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션 드러머 계보 Part 3: 2세대 — 1970년대 그룹사운드의 드러머들
이 글은 Claude Fable 5.1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2의 1세대가 미8군 무대의 빅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편의 드러머들은 그룹사운드 의 무대에서 출발했습니다. 1950년대에 태어나 1970년대에 밴드의 드럼 의자에 앉은 사람들입니다. 이 세대에서 처음으로 음반 뒷면에 드러머의 이름 이 또박또박 적히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편은 기억이 아니라 크레디트로 쓸 수 있습니다.
| 편 | 주제 |
|---|---|
| Part 1 | 개관 — 세션 드러머의 조건, 세대 지도 |
| Part 2 | 1세대 — 미8군 무대와 재즈 |
| Part 3 (이 글) | 2세대 — 1970년대 그룹사운드의 드러머들 |
| Part 4 | 3세대 — 1980년대 녹음실 세션의 황금기 |
| Part 5 | 4세대 — 1990년대 |
| Part 6 | 5세대 — 2000년대 이후 |
| Part 7 | 유파 분석 — 계보도와 세대별 음반 |
한 가지를 먼저 짚어 둡니다. 이번 편의 드러머들과 다음 편(1980년대 세션)의 드러머들은 대부분 같은 나이대 입니다. 문영배(1952년생), 김희현(1952년생 무렵), 이건태(1953년생 무렵), 안기승(1954년생 무렵), 주찬권(1955년생)은 모두 1950년대생이고, 1970년대 초에 미8군 무대나 밤무대에서 시작했습니다. 두 편의 구분은 태어난 해가 아니라 어느 무대에서 이름을 남겼는가 입니다. 밴드의 드러머로 음반에 남은 사람은 이 편에, 녹음실의 세션으로 남은 사람은 다음 편에 있습니다.
1. 신중현과 엽전들 — 「미인」을 친 두 드러머#
1974년의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은 한국 록의 가장 유명한 음반 가운데 하나이고, 이 음반에는 드러머가 둘입니다.
| 판 | 드럼 | 근거 |
|---|---|---|
| 1집 초판 (1974) | 김호식 | Discogs 에 전사된 초판 크레디트 “Kim Ho Sik – Drums” |
| 1집 재녹음판 · 2집 (1974) | 권용남 | 2집 크레디트 “Kwon Yong Nam – Drums”, 경향신문 2007 |
경향신문의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해설(2007, 한상철·김윤하)은 그 사정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신중현은 드럼에 김호식을 영입했지만 뒤에 권용남으로 멤버를 바꿨고, “새로운 드러머 권용남을 영입해 만든 버전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앨범” 이라는 것입니다. 해설은 두 판의 성격 차이도 드러머 교체와 함께 적었습니다. 초판이 사이키델릭에 집중했다면, 지금 우리가 듣는 판은 하드록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부산일보의 2016년 연재(「대중음악가 열전」)는 드러머를 권용남으로 바꿔 다시 녹음한 음반이 약 100만 장 팔렸다고 썼습니다.
같은 곡을 두 드러머가 녹음해 음반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이 기록은, 1970년대 한국 록에서 드러머가 어떤 자리였는지를 보여 주는 드문 자료입니다. 다만 두 사람의 생년이나 이후 행적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신중현의 활동이 막히면서, 엽전들의 드러머 이름도 음반 두 장에만 남았습니다.
2. 문영배 (1952~2023) — 신중현이 발탁한 세션의 뿌리#
2.1 더맨에서 사랑과 평화까지#
문영배는 이 시리즈의 숨은 중심 인물입니다. 2023년 6월 OSEN 의 부고 기사에 정리된 생애는 이렇습니다.
- 1952년 10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출생. 중학교 3학년 겨울, 친구에게 선물받은 스틱 한 자루로 드럼을 만났습니다.
- 1969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미8군 무대 에 들어가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 신중현에게 발탁되어 신중현과 더맨 으로 데뷔했습니다.
- 검은나비, 호랑나비, 서울앙상블, 신중현과 세나그네, 유영선과 커넥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활동했고, 사랑과 평화 를 만드는 데도 참여했습니다.
- 레코딩 세션과 투어 드러머로 일했고, 1993년 CCM 으로 옮겨 갔습니다.
뉴스엔의 부고는 그가 세션으로 함께한 가수로 조용필, 나훈아, 김추자, 김수희, 이광조, 이승철, 인순이, 이문세, 김현식을 꼽았습니다. 1970년대 그룹사운드의 드러머가 1980년대 가요 녹음실의 세션으로 이어지는 길을 한 사람의 이력으로 보여 주는 셈입니다.
