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4에서 앨범은 리듬 섹션을 내려놓고 실내악의 편성으로 넘어갔습니다. B면 둘째 곡부터 리듬 섹션이 돌아옵니다. 「지난 날」은 앨범을 세상에 알린 곡이고, 「우울한 편지」는 앨범이 세상을 떠난 뒤에 가장 극적으로 다시 알려진 곡입니다. 앨범의 서사에서는 이별 뒤의 회상과, 재회의 첫 장면에 해당합니다.

편주제
Part 1앨범이 만들어진 방법
Part 2「우리들의 사랑」·「그대 내 품에」
Part 3「텅빈 오늘밤」·「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Part 4「Minuet」·「가리워진 길」
Part 5 (이 글)「지난 날」·「우울한 편지」
Part 6「사랑하기 때문에」
Part 7유산, 그리고 1년 전 리뷰와의 비교

1. 지난 날 (B2, 5:03)#

1.1 크레디트#

악기연주자
피아노유재하
신시사이저유재하
기타유재하
베이스조원익
드럼유영수
백보컬이문세, 유재하

편성은 「우리들의 사랑」, 「텅빈 오늘밤」과 같은 유재하의 밴드 편성입니다. 이 곡에만 있는 것은 백보컬 입니다. 유재하 자신의 목소리를 겹친 코러스에 이문세가 함께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김상화에 따르면 이문세가 맡은 것은 후렴의 코러스 입니다.

이문세는 유재하의 노래를 가장 먼저 음반에 실은 가수였습니다. 1983년 1집에 「그대 내 품에」를, 1985년 3집에 「그대와 영원히」를 실었습니다. 김상화는 이문세가 3집 전곡을 작곡가 이영훈에게 맡기면서도 유일하게 외부 작곡가의 곡으로 넣은 것이 「그대와 영원히」였다고 씁니다. 그 이문세가 유재하의 앨범에서는 코러스로 뒤에 섰습니다. 이문세는 1996년 10집 『화무』에서 이 곡을 새로운 편곡으로 다시 불렀습니다.

1.2 미디엄 템포의 화음#

작곡가 김형석은 이 곡을 “미디엄 템포에 화음을 활용한 ‘지난날’” 로 기억했습니다. 여기서 화음은 코러스의 겹친 목소리로도, 곡을 받치는 화성으로도 읽힙니다. IZM 의 지운은 이 곡을 「텅빈 오늘밤」과 함께 빠른 곡으로 묶으면서도,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와 애정 을 노래하는 이 곡에서 유재하의 목소리가 슬픔을 자아낸다고 썼습니다. 밝은 밴드 편성과 코러스 위에 회상의 가사를 얹은 곡입니다.

1.3 앨범을 살린 곡#

「지난 날」은 처음부터 순탄한 곡이 아니었습니다. 지운은 IZM 의 유재하 소개 글에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앨범이 나온 뒤 유재하는 방송사 심의에서 떨어졌고, 일본의 가요제에 출품한 「지난 날」은 예선에서 탈락 했습니다. 이 무명의 시간이 끝난 것은 그해 여름 「지난 날」이 라디오를 타기 시작하면서 였습니다. 오마이뉴스의 김상화도 1987년 여름 신촌 대학가의 음악다방에서 「지난 날」과 「사랑하기 때문에」가 입소문을 탔다고 씁니다.

Part 1에서 이 앨범의 발매 시기가 3월, 5월, 8월로 엇갈린다고 했습니다. 봄에 나온 앨범이 여름에 이 곡으로 다시 시작했다고 보면 그 엇갈림이 설명됩니다. 1988년 첫 CD 가 곡 순서를 바꾸면서 이 곡을 맨 앞에 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앨범을 세상에 알린 곡이 앨범의 얼굴이 된 것입니다.

1.4 판본에 따라 달라지는 곡#

이 곡은 Part 1에서 말한 재발매판의 속도 문제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곡이기도 합니다. 김상화는 이 곡이 1994년·2012년 판본에서 5분 14초 안팎, 2001년·2014년 판본에서 4분 58초 정도라고 비교했습니다. 16초의 차이는 템포와 음높이가 모두 조금씩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원판의 경쾌함을 들으려면 2001년이나 2014년 판본을 들어야 합니다.

2. 우울한 편지 (B3, 5:06)#

2.1 크레디트#

악기연주자
피아노유재하
베이스조원익
드럼안기승
플루트김애란
현악“친구들” — 바이올린 10, 비올라 3, 첼로 2

편성은 Part 2의 「그대 내 품에」와 거의 같습니다. 피아노와 리듬 섹션, 플루트, 현악 합주입니다. 다른 점은 드러머가 유영수가 아니라 안기승이라는 것, 그리고 이 곡의 어법이 발라드가 아니라 재즈 라는 것입니다.

