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이 블로그의 딜레마 시리즈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시작해 트롤리 딜레마, 달러 경매, 투표의 역설, 몬티 홀 문제까지 왔습니다. 여섯 번째 주제는 서바이벌에서 상금이 걸릴 때마다 나오는 질문, “이렇게 나누면 받아들이겠는가” 입니다.

마침 지금 방영 중인 웨이브의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은 2026년 10월 2일에 공개한 9화의 제목을 「최후통첩」으로 붙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 제목이 가리키는 실험,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 과 그 가족들을 다룹니다.

이 시리즈는 다섯 편입니다.

편주제
Part 1 (이 글)최후통첩 게임 — 1원이라도 받는 게 이득인데 왜 거절하는가
Part 2거절권을 빼면 — 독재자 게임과 신뢰 게임
Part 3공정성은 어디서 오는가 — 불평등 회피, 뇌, 침팬지와 아이들, 그리고 분류 흐름도
Part 4서바이벌·예능의 분배 — 더 커뮤니티2 에서 러브 아일랜드까지
Part 5영화·문학·게임 속 분배와 해적 게임, 그리고 유형 분류표

1. 규칙#

규칙은 한 문단이면 끝납니다.

  •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제안자, 다른 사람은 응답자 입니다.
  • 제안자가 1만 원을 받고, 그 가운데 얼마를 응답자에게 줄지 한 번 제안합니다.
  • 응답자는 수락하거나 거절 합니다. 수락하면 제안대로 나눕니다. 거절하면 둘 다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 협상도, 다음 판도 없습니다. 보통 두 사람은 서로 누구인지 모릅니다.

제안자는 “이 금액이 아니면 없던 일로 하자” 를 말하는 셈이고, 그래서 이름이 최후통첩입니다.

2. 게임 이론의 답 — 1원 제안, 1원 수락#

게임 이론으로 풀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뒤에서부터 생각합니다.

응답자 입장에서 수락하면 얼마든 받고, 거절하면 0원입니다. 돈이 많을수록 좋은 사람이라면 1원이라도 0원보다 낫습니다. 그러니 0원이 아닌 모든 제안을 수락해야 합니다. 제안자는 이것을 압니다. 그러니 가장 작은 단위, 곧 1원만 주고 9,999원을 가집니다. 응답자는 1원을 받습니다.

이것이 이 게임의 부분 게임 완전 균형 입니다. 계산은 달러 경매나 죄수의 딜레마에서 본 역진 귀납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 1982년 쾰른 — 첫 실험#

이 게임을 처음 실험실에서 해 본 사람은 독일 쾰른 대학교의 경제학자 베르너 귀트(Werner Güth) 와 동료 슈미트베르거, 슈바르체입니다. 1982년 『경제행동과 조직 저널』에 실린 논문 「최후통첩 협상의 실험적 분석」입니다. 학생들이 4~10마르크를 놓고 게임을 했습니다.

처음 하는 학생들일주일 뒤 같은 학생들
가장 흔한 제안절반 (21건 가운데 7건)—
평균 제안37%32%
거절—21건 가운데 5건

게임 이론의 답 “1원” 을 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흔한 제안은 반반이었고, 일주일 뒤 경험이 쌓이자 제안이 조금 짜졌는데, 그러자 응답자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거절 했습니다.

4. 40년의 데이터 — 평균 제안 40%, 거절 16%#

이후 수백 번의 반복 실험이 같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2004년 오스터베이크 등은 논문 37편, 결과 75건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평균 제안은 몫의 40%, 평균 거절률은 16% 라고 정리했습니다. 판이 클수록 제안 비율이 조금 낮아지고 거절도 줄었습니다. 2001년 헨릭 등은 산업사회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 평균 제안은 대개 44% 안팎이다.
  • 가장 흔한 제안은 언제나 50% 다.
  • 20% 아래의 제안은 40~60% 의 확률로 거절된다.

4.1 40% 는 착해서인가, 계산해서인가#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제안자가 40~50% 를 주는 것은 공정해서일까요, 아니면 거절당할까 봐서일까요. 응답자들이 낮은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을 알면, 자기 이익만 챙기는 제안자도 넉넉하게 제안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이 글이 가정한 거절 확률로 계산한 예입니다. 실제 실험의 숫자가 아니라, 위의 “20% 아래는 절반쯤 거절” 이라는 경향을 단순하게 옮긴 것입니다.

제안 비율가정한 거절 확률제안자의 기대 몫 (1만 원 기준)
10%60%9,000 × 0.40 = 3,600원
20%50%8,000 × 0.50 = 4,000원
30%20%7,000 × 0.80 = 5,600원
40%5%6,000 × 0.95 = 5,700원
50%0%5,000 × 1.00 = 5,000원

이런 응답자들을 상대로는 40% 를 주는 것이 이기적으로 봐도 최선 입니다. 그래서 최후통첩 게임만으로는 제안자가 공정한 사람인지, 계산이 빠른 사람인지 가릴 수 없습니다. 이 둘을 떼어 내는 실험이 Part 2의 독재자 게임입니다.

응답자 쪽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응답자의 거절은 어떤 계산으로도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한 번뿐인 익명의 게임에서 거절하면 그냥 돈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버립니다. 최후통첩 게임의 진짜 수수께끼는 제안자가 아니라 응답자 입니다.

5. 판돈을 키우면 — 공정에도 값이 있다#

“실험실의 몇천 원이니까 거절하는 것 아니냐” 는 의심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판돈을 키웠습니다.