2.2 크레디트로 남은 음반#
| 연도 | 음반 | 크레디트 |
|---|---|---|
| 1974 | 검은나비 『Album Vol. 1』 | Moon Young Bae – Drums |
| 1983 | 불나비 | Moon Young Bae – Drums |
| 1989 | 유영선 『And Connection』 | Moon Young Bae – Drum, Percussion |
(Discogs 에 전사된 크레디트입니다.)
검은나비는 1970년대 신중현 사단의 밴드였고, 1978년 무렵에는 이건태가 그 드럼 의자를 이어받습니다(다음 편). 2026년 국민일보는 드러머 리노를 “한국 1대 드러머이자 뮤지션들의 뮤지션인 고 문영배의 수제자” 로 소개했습니다. 사제 관계가 기록으로 남은, 이 세대의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3. 김창익 (1958~2008) — 산울림의 막내#
산울림 삼형제의 막내 김창익은 고려대 기계공학과 학생이었습니다. 1977년 『산울림 새노래 모음』(1집)의 Discogs 크레디트에 “김창익 – Drums” 로 적혀 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1979년 둘째 김창훈과 함께 육군본부 군악대에 입대했고, 4집의 「풋내기들의 합창」과 9집의 「길엔 사람도 많네」를 작곡했습니다. 1983년 대우자동차에 들어가 회사원으로 살다가, 2008년 1월 밴쿠버에서 지게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산울림의 드럼은 세션이 아니라 형제의 드럼 이었습니다. 1977년의 산울림이 당시 가요의 관습과 전혀 다른 소리를 냈다는 평가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소리에서 김창익의 몫이 얼마였는지를 따로 분석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크레디트와 생애만 적어 둡니다.
4. 김태흥 (?~1983) — 사랑과 평화의 “굉장했던” 드럼#
사랑과 평화의 1집 『한동안 뜸했었지』(1978)와 2집(1979)의 Discogs 크레디트에는 모두 “김태흥 – Drums” 가 적혀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100대 명반 해설(2007, 김영대)은 1983년 드러머 김태흥이 교통사고로 사망 했다고 썼습니다.
그의 연주를 가장 생생하게 전하는 것은 기타리스트 최이철의 2012년 인터뷰(채널예스)입니다. 최이철은 처음 그를 본 날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김태흥이 리버 앤드 스톨러의 「Kansas City」를 완전히 다르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바로 저거다” 싶어 함께하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한마디로 형 드럼은 굉장했어. 더 좋았던 것은 그 형이 해병대 군악대에 들어갔다 오더니 장르 폭이 훨씬 넓어진 거였지.” 무대에서 펑키 스타일의 곡을 연주하면 음반의 곡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날아다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최이철은 사랑과 평화의 전신 「서울나그네」 시절 라인업을 자기(보컬·기타), 김명곤(키보드), 이근수(키보드), 김태흥(드럼), 이남이(베이스)로 기억했습니다. 이남이는 Part 2의 김트리오에서 조용필, 김대환과 함께했던 베이시스트입니다. 1970년대 그룹사운드의 리듬 섹션은 이렇게 좁은 인맥 안에서 돌았습니다.
5. 송골매 — 보컬이 드럼을 치던 1집#
송골매의 1집(1979)은 드러머 계보에서 특이한 음반입니다. Discogs 크레디트에 “배철수 – Vocals, Drums” 로 적혀 있습니다. 보컬이 드럼을 겸했습니다. ize 의 2023년 기사(김성대)도 1집 라인업을 배철수(보컬, 드럼), 이응수(베이스), 지덕엽(기타), 이봉환(키보드)으로 정리합니다.
2집(1982)부터는 오승동 이 드럼을 맡았습니다(Discogs 크레디트). 오마이스타의 2022년 기사는 김정선(기타), 김상복(베이스), 오승동(드럼)의 라인업을 송골매의 황금기로 꼽았습니다. 3집부터 9집까지는 Discogs 에 크레디트가 전사되어 있지 않아 음반별 드러머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1987년 이후 송골매의 드러머가 이건태였다는 것은 그를 “전 송골매 드러머” 로 소개한 기사들(아시아투데이 2023, 전북도민일보 2013)로 확인됩니다.
6. 주찬권 (1955~2013) — 들국화와 맨 앞자리의 드럼#
주찬권은 1973년 미8군 무대에서 드럼을 잡은 뒤 1974년 뉴스보이스, 1978년 믿음소망사랑(최구희·이환규와 함께), 1983년 신중현과 세나그네를 거쳤습니다. 1985년 들국화 1집에는 세션으로 참여했고, 1986년 2집부터 정식 멤버가 되었습니다. 2집의 Discogs 크레디트에 “주찬권 – Drum” 으로 적혀 있습니다. 2013년 10월 20일 분당의 자택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들국화가 재결성해 새 음반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한겨레 2013).
