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5.5 를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도미니언 룰북의 준비 단계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Estate 3장과 Copper 7장을 받아 섞어서 시작 덱으로 삼는다. 누가 몇 년을 했든 상관없이 모두 같은 열 장에서 출발합니다. Part 1 에서 본 수집형 카드 게임과 정반대 지점입니다. 매직에서 덱은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완성돼 있지만, 도미니언에서 덱은 경기가 끝날 때 완성됩니다.

2019년 Tabletop Gaming 의 도미니언 회고는 이 차이를 깔끔하게 적었습니다. 매직에서 게임 전 준비였던 덱 구성을 게임 전체로 만든 것이 도미니언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글은 매직에도 이미 덱을 짜는 재미가 있었으니 도미니언이 덱빌딩을 발명했다기보다 그것을 게임 구조로 처음 정리했다고 봤습니다. “최초의 덱빌딩 게임"이라는 말은 자료마다 강도가 다르지만, 장르의 틀을 만든 게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덱 짜기를 게임 전체로#

도미니언은 도널드 X. 바카리노가 디자인해 2008년 10월 독일 에센의 게임 박람회에서 나왔습니다. 영어판은 Rio Grande Games, 독일어판은 Hans im Glück 이 냈고, 이듬해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과 독일 게임상(Deutscher Spiele Preis)을 함께 받았습니다.

한 턴은 세 단계로 흘러갑니다. 룰북은 Action, Buy, Clean-up 의 머리글자를 따서 ABC 로 외우라고 권합니다.

flowchart LR
    D["내 덱"] -->|"5장 뽑기"| H["손패"]
    H -->|"Action: 행동 카드 1장"| P["낸 카드"]
    H -->|"Buy: 재물을 내고 1장 구매"| P
    S["공급처<br/>기본 7더미 + 킹덤 10더미"] -->|"산 카드"| X["버림 더미"]
    P -->|"Clean-up"| X
    H -->|"남은 손패"| X
    X -->|"덱이 5장보다 적으면 섞어서 덱 밑에"| D

산 카드는 손으로 오지 않고 버림 더미로 갑니다. 덱이 떨어질 때 버림 더미를 섞어 새 덱을 만들면 그제야 산 카드가 손에 들어옵니다. 재물 카드는 써도 없어지지 않아서, 뽑힐 때마다 다시 돈이 됩니다. 공급처에는 매번 같은 기본 카드 일곱 더미와, 26종 가운데 게임마다 골라 쓰는 킹덤 카드 열 더미가 놓입니다. 게임은 가장 비싼 승점 카드인 Province 더미가 비거나 아무 더미나 셋이 비면 끝납니다.

이 구조의 핵심 딜레마는 승점 카드에 있습니다. 룰북은 승점 카드가 게임 중에는 대체로 쓸모가 없고 끝날 때 점수가 될 뿐이라고 적습니다. 이기려면 승점 카드를 사야 하는데, 사는 순간 덱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카드가 한 장 늘어 다음 손패가 약해집니다. 언제 돈과 행동 카드를 모으다가 언제 승점으로 돌아설지가 도미니언의 거의 모든 판을 가릅니다.

게임 디자이너 줄리언 골롭은 2018년 PC Gamer 칼럼에서 이 구분을 분명히 했습니다. 매직이나 하스스톤은 덱을 짜서 하는 게임이지 “덱빌딩 게임"이 아니고, 덱빌딩 게임은 덱을 만드는 일 자체가 게임 플레이를 이루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하스스톤을 덱빌딩이라고 부를 때 생기는 혼란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도미니언은 지금도 확장을 냅니다. 2024년 Rising Sun 까지 확장 16개가 나왔고, Rio Grande 공식 페이지에는 17번째 확장 Arcana 가 2026년 4분기 신작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도미니언 다음에 온 상자들#

도미니언이 나오고 2~3년 사이 비슷한 상자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미국 업계지 ICv2 가 집계한 2011년 1분기 취미 매장 카드 게임 순위에서 도미니언이 1위, Thunderstone 이 3위, Ascension 이 4위였습니다. 후속작들은 대부분 도미니언의 틀을 그대로 두고 한 군데를 비틀었습니다.