2.2 처음 받은 편지#

이 노래는 편지 한 통에서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와 최규성의 정리에 따르면, 유재하가 첫 만남 이후 2년 동안 거절당하며 구애한 끝에 처음 받은 편지 를 소재로 쓴 곡입니다. 가사 속의 상대는 편지를 가방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헤어질 무렵에야 꺼내 건넵니다. 화자는 집으로 돌아와 천천히 그 편지를 펴 봅니다. 제목은 “우울한 편지” 지만, 노래가 그리는 것은 오래 기다린 마음이 처음 닿은 순간입니다. 그래서 위키백과의 정리는 이 곡을 「사랑하기 때문에」와 함께 앨범의 재회 대목으로 봅니다.

그리고 이 곡의 첫 소리를 낸 사람이 그 편지를 쓴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일보의 고경석 기자는 2014년 기사에서 이 곡이 “편지의 실제 주인공이 연주하는 플루트 소리로 시작해 유재하의 재즈 피아노로 이어진다” 고 썼습니다. 플루트의 김애란은 당시 유재하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지를 받은 사람이 그 이야기로 노래를 쓰고, 편지를 쓴 사람이 그 노래의 첫 소절을 분 것입니다.

2.3 보사노바, 마이클 프랭크스, 재즈 피아노#

이 곡의 어법에 대해서는 평론가들의 묘사가 놀랄 만큼 한 방향으로 모입니다.

평자묘사
김형석 (작곡가)“보사노바 재즈 스타일의 ‘우울한 편지’”
김상화 (오마이뉴스)마이클 프랭크스의 분위기를 담은 보사노바1 식 곡 전개
고경석 (한국일보)장조와 단조를 오가는 독특한 형식, 재즈에서나 쓰는 코드 진행인데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지운 (IZM)재즈적 감성으로 제목처럼 가라앉은 감정을 노래하는 시도
박은석 (2018 명반 100)재즈의 연주 구조와 클래식의 악기 구성으로 통속가요로 오인될 만한 선율에 차별성을 부여했다

마이클 프랭크스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 속삭이듯 부르는 목소리와 보사노바·재즈 편곡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장기호는 유재하가 밤새 음악 이야기를 하던 시절 관심을 가진 음악가로 그의 이름을 꼽았습니다. 유재하의 읊조리는 창법과 재즈 피아노가 이 곡에서 그 영향과 가장 가깝게 만납니다.

박은석의 평가는 이 곡의 편곡을 정확히 짚습니다. 선율만 따로 떼어 들으면 당시의 통속적인 발라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선율을 다르게 만든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재즈 피아노와 리듬 섹션이 만드는 연주의 구조, 다른 하나는 플루트와 현악 합주라는 클래식의 악기 구성 입니다. 재즈의 리듬 위에 클래식의 음색을 얹은 조합이 이 곡의 정체성입니다.

2.4 『살인의 추억』#

「우울한 편지」가 다시 알려진 것은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덕분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이 곡은 연쇄살인 사건의 중요한 실마리입니다.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박해일)가 비 오는 밤마다 라디오에 이 곡을 신청한다는 설정입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원작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 이 자리에 쓰인 곡은 모차르트의 「레퀴엠」 이었고, 이를 「우울한 편지」로 바꾼 것은 봉준호 감독이었습니다.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1980년대에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을 떠난 가수의 노래, 그리고 대중적이지 않은 노래를 써야 그 인물에게 맞을 것 같았다는 취지로 선곡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같은 기사는 영화 덕분에 이 곡이 「지난 날」과 「사랑하기 때문에」에 필적하는 인기를 얻었다고 썼습니다.

Part 4의 「Minuet」을 두고 교수가 “모차르트를 베꼈다” 고 화를 냈다는 일화를 떠올리면 이 선곡에는 묘한 대칭이 있습니다. 영화는 모차르트를 덜어내고 그 자리에 유재하를 넣었습니다. 재즈의 어법과 현악의 음색이 섞인 이 곡이, 고전 레퀴엠이 맡았던 불길함과 서정을 대신한 것입니다.

마치며#

B면의 두 곡은 각자의 방식으로 앨범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지난 날」은 이문세의 코러스와 함께 1987년 여름의 라디오를 타고 앨범을 무명에서 끌어냈고, 「우울한 편지」는 16년 뒤 영화 속 비 오는 밤의 라디오로 다시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두 곡 모두 라디오를 통해 알려졌다는 것도 우연치고는 공교롭습니다.

다음 편은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제목이 된 곡, 「사랑하기 때문에」입니다. 조용필이 먼저 부른 판본과 비교하고, 김종진이 “니가 쳐라” 하고 넘긴 기타 솔로를 다시 봅니다.

편주제
Part 1앨범이 만들어진 방법
Part 2「우리들의 사랑」·「그대 내 품에」
Part 3「텅빈 오늘밤」·「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Part 4「Minuet」·「가리워진 길」
Part 5 (이 글)「지난 날」·「우울한 편지」
Part 6「사랑하기 때문에」
Part 7유산, 그리고 1년 전 리뷰와의 비교

References#



  1. 보사노바(bossa nova): 1950년대 말 브라질에서 삼바 리듬과 미국 쿨 재즈의 화성이 만나 생긴 음악입니다. 나일론 기타의 잘게 쪼갠 리듬, 속삭이듯 부르는 노래, 재즈 화음이 특징이고,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의 「The Girl from Ipanema」가 대표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