들국화 1집에는 드러머 계보에 기록해 둘 만한 녹음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작자 김영(동아기획)은 2005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들국화 1집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16채널 녹음 을 도입한 음반이었고, 녹음 부스 안의 악기 배치를 바꾼 것이 주효했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는 공연 무대처럼 드럼을 맨 뒤에, 보컬을 앞에 놓고 녹음했는데, 발상을 바꿔 드럼을 맨 앞자리에 놓고 보컬을 악기 부스에 들어가게 했더니 “사운드가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는 것입니다. 1980년대 한국 음반에서 드럼 소리가 달라진 순간을 제작자가 직접 증언한 기록입니다.
7. 1973년의 「그건 너!」 — 세션 드러머의 첫 이름#
이 편을 마치기 전에 한 음반을 더 적어 둡니다. 이장희의 1973년 『그건 너!』 Discogs 크레디트에는 “배수연 – Drum” 이 적혀 있습니다. 베이스는 조원익입니다. 1978년 송창식의 『사랑이야/토함산』 뒷면에는 한겨레의 2006년 연재(최지선)가 옮긴 대로 “김석규, 조원익, 이호준, 배수연의 석기시대” 라는 연주자 이름이 있습니다. 배수연은 1970년대에 이미 녹음실의 드러머였고, 1980~90년대 발라드 세션의 중심이 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8. 2세대 정리#
| 드러머 | 생몰 | 밴드 | 크레디트가 확인된 음반 |
|---|---|---|---|
| 김호식 | ? | 신중현과 엽전들 | 1집 초판 (1974) |
| 권용남 | ? | 신중현과 엽전들 | 1집 재녹음판·2집 (1974) |
| 문영배 | 1952~2023 | 더맨, 검은나비, 사랑과 평화 결성 참여 | 검은나비 1집 (1974), 불나비 (1983), 유영선 And Connection (1989) |
| 김창익 | 1958~2008 | 산울림 | 산울림 1집 (1977) |
| 김태흥 | ?~1983 | 서울나그네, 사랑과 평화 | 사랑과 평화 1·2집 (1978·1979) |
| 배철수 | 1953 | 송골매 | 송골매 1집 (1979, 보컬 겸) |
| 오승동 | ? | 송골매 | 송골매 2집 (1982) |
| 주찬권 | 1955~2013 | 뉴스보이스, 믿음소망사랑, 들국화 | 들국화 2집 (1986) |
마치며#
2세대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름이 음반에 적히기 시작한 세대” 입니다. 「미인」의 두 판본처럼 드러머가 바뀌면 음반의 성격이 바뀐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긴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 세대의 드러머들은 1980년대에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밴드에 남은 사람들(들국화의 주찬권)과 녹음실로 간 사람들(문영배, 배수연, 그리고 검은나비에서 위대한 탄생으로 간 이건태)입니다.
다음 편은 그 녹음실입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드럼 의자를 거쳐 간 사람들, 동아기획 음반의 안기승과 유영수, 송홍섭 편곡의 김희현과 배수연,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태관입니다.
| 편 | 주제 |
|---|---|
| Part 1 | 개관 |
| Part 2 | 1세대 — 미8군 무대와 재즈 |
| Part 3 (이 글) | 2세대 — 1970년대 그룹사운드 |
| Part 4 | 3세대 — 1980년대 녹음실 세션 |
| Part 5 | 4세대 — 1990년대 |
| Part 6 | 5세대 — 2000년대 이후 |
| Part 7 | 유파 분석 |
References#
- Discogs: 신중현과 엽전들 1집 초판 · 2집 · 검은나비 Album Vol. 1 · 불나비 · 유영선 And Connection · 산울림 1집 · 사랑과 평화 1집 · 2집 · 송골매 1집 · 2집 · 들국화 2집 · 이장희 『그건 너!』
- 경향신문,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신중현과 엽전들 편 (2007-09-13, 한상철·김윤하) · 사랑과 평화 편 (2007-10-04, 김영대)
- 부산일보, 「대중음악가 열전」 신중현 편 (2016-07-14)
- OSEN, 문영배 부고 (2023-06-22) · 뉴스엔 (2023-06-23) · 국민일보 (2026-07-30)
- 김창익 — 위키백과
- 채널예스, 최이철 인터뷰 (2012-10-16)
- ize, 송골매 기사 (2023-01-27, 김성대) · 오마이스타 (2022-08-14) · 아시아투데이 (2023-07-05) · 전북도민일보 (2013-12-19)
- 한겨레, 주찬권 부고 (2013-10-20) · 주찬권 — 위키백과 · 강원도민일보 (2026-08-24)
- 세계일보, 동아기획 김영 인터뷰 (2005-11-18) — 16채널, 드럼의 자리
- 한겨레, 「한국팝의 사건·사고 60년」 이장희와 사랑과 평화 편 (2006-05-28, 최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