게임연도도미니언에서 바꾼 것
Thunderstone2009마을에서 카드를 살지, 던전에서 영웅으로 몬스터와 싸울지 고른다. 쓰러뜨린 몬스터가 덱에 들어온다
Ascension2010고정된 공급 더미 대신 공용 덱에서 6장을 펼친 줄(Center Row)에서 산다. 한 장이 빠지면 바로 채워진다
Legendary (마블)20121~5인 협력. 악당 덱이 플레이어 전원을 공격한다
Star Realms2014승점 대신 상대의 체력 50을 깎는 1대1 전투. 128장짜리 작은 상자에 14.95달러
Clank!2016덱빌딩을 보드 위 이동과 운 시험에 묶었다. 소음 큐브가 쌓일수록 용에게 맞을 확률이 오른다
Aeon’s End2016협력 덱빌딩인데 덱을 섞지 않는다. 버림 더미를 순서 그대로 뒤집어 새 덱으로 쓴다

Ascension 의 바뀌는 시장은 작은 변화처럼 보여도 판의 성격을 바꿉니다. 영국 보드게임 판매점 Zatu 의 리뷰는 도미니언의 고정된 더미와 비교해 6장짜리 시장 줄이 더 전술적인 게임을 만든다고 평했습니다. 처음부터 살 수 있는 카드가 다 보이는 도미니언과 달리, 펼쳐진 카드가 계속 바뀌니 그때그때 대응해야 합니다. Star Realms 를 만든 두 사람, 롭 도허티와 대런 캐슬은 둘 다 매직 프로 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였습니다. CCG 의 대결 감각을 덱빌딩 상자에 옮긴 셈입니다. Ascension 공동 디자이너 명단에도 도허티의 이름이 있습니다.

Aeon’s End 의 “섞지 않는 덱"은 덱빌딩에서 당연하던 셔플을 뺐다는 점에서 가장 과감해 보입니다. 무작위성은 턴 순서를 정하는 카드 덱으로 옮겼습니다.

막대 인간 그림의 Dream Quest#

2014년 5월, 피터 웨일런이라는 개발자가 혼자 만든 iOS 게임 Dream Quest 가 나왔습니다. 상점 소개문은 이 게임을 Ascension, 매직, 그리고 1997년 PC 게임 Shandalar 에서 영감을 받은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이라고 소개합니다. 장르 이름이 이미 여기 붙어 있습니다.

그림은 거의 막대 인간 수준이었습니다. App Store 에 인용된 IGN 평부터가 단순한 막대 인간 그림에 속지 말라는 말이고, 골롭의 2018년 칼럼은 사진 설명에 사람들이 Dream Quest 의 그래픽을 두고 농담하는 게 아니라고 달았습니다. 같은 칼럼에서 골롭은 아주 기초적인 그래픽만 눈감아 주면 로그라이크와 덱빌딩을 매혹적으로 섞은 게임이라고 썼습니다.

칼럼에는 리처드 가필드가 페이스북에 남긴 감상도 인용돼 있습니다. 가필드는 Dream Quest 가 균형 잡힌 덱을 짜야만 이길 수 있다는 점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덱빌딩 게임은 한 가지 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쪽을 보상하는데, Dream Quest 는 점점 다양해지는 적 때문에 한쪽으로만 좁힌 덱이 결국 막힌다는 비교였습니다. 매직을 만든 사람이 덱빌딩의 약점을 짚으면서 그 약점을 푼 게임을 칭찬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골롭은 이 게임이 무명 속에 묻혀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웨일런의 다음 행선지는 Part 1 의 그 팀이었습니다. 2015년 7월 블리자드 하스스톤 팀에 합류했고, 2019년 인터뷰에서는 시니어 게임 디자이너로 소개됐습니다. 2020년 1월 하스스톤 팀을 떠났습니다. 두 갈래의 카드 게임이 한 사람의 경력에서 만난 셈입니다.

