정말 아무도 넣지 않을까요. 넣지 않는 사람을 내 돈을 들여서라도 벌할 수 있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서울의 대학생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편주제
Part 1 (이 글)하딘의 목초지
Part 2공공재 게임 — 무임승차의 실험실
Part 3오스트롬의 반론
Part 4바다와 하늘
Part 5서바이벌·예능 속 공유지
Part 6영화·문학·게임, 그리고 오픈소스

References#

하딘(1968)은 『사이언스』 원문 스캔으로, 로이드(1833)는 인터넷 아카이브의 원본 스캔으로 확인했습니다. 고든(1954)과 올슨(1965)은 원문을 열람하지 못해 논지만 소개하고 인용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딘과 그 이전

비판과 재평가

재화의 분류와 반공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