연구장소가장 큰 판돈결과
캐머런 (1999)인도네시아참가자 평균 월 지출의 약 3배응답자는 같은 비율이라도 더 잘 수락했다. 제안자의 행동은 거의 그대로 였다
슬로님·로스 (1998)슬로바키아임금 62.5시간 치 (판돈을 25배 범위로 바꿈)판돈이 크면 거절이 줄었고, 경험이 쌓이자 제안자는 덜 주는 법을 배웠다
안데르센 등 (2011)인도 메갈라야주의 마을 8곳2만 루피 (약 1,600시간의 노동, 1년 소득을 조금 넘는 금액)판돈이 커질수록 거절률이 0 에 가까워졌다. 가장 큰 판돈에서는 응답자 24명 가운데 1명만 거절했다

안데르센 등의 실험은 일부러 낮은 제안이 나오도록 설계되어 제안의 중앙값이 20% 였습니다. 판돈이 1년 치 소득이면 20% 도 두 달 반 치 소득이고, 그것을 거절할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공정에 대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지만, 값이 붙어 있습니다. 몇천 원을 걸고 하는 자존심 싸움과 1년 치 생계를 거는 결정은 다릅니다.

6. 문화마다 다르다#

6.1 네 나라의 대학생 (1991)#

1991년 앨빈 로스 등은 같은 실험을 피츠버그, 류블랴나(당시 유고슬라비아), 예루살렘, 도쿄에서 했습니다. 시장에서 사고파는 게임에서는 네 곳 모두 이론의 예측대로 수렴했습니다. 그런데 최후통첩 게임의 결과는 나라마다 달랐고, 연구진은 그 차이를 잠정적으로 문화의 차이로 돌렸습니다.

6.2 15개 소규모 사회 (2001)#

훨씬 큰 차이를 보여 준 것은 인류학자와 경제학자 열두 명이 함께한 헨릭 등의 2001년 연구입니다. 네 대륙의 15개 소규모 사회 에서 하루이틀 치 임금을 걸고 최후통첩 게임을 했습니다.

사회평균 제안눈에 띄는 점
마치겡가 (페루 아마존)26%제안의 4분의 3 이상이 30% 미만인데, 21건 가운데 1건만 거절했다
토르구드 (몽골)35%가장 흔한 제안은 25%
아체 (파라과이)51%94% 가 40% 넘게 제안했고, 51건 가운데 거절은 0건
라말레라 (인도네시아)58%평균이 절반을 넘었다. 가장 흔한 제안은 50%
아우·그나우 (파푸아뉴기니)43%·38%절반이 넘는 후한 제안도 불공정한 제안과 거의 같은 빈도로 거절했다
하드자 (탄자니아)—전체 제안의 24%, 20% 이하 제안의 43% 를 거절했다

마치겡가는 이론에 가장 가까웠습니다. 낮게 주고, 낮은 제안도 받아들였습니다. 반대쪽 끝의 라말레라는 고래잡이로 사는 마을로, 평균 제안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가장 낯선 것은 아우와 그나우입니다. 이 사회들에서는 선물을 받는 것이 갚아야 할 빚 과 낮은 지위를 뜻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후한 제안도 부담스러운 선물로 받아들여 거절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설명하는 두 가지 변수를 찾았습니다. 하나는 일상생활이 시장 거래에 얼마나 얽혀 있느냐, 다른 하나는 협동해야 먹고살 수 있느냐(예를 들어 고래잡이처럼 여럿이 함께 사냥해야 하는가) 입니다. 두 변수가 사회 사이 평균 제안 차이의 68% 를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개인의 성별, 나이, 재산은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의 기준은 개인의 성격보다 그 사회가 사는 방식 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7. 그래서 왜 거절하는가#

1원이라도 받는 것이 이득인데 사람들은 왜 거절할까요. 지금까지 나온 설명은 크게 셋입니다.

설명요지
불평등 회피사람은 자기 몫뿐 아니라 남과의 차이 도 싫어한다. 9 대 1 을 받느니 0 대 0 이 덜 불쾌하다
의도와 상호성사람은 나를 해치려는 사람을 해치고 싶어 한다. 같은 9 대 1 이라도 상대가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감정불공정한 제안은 화 를 부르고, 화가 계산을 이긴다

이 설명들을 실험으로 가르는 이야기, 뇌 영상과 침팬지와 아이들의 실험은 Part 3에서 합니다.

마치며#

최후통첩 게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사람은 1원을 버려서라도 불공정을 벌한다” 입니다. 게임 이론은 응답자가 무엇이든 받으리라고 했지만, 40년의 데이터는 20% 아래의 제안이 절반 가까이 거절된다고 말합니다. 그 기준은 판돈이 1년 치 소득에 이르면 무너지고, 사회가 사는 방식에 따라 26% 에서 58% 까지 움직입니다. 공정은 본능도 계산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다음 편은 응답자에게서 거절권을 빼앗습니다. 받는 쪽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사람들은 나눌까요. 그리고 먼저 믿고 맡긴 사람에게 사람들은 얼마나 돌려줄까요.

편주제
Part 1 (이 글)최후통첩 게임
Part 2독재자 게임과 신뢰 게임
Part 3공정성은 어디서 오는가
Part 4서바이벌·예능의 분배
Part 5영화·문학·게임 속 분배와 해적 게임

References#

실험 결과는 각 논문의 원문 또는 초록으로 확인했습니다. 첫 실험(1982)의 세부 수치는 원문을 인용한 강의 자료로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