Slay the Spire 가 굳힌 것#

Mega Crit 을 세운 앤서니 지오바네티와 케이시 야노가 Slay the Spire 를 Steam 앞서 해보기로 낸 것은 2017년 11월이었습니다. 캐릭터는 Ironclad 와 Silent 둘뿐이었고, 야노가 2019년 GDC 에서 공개한 슬라이드에 따르면 첫 사흘 동안 판 것은 800장 남짓이었습니다.

지오바네티는 GDC 강연 서두에서 자신을 포켓몬 카드와 매직을 하며 자란 사람으로 소개했습니다. 넷러너에 빠져 큰 팬 사이트를 만들었고 카드 게임 매장을 운영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카드 게임에서 가장 좋아한 것이 언제나 드래프트였다고 말했습니다. 남이 펼친 카드 중에서 한 장씩 골라 그 자리에서 덱을 만드는 방식, 하스스톤의 투기장과 같은 방식입니다.

영향을 받은 게임은 야노가 2019년 일본 매체 Game*Spark 인터뷰에서 정리했습니다. 게임의 핵심 콘셉트는 도미니언, 어센션, Dream Quest 에서 왔고, 화면과 조작은 하스스톤과 FTL 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답이었습니다. 갈림길 맵에 대해서는 지오바네티가 따로 FTL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재료가 지금 익숙한 모양이 됐습니다. 매 층마다 다음 갈래를 고르고, 전투가 끝나면 무작위 카드 세 장 가운데 하나를 고르거나 건너뜁니다. 에너지는 턴마다 3이고 남겨도 다음 턴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상인에게 돈을 내면 카드를 덱에서 뺄 수 있는데, 첫 제거는 75골드이고 쓸 때마다 25골드씩 오릅니다. 런 내내 붙는 효과는 유물이 맡습니다. 적은 다음 턴에 무엇을 할지 머리 위 아이콘으로 미리 보여 줍니다. 지오바네티는 이 의도 표시가 열 가지쯤 되는 버전을 거쳐 지금 꼴이 됐다고 했습니다.

비교도미니언 (2008)Slay the Spire (2019 정식)
시작 덱10장 (Copper 7, Estate 3)10장 (Ironclad 기준 Strike 5, Defend 4, Bash 1)
카드를 얻는 법공용 공급처에서 돈을 내고 산다전투 보상 3장 중 1장, 또는 상점
카드를 빼는 법일부 카드 효과로만 가능상인의 제거 서비스(75골드부터) 등
상대같은 공급처를 두고 다투는 다른 플레이어의도를 미리 보여 주는 적
끝Province 더미나 아무 더미 셋이 비면 점수 비교체력이 0 이 되면 시작 덱으로 처음부터

앞서 해보기 1년 2개월 동안 Mega Crit 은 거의 매주 패치를 냈습니다. 2018년 1월 난이도를 단계별로 올리는 Ascension 모드가 들어왔고, 5월 세 번째 캐릭터 Defect 가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월 23일 정식판이 나왔습니다. 네 번째 캐릭터 Watcher 는 2020년 1월 무료 업데이트로 추가됐습니다. 판매는 2019년 3월 GDC 시점에 150만 장을 넘겼고, 그중 약 30% 가 중국이었습니다. 야노는 중국 스트리머들이 판매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Mega Crit 이 모든 런을 서버에 기록해 카드 선택률과 승리 덱 포함률로 밸런스를 맞춘 이야기는 게임 디자인과 랜덤성의 수학 Part 3 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2018년 Gamasutra 인터뷰에서 야노는 처음 지표를 만들 때 그래프가 셋이었는데 지금은 적어도 90개라고 했고, 지오바네티는 숫자가 그게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로그라이크가 덱빌딩에 준 것#

로그라이크 구조가 들어오면서 덱빌딩의 규칙 몇 개가 뒤집혔습니다.

도미니언에서 판이 끝나면 덱은 그냥 상자로 돌아갑니다. Slay the Spire 에서는 런이 끝나는 것이 곧 덱을 잃는 것이고, 다음 런은 다시 그 열 장에서 시작합니다. 보상이 무엇일지 미리 알 수 없으니 덱은 런 중에 그때그때 짓는 수밖에 없습니다. 판 전체를 내다보고 짜는 도미니언식 계획보다, 지오바네티가 좋아한다던 드래프트에 가깝습니다.

카드를 얻는 것보다 거절하는 것이 기술이 됐습니다. 골롭은 덱빌딩 게임에서는 넣을 카드와 버릴 카드를 함께 정해야 하는데, 나쁜 카드가 한 번 들어오면 뺄 방법이 많지 않다고 썼습니다. Slay the Spire 는 보상을 건너뛰는 선택지를 언제나 열어 두고, 덱에서 카드를 빼는 일에 값을 매겼습니다.

장르 이름도 이 무렵 자리를 잡았습니다. 골롭의 2018년 칼럼은 로그라이크 덱빌더를 새로 생긴 비디오 게임 하위 장르로 소개하면서 아직 작품이 많지 않다고 썼습니다. 지금 Steam 에는 “Roguelike Deckbuilder” 라는 공식 태그가 있고, Mega Crit 도 자기 게임을 그렇게 부릅니다. 엄격한 로그라이크와 달리 영구 해금이 쌓이는 게임을 “로그라이트"라고 구분하기도 하는데, Slay the Spire 도 캐릭터를 해금하는 구조가 있지만 개발사와 상점의 공식 표기는 로그라이크입니다. “로그라이트 덱빌더"는 평론 일부에서만 보이는 표현입니다.

도미니언과 나란히 놓고 보면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승점 카드의 자리입니다. 도미니언에서는 이기게 해 주는 카드가 덱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Slay the Spire 에는 승점 카드가 없습니다. 이긴다는 것은 꼭대기까지 살아서 올라간다는 뜻이고, 그래서 덱의 모든 카드가 전투에서 제 몫을 해야 합니다. 쓸모없는 카드가 딜레마가 아니라 그냥 짐이 되자, 카드를 빼는 일이 돈을 내고 사는 서비스가 됐습니다. 두 게임의 상자를 나란히 열어 보면 이 한 군데가 제게는 가장 크게 보입니다.

자료에 대해#

도미니언의 규칙은 Rio Grande Games 의 2판 룰북에서, Slay the Spire 의 날짜는 Mega Crit 의 Steam 공지 원문에서 확인했습니다. Slay the Spire 의 앞서 해보기 시작일은 Steam 공지가 2017년 11월 15일, Mega Crit 의 정식판 공지가 11월 14일로 달라 달까지만 적었습니다. Dream Quest 의 출시일도 상점과 회고 기사마다 5월 5일, 14일, 15일로 갈립니다. 지오바네티의 GDC 2019 강연은 공식 영상의 자동 자막으로 확인한 부분만 옮겼습니다. 가필드가 블리자드에 Dream Quest 를 권해 웨일런의 합류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원 기사를 읽지 못해 쓰지 않았습니다. Slay the Spire 1편의 2019년 이후 누적 판매량은 공식 발표를 찾지 못했습니다. 상인의 제거 비용과 Ironclad 시작 덱 같은 게임 안 수치는 팬 위키를 따랐습니다.

카드 게임의 계보#

편다루는 것
Part 1: 모아서 짜는 덱매직, 포켓몬, 유희왕, 디지털 CCG, 하스스톤, 궨트, 룬테라, 마블 스냅
Part 2: 판 위에서 짓는 덱도미니언과 보드게임 덱빌딩, Dream Quest, Slay the Spire
Part 3: 덱빌딩 로그라이크의 지금몬스터 트레인, 인스크립션, 발라트로, Slay the Spire 2,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References#

도미니언과 보드게임 덱빌딩#

Dream Quest#

Slay the Spire#

장르 이름#